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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韓, '2시간37분' 오찬회동…"갈등봉합 마무리" 내부평가 - 화재현장 동행 엿새만에 오찬·韓 취임후 尹과 첫 식사…독대는 없어 - 당정 "김여사·총선 얘기 없었다" 거듭 강조…이견 해소 위한 모종 대화 관측도 - 창문가에 서서 담소도…尹, 韓에 "이 방 처음이시냐"며 용산경관 소개

이민호 기자

  • 기사등록 2024-01-29 20: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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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격 회동하며 재차 갈등 봉합을 시도했다. 지난 23일 충남 서천 특화시장 화재 현장을 함께 방문하며 손을 잡은 이후 엿새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가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창밖을 보며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여권 내부에서는 김경율 비대위원 서울 마포을 출마 발표와 관련한 '사천'(私薦) 논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둘러싼 입장차 등으로 촉발된 갈등 국면이 이날 만남으로 마무리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갈등을 겪기 시작한 건 이달 중순께다. 특히 지난 21일 이관섭 실장이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하고 한 위원장이 이를 즉각 거절한 것이 알려지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서천 화재 현장 동행을 통해 균열을 메우기 위한 '응급 처치'에 나섰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약 2시간가량 함께 열차를 타고 서울로 이동, 갈등 봉합에 나선 모습으로 비쳤다. 그러나 이 만남 이후에도 김 여사 논란에 대한 양측의 입장차 등이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다. 결국 잔존한 갈등의 불씨가 본격적인 총선 공천 국면에서 재점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많았다.


이날 오찬 회동은 이런 의구심을 불식하려는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여권에서는 이날 회동이 갈등을 '완전 봉합'하는 계기가 됐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총선을 70여일 앞둔 상황에서 당정이 더 이상의 충돌 없이 '원팀'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뜻을 모은 자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핵심 당직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두 사람이 오랜 기간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갈등을 정리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양측은 특히 김 여사 논란 해법이나 김경율 비대위원 관련 언급, 총선 공천에 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을 한목소리로 부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민생 위주로 이야기했다"며 "독대도 아니었고, 서로 공감대가 확실한 시급한 민생 현안부터 다루는 게 맞는 자리"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김 여사 논란 관련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느냐'는 기자들의 거듭된 질문에 "그런 언급 자체가 없었다"고 재차 답했다.


윤 원내대표도 "오늘은 민생 문제를 많이 얘기했다"고 답했다. 그는 김 비대위원 관련 이야기도 없었다고 전했다. 민감하고 휘발성이 강한 정치 현안보다는, 민생과 경제 등 국정을 놓고 소통하는 당정 협의 차원의 만남이었다는 점을 부각한 것이다.


다만, 여권 일각에서는 양측이 공개하지 않았을 뿐 회동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김 여사 논란 등에 대한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대화가 오갔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서천 화재 현장 방문을 마친 뒤 서울행 열차를 함께 타고 돌아오면서도 총선 관련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날 오찬 회동을 계기로 조만간 대통령실과 당이 김 여사 논란에 관해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비대위원이 오찬에 초청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윤 대통령이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식사할 때도 인 위원장만 왔다"며 "당 지도부가 바뀌면 식사 한번 하면서 이야기하는 게 관례고 필요한 소통이다. 자리를 확대할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이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오찬과 차담을 합해 얼굴을 마주한 시간은 2시간 37분이었다. 2시간 동안 오찬을 함께한 뒤 윤 대통령 집무실로 자리를 옮겨 37분간 차담을 나눴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대통령실 이관섭 비서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등도 함께 했다.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 취임 이후 윤 대통령과 식사를 함께한 것은 이날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한 위원장은 이날 오전 11시 50분께 도착해 대기하던 한오섭 수석, 이도운 수석과 환담했다. 한 위원장은 참석자 중 유일하게 '노타이' 차림이었다.


이윽고 윤 대통령이 정오께 오찬장에 들어섰다. 윤 대통령은 먼저 한 위원장, 윤 원내대표와 차례로 악수하며 "수고 많습니다"라고 인사했다고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참석자들이 원탁에 둘러앉은 직후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에게 "이 방은 처음이신가요"라고 물었고, 한 위원장은 "처음입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그러면 이쪽으로 와보십시오"라며 한 위원장을 창문 쪽으로 데려갔다. 테이블까지 대화가 들려 '독대'로 여겨질 정도는 아니었다. 윤 대통령은 창문 밖에 보이는 용산어린이정원, 드래곤힐 호텔, 분수 등 대통령실 주변 경관을 손으로 가리키며 한 위원장에게 소개했다.


다시 원탁으로 돌아와서는 중식을 메뉴로 한 오찬이 시작됐다. 주택 문제, 철도 지하화 등 민생 관련 대화가 이어졌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식사가 끝나고도 대화는 이어졌다. "시간이 많이 됐죠?"라는 윤 대통령의 말에 한 위원장은 "2시쯤 됐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 집무실에 가서 차 한잔 더 하고 갑시다"라고 제안했고, 차담은 37분간 추가로 진행됐다.


이날 회동은 대통령실이 먼저 제안했다는 후문이다. 지난 25일 한오섭 수석이 한 위원장 측에 만남을 타진한 뒤 한 위원장이 응하겠다는 의사를 전했고, 이를 보고받은 윤 대통령이 추진을 지시하면서 성사됐다고 여권 관계자는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통상 매주 월요일 낮에는 한덕수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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