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국 기자
성균관대 SSK위험커뮤니케이션연구단(단장 송해룡 교수, 이하 위험컴연구단)이 한국인의 위험인식 지형을 규명하기 위해 6대 위험군 53개의 위험 요소에 대해 국내에 거주하는 만 20세 이상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하였다고 밝혔다(신뢰수준 95.0%에서 표본오차 ±3.10%p).
응답자들은 개인적 위험으로는 원자력사고·폭염/가뭄·한파·지카바이러스 등을, 사회적으로는 대기오염·폭염/가뭄·수질오염·신종플루·유전자조작 등을 심각한 위험으로 인식했다.
6대 위험군 53개 위험 요소에 대해서 개인적 위험과 사회적 위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동일한 위험에 대해서도 자신에게 위험한 정도와 사회에 위험한 정도를 다르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적 위험(나에게 위험한 정도 기준, 7점 척도 기준) 10위권은 원자력사고(5.94), 폭염/가뭄(5.78), 한파(5.78), 지카바이러스(5.77), 체세포 복제(5.76), 해킹(5.75), 음란물 유포(5.65), 온난화(5.64), 인공지능(5.62), 대기오염(5.60) 순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사고(5.60), 나노기술(5.56), 미세먼지/황사(5.56), 방폐장 오염 유출(5.50), 악성 댓글(5.46)이 뒤를 이었다.
사회적 위험(사회에 위험한 정도 기준) 10위권은 대기오염(6.02), 폭염/가뭄(5.92), 수질오염(5.91), 신종플루(5.85), 유전자 조작(5.81), 한파(5.78), 미세먼지/황사(5.73), 광우병(5.70), 체세포 복제(5.69), 해양오염(5.69) 순으로 나타났다. 토양오염(5.64), 정보 조작/은폐/왜곡(5.59), 에이즈(5.59), 지카바이러스(5.59), 조류독감(5.53)이 뒤를 이었다.
개인적 위험에 대한 성별 차이를 살펴보면 남녀 모두 원자력사고를 가장 위험하게 생각(남성 5.79/여성 6.11)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은 ‘폭염/가뭄(5.69)’, 여성은 ‘지카바이러스(5.94)’가 2위를 차지했다. 그 외 10위권 위험요소에는 한파, 체세포 복제, 해킹, 음란물 유포, 온난화, 인공지능이 동일하게 포함되었으며 남성은 대기오염을, 여성은 미세먼지/황사를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였다.
사회적 위험에 대한 성별 차이를 살펴보면 남녀 모두 대기오염을 가장 위험하게 생각(남성 5.91/여성 6.13)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가뭄, 수질오염, 신종플루, 유전자 조작, 한파, 미세먼지/황사, 광우병, 체세포 복제, 해양오염은 남녀 모두 동일하게 사회적 위험 상위 10위권에 포함되었다.
◇다양한 위험에 대응하기 위해 정확한 위험 인식과 활발한 논의 필요
이번 조사를 설계한 위험컴연구단 김원제 공동연구원은 “우리 국민의 위험인식 지형조사 결과, 개인적 위험으로는 ‘산업기술위험’, ‘사이버위험’, 사회적으로는 ‘자연재해’, ‘환경오염’을 특히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인적으로 위험하게 생각하는 위험 유형과 사회적으로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는 위험 유형 간 차이가 있음을 시사한다”며 “사람들은 동일한 위험일지라도 개인적 위험 수준에 비해 사회적 위험 수준을 더 크게 생각하는 ‘낙관적 편향(optimistic bias)’ 혹은 반대로 개인적 위험 수준을 더 크게 생각하는 ‘비관적 편향(pessimistic bias)’을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이러한 위험 인식의 차이는 위험을 수용하거나 이에 대응하기 위한 예방 행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합리적이고 원활한 사회적 논의 및 소통을 통해 위험 정보를 객관적으로 전달하고 국민의 이해를 제고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의 노력으로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으로는 ‘자연재해’, 비교적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는 ‘생활위험’이 다수 차지하였다.
개인적인 노력 해당 위험을 피하거나 자신을 지키기 어려운 정도를 말하는 통제불가능성을 측정한 결과 지진(5.25), 해일/쓰나미(5.23), 태풍/홍수(5.13), 폭설(5.11), 원자력사고(5.05), 한파(5.03), 미세먼지/황사(4.98), 싱크홀(4.97), 인터넷/통신망 두절/장애(4.95) 등이 상위 10위권을 차지했다.
특히 자연재해를 개인적 노력으로 통제가 어려운 위험으로 인식하는 반면 자동차 사고(3.81), 낙상(3.87), 감전(3.93), 화재사고(3.93), 가스 누출(4.02), 질식(4.03), 에이즈(4.04) 등은 하위 10위권을 차지하였다. 특히 생활 위험은 상대적으로 통제 가능한 위험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성별에 따른 위험의 통제불가능성 인식에 대한 차이를 살펴보면 남성과 여성 모두 지진(남성 5.17/여성 5.34)과 해일/쓰나미(남성 5.15/여성 5.32)를 통제하기 어려운 위험으로 평가했으며 남성의 경우 원자력사고나 방폐장 오염 유출 등 산업기술 위험을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는 반면 여성의 경우 폭염/가뭄, 태풍/홍수, 폭설, 한파 등 자연재해를 보다 심각하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막연한 불안감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 증가, 이에 대한 사회·제도적 관리 필요
조사 결과를 분석한 위험컴연구단의 김찬원 책임연구원은 “각종 심각한 위험을 피하거나 위험에 직면했을 때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 즉 위험에 대한 통제가능성은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각종 위험에 대한 예방 및 관리 차원에서 중요한 근거가 된다. 이번 조사 결과 자동차 사고·낙상·감전 등 생활 위험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위험에 대해 개인적으로 통제가 불가능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음이 드러났다”며 “이는 우리 국민이 다양한 위험으로 인해 매우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심리 상태에 놓여있음을 의미한다. 걱정과 불안은 사회적 갈등을 낳을 것이며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역시 증가할 것이다”고 말했다.
또한 김 연구원은 “위험인식 지형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통합을 제고하는 적극적인 사회·제도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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