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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이 손주은을 탄압한 까닭은 - 부유한 사교육업자도 정권만 편들면 즉각 용서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6-30 2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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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주은의 시련과 고초는 그가 사교육으로 떼돈을 번 때문이 아니라 윤석열 정권을 편들지 않은 데서 비롯되었음을 같은 사교육업자인 김채환의 벼락출세는 증명하고 있다. 이미지는 KBS TV의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에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발언하는 손주은 메가스터디 창업자의 모습

김채환? 필자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이었다. 그러나 태극기 부대원 사회에서는 나름 상당한 유명인이었다. 그가 구독자 숫자가 무려 54만 8천 명에 달하는 정치 유튜브 채널 「김채환의 시사이다」의 운영자인 연유에서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채환 씨는 문재인 정부가 국군 장병들을 생체실험 대상으로 삼았다는 도발적 주장을 폈었다. 친일 토착왜구를 박멸해야 한다며 걸핏하면 「죽창가」를 불러대는 더불어민주당 구성원들이 과거 악명을 떨쳤던 일본 731부대의 아류로 졸지에 내몰린 형국이었다.

 

김 씨는 문재인 정부가 국군을 코로나 19 바이러스 연구개발에 필요한 살아 있는 실험도구로 어떻게 활용했는지에 대한 더욱 상세한 설명과 구체적 증거는 내놓지 못했다. 흔히 ‘극우 유튜버’로 손가락질당해온 한국 보수 유튜버들의 일관된 영업 철학인 ‘아니면 말고’ 정신을 철저히 실천에 옮겼던 셈이다.

 

그런데 김채환 씨는 단지 보수 유튜버로 행동해온 그간의 공로와 기여만을 인정받아 차관급에 해당하는 자리인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차기 원장으로 내정된 것은 아닌 듯하다. 그는 보수 유튜버는 보수 유튜버이되 현재의 여권 인사들 가운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에 놓인 인물들을 주로 겨냥해 저격하는 ‘친윤 자객’으로 맹활약한 덕택에 임명권자인 윤 대통령의 눈에 띄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례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를 향한 김 씨의 일련의 발언들은 단순한 막말 수준을 뛰어넘어 악에 받친 저주에 가까웠다.

 

그가 어떠한 동기와 계기로 보수 유튜버로서의 삶을 시작했는지는 아직은 정확히 규명되지 않고 있다. 김채환 씨는 보수 유튜버로 변신하기 전에는 신림동 고시촌에서 알아주는 영어 과목 강사였다. 그가 만든 공무원 시험 수험서는 누적 판매 부수가 50만 권이 넘게 팔릴 만큼 공시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어모은 초 베스트셀러 책이었다고 한다.

 

그렇다. 김채환 씨는 극우 유튜버이기 이전에, 친윤 저격수이기에 앞서서 업계에서 내로라하는 일타강사이자 사실상의 사교육 재벌이었다. 대입 수험생을 상대로 장사를 하건, 고시생과 공시생을 주요 고객으로 상정하고서 강의를 하고 책을 팔든 정식으로 학교에 몸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에는 근본적으로 동일한 사교육업자이다.

 

그럼에도 어떤 사교육 종사자는 윤석열 정권에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탓에 세무조사를 당하고, 검찰의 압수수색을 겪을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다른 사교육 종사자는 중요한 정부조직의 수장으로 발탁되는 놀라운 벼락출세를 보여줬다. 희비를 가르는 기준은 오로지 하나다. 윤석열 대통령에 맞서면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는 고통스러운 가시밭길에 내던져지고, 윤 대통령을 찬양하며 그의 정적들을 물어뜯으면 머리에 부귀영화의 상징인 어사화를 꽂는 화려한 꽃길이 보장된다.

 

그러니 손주은 회장은 어쩌면 지금쯤 땅을 치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그가 만약 비록 쇼일망정 윤석열 대통령을 열렬히 옹호하고 지지하는 자세를 취했다면 메가스터디 본사 건물에 국세청 직원들이 떼를 지어 거칠게 들이닥치는 대신, 용산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임명장을 다소곳이 들고서 손 회장 자택으로 공손히 찾아왔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임 문재인 정부의 ‘내로남불’을 맹렬히 질타하며 권좌를 차지했다. 국민은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의 차이가 무엇인지 요즘 무척이나 의아해하는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보수진영은 쓸데없이 외국 여행을 다닌다고 비난했었다. 보수세력의 등에 업혀 집권에 성공한 윤석열은 현직 대통령 부부의 외유를 최소화했을까?

 

현실은 우리가 익히 목격하고 있듯 정반대이다. 대통령과 영부인의 출국광경은 국가의 명운을 좌우할 중차대한 정상외교의 임무를 띠고서 장도에 오르는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다. 두 사람의 얼굴엔 마치 신혼여행을 떠나는 갓 결혼한 신혼부부처럼 설렘과 흥분 섞인 미소가 가득하다. 윤 대통령은 1987년에 이뤄진 헌법 개정으로 말미암아 대통령 직선제가 부활한 이래 역대 모든 전직 대통령들이 취임 초기 만끽했던 국민과의 밀월 기간은 없었어도,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와는 영원한 허니문 상태인 것일까?

 

대통령 내외가 당사자 자격으로 직접 관련된 일에서마저 내로남불을 수시로 언죽번죽 자행하니 나라를 이끌어갈 책임자들을 능력과 자질에 입각해 엄선해 뽑아야 마땅할 인사 문제에서 내로남불은 그야말로 식은 죽 먹기이리라.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문 전 대통령의 팬클럽 관리자를 한국철도공사 코레일의 비상임감사로 임명해 적잖은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그래도 논란이 된 인물이 진보 성향의 유튜버로 요란하게 활동하며 문재인의 경쟁자들에게 몹쓸 망언을 빈번하게 퍼부었다는 불유쾌한 소식만은 들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그는 코레일 임직원들의 직무역량을 신장시키는 분에 넘치는 과업과 역할은 감히 넘보지 않았었다.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은 당연히 국민의 세금으로 꾸려지는 교육기관이다. 수강생의 대다수는 물론 공직자들일 터이다. 그곳에서 공무원들이 과연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더 높은 직급과 더 나은 처우를 노리며 공무원 시험을 ‘반수’하게끔 영어를 가르쳐줄까? 아니면, 권력자에게 영악하게 아부해 단박에 고위직으로 진급할 수 있는 유튜브 방송 제작법을 학습시킬까?

 

권력자가 작게는 정권을, 크게는 나라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망하게 하는 방법이 있다. 내 편이면 무조건 감싸고, 내 편이 아니면 닥치고 핍박하는 것이다. 그 가장 빠르고 확실한 멸망의 지름길을 윤석열 정권은 목하 거침없이 폭주하는 중이다. 민심은 브레이크 망가진 폭주기관차 모양새가 돼버린 현 집권세력의 이와 같은 질주가 정권의 몰락으로는 이어질지언정 국가 자체의 실패로까지 귀결되진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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