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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은퇴계층 등 노린 불법다단계 주의보 발령 - 최근 코로나 엔데믹 선언 맞춰 강남일대 다단계설명회 만연, 이중 다수가 불법 가능성 농후 - 특히, 정보에 취약한 은퇴세대 겨냥, 고수익 일자리 내세워 회원가입과 투자 부추겨 - 주로 연고에 의한 회원 가입으로 적발 어렵고 피해 확산 커, 불법행위 목격 시 적극 제보 당부

강희욱 기자

  • 기사등록 2023-06-27 10:5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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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교장까지 했던 사람인데, 은퇴자금 주식하다 많이 날렸어. 여기가 훨씬 나아. 지금 극초기라 운이 아주 좋은 거에요. 사람 많이 들어온 다음에 가입하면 이미 늦어. 이런 사업은 일찍 들어올수록 성공하거든. 내 위가 아니라 밑에 많을수록 좋은 거야. 밑에 일 잘하는 애 몇 명만 데려오면 가만히 있어도 돈 벌어.(강남구 소재 A 다단계 업체 설명회장 관계자)

 

# 우리는 다단계가 아니에요. 자기 돈 내면 그 이자가 매주 들어오는 구조지. 이런 플랜은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어. 이런 게 어떻게 가능하다? 우리가 이 특허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추천? 소개? 그런 거 안 해도 돼요. 안 해도 돈이 들어온다! 근데 만약에 하면? 엄청난 일이 벌어져요. 이번 기회에 자식, 손주들한테 크게 한턱 쏴봐! (강남구 소재 B 불법 금융 다단계 업체 설명회장 관계자)

 

서울시는 불법 다단계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불법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며,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불법 다단계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기 위해 불법 다단계 사기 주의보를 발령하며,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지난 6월 1일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발 방역규제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으면서, 대면 영업방식의 불법 다단계 활동 또한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최근 강남권 중심으로 다단계설명회가 확산되고 불법 활동 조짐이 몇몇 언론을 통해 보도되고 있어 서울시에서도 불법행위 움직임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60년대에 출생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 도래하면서 이들의 노후자금을 노린 불법다단계 범죄가 예상되는 만큼 시민들의 피해가 크게 우려된다며 서울시는 ‘불법다단계 주의보’ 발령 배경을 설명했다.

 

평균수명이 연장되면서 은퇴 후에도 경제적 욕구는 늘었지만, 디지털 정보와 기술 적응이 쉽지 않은 고연령층은 적절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불법다단계 업체는 노년층의 이러한 경제 상황으로 야기된 불안 심리를 파고 든다. 많은 돈을 쉽게 벌 수 있다고 꼬드겨 상품구입를 강요하거나, 원금과 고율의 이자를 보장한다며 투자를 요구하기도 한다.

 

불법다단계는 적법 영업 의사가 없는 만큼 법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 시․도에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인허가 당국의 감독을 받지 않으며, 그래서 적발이 어렵고, 피해 발생 시 규모가 크며, 구제 또한 사실상 힘들다.

 

불법 다단계업체들은 ‘국내 독점 총판’, ‘무점포 1인 창업’, ‘특허기술 보유’, ‘안정적 노후 소득 보장’ 등의 그럴듯한 문구를 앞세워 믿을 수 있는 업체인 것처럼 홍보를 일삼는다.

 

물론, 모든 다단계가 불법적인 것은 아니다. 방문판매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립요건을 갖춰 시도에 등록하고 법이 정하는 각종 소비자 보호의무를 준수하면 합법적으로 영업이 가능하다.

 

서울시가 밝힌 불법 다단계의 주요 특징은 ▲불법 다단계는 소비자 피해 보상보험 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영업하기 때문에 도산 이나 폐업 시 소비자에 대한 피해보상이 곤란하고 ▲대부분이 영세업체로 소비자의 청약 철회권을 보장하지 않으며, 판매원에게 물품 판매 후 후원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잠적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판매되는 제품 또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는 건강식품, 건강용품일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 건강에까지 피해를 미칠 위험성이 높다.

 

서울시가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구체적 피해사례로는, 정년퇴직한 60대 A씨는 인터넷에서 부업으로 안정적인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한 화장품 업체를 찾아갔다. 찾아간 곳은 회사 사무실이라기보다는 책상과 의자만 있는 임시 설명회장이었다. 업체 관계자는 사업이 이제 막 시작해 ‘극’초기이니 빨리 가입할수록 조직도상 맨 윗자리를 선점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했다.

 

“우리 화장품 힘들게 팔러 다니라는 게 아니야. 일단 발라보시고, 괜찮으면 예쁘게 꾸미고 교회든 어디든 나가. 사람들이 요즘 예뻐졌다고 하면 우리 화장품 칭찬만 입이 마르도록 해. 내 밑에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야. 돈 벌기 쉬워 안 쉬워?”

 

업체 관계자 말을 듣고 있자니 그럴듯하다. 그런데 수당 내용을 듣다보니 내용이 젊은 사람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다. 다시 설명해달라고 하자 원래 한 번에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며 매일매일 출석해서 들으라는 말만 돌아온다. 소개해준 지인도 잘 다니고 있으니 A씨는 일단 가입했다.

 

처음엔 수당이 잘 들어와 수입이 쏠쏠했다. 몇 달 후 돈이 안 들어와 회사에 전화를 하니 전산 변경 중이라며 조금 기다려달란다.

 

기다려도 소식이 없어 단체 대화방에 불만을 토로한 A씨. 이후 바로 강제 퇴장 당했다. 얼마 후 A씨는 자신에게 합법 다단계라고 홍보했던 이 회사가 등록도 안 된 불법 다단계 업체였다는 걸 알게 됐다.

 

현재도 건강식품, 화장품 등 상품을 매개로 한 불법 다단계가 여전히 존재하지만, 최근에는 블록체인․가상자산․플랫폼 사업을 표방하며 다단계방식으로 투자금을 편취하는 신종 불법 다단계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가들조차 투자 판단이 어려운 사업구조나 기술을 앞세우다 보니 고연령층의 피해가 적을 것으로 예상하기 쉽지만, 현란한 화술로 정보가 부족한 노년층을 범행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이들 신종 업체는 투자와 사기 사이의 경계를 오가는 범죄수법으로 교묘하게 형사처벌의 법망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런 경우 투자한다는 사업의 실체는 없으며, 입금받은 투자금의 대부분을 상위단계 소수가 편취하는 불법 금융피라미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범죄뿐만 아니라 사기죄, 유사수신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서울시는 이러한 불법 다단계 영업행위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고자 매년 정기 점검과 특별점검을 수시 실시하고 있으며, 6월 현재 범죄정황이 포착된 7개 업체에 대해서 형사입건하여 수사 중이다.

 

시는 점검을 통해 위법행위가 확인되면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내리고, 법 위반 정도가 무겁다고 판단되는 경우 형사입건 하는 등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현재 형사입건한 사건 중에는 다단계판매업을 등록하지 않고 영업한 혐의 4건, 재화거래 없이 다단계조직을 이용해 금전만 거래한 혐의 1건, 그리고 적법 다단계 중 판매업자의 금지행위를 위반한 혐의 2건이 있다.

 

서울시는 불법 다단계의 폐쇄적인 특성상 신고나 제보 없이는 범죄 혐의 포착이 어려우므로, 불법이 의심되는 다단계 업체 가입 권유를 받거나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적극적인 제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범죄피해를 입었거나, 범죄행위를 포착해 결정적인 증거(사업설명회 자료, 판매원 조직도, 수당지급 기준(보상플랜))와 함께 범죄 사실을 신고·제보할 경우 최대 2억원 까지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서영관 서울특별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고금리, 고물가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민생경제가 어렵다”며 ”서민경제에 피해를 유발하는 어떠한 불법에도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시민 여러분들께서도 불법행위를 목격하면 신속하게 서울시에 제보해 주시길 당부드린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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