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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혁 면직 사태의 진짜 의미는 - 이명박 세력, 윤석열 정권 인수에 나서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6-02 20: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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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 병장 한상혁은 왜 쫓겨났을까


이동관의 화려한 복귀는 이명박 세력이 윤석열 정권을 인수합병(M&A)하는 일련의 과정의 마지막 화룡점정일지 모른다. 이미지는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입장을 설명하는 모습을 보도한 YTN 뉴스 화면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면직처분을 당했다. 한마디로 잘렸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그를 면직시킨 사유는 한상혁 전 위원장이 본인의 방통위원장 재임 기간에 진행된 TV 조선의 재승인 심사과정에서 부당하고 불법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데 있다.

 

한 전 위원장은 진보 성향의 시민단체인 민주언론시민연합(약칭 ‘민언련’)의 공동대표를 역임한 인물이기도 하다. 민언련 활동의 실질적인 기획자 겸 주도자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도 대표적인 친문재인 인사로 알려진 최민희 전 의원이었음을 감안하면 한상혁이 지나친 극우적 논조로 악명을 떨치며 우리나라 진보진영 사람들에게는 눈엣가시 같은 밉상스러운 존재로 통해온 조선일보 계열의 종합편성채널에 우호적이었을 리 만무하다.

 

그럼에도 필자는 다음 달인 7월 말이면 자연스럽게 방통위원장 임기가 종료될 예정인 한상혁 전 위원장을 용산 대통령실이 야당의 반발과 진보적 시민사회의 항의를 무릅쓰면서까지 왜 무리하게 몰아냈는지에 대해 여전히 짙은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다.

 

여당과 보수세력은 한상혁 면직이 좌파가 지배해온 방송과 통신 분야를 정상화하려는 최고 통치권자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고 설명 또는 해명하고 있다.

 

만약 윤 대통령에게 좌파가 망가뜨리고 있는 대한민국의 방송통신을 하루빨리 올바로 세워야겠다는 생각이 그토록 강했다면 여론조사 지지율이 현재보다도 훨씬 더 높았던 취임 초기에 한상혁에 대한 전격적인 인사조치를 단행했어야 아귀가 맞는다. 정권 출범 이후 1년간을 세월아 네월아 하며 태평스럽게 지내다가 어째서 이제야 부랴부랴 방송통신위원장을 면직시킨 것일까?

 

정권의 이념적 지향과 성격을 막론하고 어느 집권세력이든 간에 미디어에 대한 장악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자 원초적 본능이다. 야권이 한상혁 퇴출을 윤석열 정권의 방송통신 장악 시도로 규정하며 격렬한 저항에 돌입한 까닭이다.

 

그런데 한상혁 전 위원장이 축출된 일에만 초점을 맞추며 이번 사태를 “윤석열 정권의 방송장악 음모” 정도로 개념을 정리하는 시각은 지극히 단선적이고 평면적인 상황 파악일 뿐이다. 방송장악 수준에서 매듭이 지어질 사건이었다면 현 정권 입장에서 앞으로 두 달만 참고 견디면 되기 때문이다. 이와 다르게 한상혁 후임자로 누가 오는지에 주안점을 둔다면 배경에 깔린 행간과 복선까지 두루 시야에 포괄하는 보다 입체적인 정세분석이 가능하리라.

 

‘이명박의 남자’ 이동관의 현대판 군권 접수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반란군 무리가 가장 먼저 노리는 국가 주요 기간시설의 하나가 방송국 건물임은 물론이다. 쿠데타 세력이 방송국을 점령하고서 자신들이 궐기한 대의와 명분을 민중에게 무사히 알리는 순간이 바로 쿠데타가 확실히 성공한 순간이다. 쿠데타 세력의 구호와 주장이 방송전파를 타게 되면 국민은 권력이 넘어갔다고 느끼는 법이다. 반란을 분쇄해야 할 정부군은 진압에 착수할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다.

 

일례로 박정희 소장이 주동한 서력 1961년 5월 16일의 군사 쿠데타는 당일 오전 5시 중앙방송국, 즉 오늘날의 KBS 라디오가 군사혁명이 일어났다는 뉴스를 긴급하게 내보내면서 사실상 성공적으로 완수됐다.

 

쿠데타군이 방송국에서 숙직하던 당직 아나운서를 겁박해 낭독시켰을 성명서는 수녀원으로 은신한 장면 총리 또한 들었을 테고, 장면은 이로써 완전히 전의를 상실했으리라. 쿠데타의 성패는 반란군의 병력이 많고 적음이 아니라 반란군이 얼마나 속도감 있게 움직이냐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1961년 5월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박정희와 그를 따르던 소장파 장교들의 경우와는 달리 1936년 2월 26일,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일본 동경의 새벽을 느닷없는 총성으로 깨운 황도파 청년 장교들에게 손쉽게 습격할 수상 관저와 경시청은 있었어도, 접수하기에 만만한 방송국은 없었다. 되레 방송국을 수중에 단단히 확보한 측은 진압을 책임진 계엄군이었다. 일본 국민의 귀와 마음을 붙잡는 데 실패한 봉기는 3일 천하로 허망하게 막을 내리고 말았다.

 

2023년의 대한민국은 더는 군사 쿠데타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되는 번듯한 민주주의 국가로 성장ㆍ발전했다. 징집된 사병들이 자국민을 겨냥해 발포할 리도 없거니와, 이론상 반란의 지도부 역할을 담당해야만 할 장교단은 정치적 야심 대신에 전역한 다음 국가로부터 수급받을 연금에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머릿속에서 더욱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복 입은 공무원’으로 순치되고 변신한 지 이미 오래다.

 

타국과의 전면전이 발발하지 않는 한에는 지금은 권력이 더 이상 총구에서 나오지 않는 시대다. 허나 한 가지 변하지 않은 사실이 있다. 권력을 장악하려면 방송국 마이크부터 장악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는 방송국 마이크에 몇 가지가 추가되었다. 네이버와 다음 같은 거대 포털사이트의 뉴스 서비스 편집권이다. 일반인은 도무지 손에 넣을 수 없을 구글 한국지사장의 직통 전화번호다. 잘 알려졌다시피 구글은 유튜브 플랫폼의 운영사이자 모기업이다.

 

이를테면 합참의장과 육군 참모총장 인선 문제로 정치권이 들썩이고 시민사회가 요동치며 여론이 들끓지는 않는다. 반면, 방통위원장의 돌연한 면직은 일파만파의 파문을 낳고 있다.

 

이유는 자명하다. 공중파 방송 3사부터 내로라하는 종편들까지, 유수의 인터넷 포털사이트로부터 평범한 누리꾼들의 유튜브 계정까지 그 모두를 아우르고 감시ㆍ감독하는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능을 보유한 직책인 차기 방송통신위원장 자리에 하필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대변인이 내정됐다고 다수의 언론매체가 일제히 보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윤석열의 측근을 의미하는 윤핵관들 중에서 한 명이 아니라 MB의 심복 중의 심복이 21세기 디지털 뉴미디어 문명사회의 군권이고 병권이고 생사여탈권일 방송통신에 관한 전면적 통제권을 조만간 확고하게 틀어쥐게 될 형국이다. 이게 과연 어떠한 중차대한 정치적 변동을 함의하는지는 필자의 다음 글에서 다루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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