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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서④, “정치인은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어야” - 국회의원의 전반적 수준 저하가 빈번한 입법부 패싱 초래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4-18 17:4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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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인을 위한 정치”는 21세기 한국정치의 모토이고 목표였다. 귤이 회수를 건너면 탱자가 되듯이, 생활인을 위한 정치가 우리나라에서는 기묘한 형태로 실현되었다. 정치인들 자신이 생활인이 돼버린 것이다. 생활인이 돼버린 정치인에게 우선적 과제는 본인의 고용 유지였다. 여당 국회의원들도, 야당 국회의원들도 공천에만 혈안이 된 배경이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평범한 샐러리맨처럼 되고 만 황당한 현실에 획기적 변화를 꾀하려면 정치인들이 먼저 품격과 패기를 회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진보정당이 회생할 길은 현장과 지역에 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들에게 시계추의 운명을 강요하고 있다며 기존의 낡은 선거제도에 다시금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구로구는 갑을 지역구 전부 학생운동권 출신의 86 세대 정치인이 현역 국회의원으로 터를 잡고 있습니다.

 

김희서(이하 김) : 저는 이인영 의원과 윤건영 의원을 조금은 차별화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윤건영 의원은 초선 국회의원입니다. 이인영 의원은 구로에서 한 번 더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5선 의원의 반열에 등극합니다. 저는 그분이 지역구 국회의원으로서 본연의 사명을 잘 소화했는지에 대한 평가 이전에 너무 오래 하셨다는 인상을 솔직히 지우기 어렵습니다. 특정한 거대 정당에 몸담은 특정 인물이 특정 지역구에서 지나치게 긴 세월 동안 국회의원직을 독점하는 사태를 방지하려면 지금 제도에서는 유권자들이 상대편 거대 정당에서 공천한 후보자에게 투표해야만 합니다.

 

공 : 유권자들로 하여금 늑대 피하려다가 승냥이 만나도록 설계된 게 현행 선거제도의 맹점입니다.

 

김 : 선거제도의 변화 없이는 정치개혁이 힘든 것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사이에서 유권자들이 마치 시계추처럼 무한정 왕복하도록 강요해온 게 기존 선거제도입니다.

 

공 : 대변인님께서는 구로에서 정치를 시작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는지요?

 

김 : 제가 애초부터 정치인이 될 것을 염두에 두었던 것은 아닙니다. 저 또한 다른 활동가들처럼 사회변혁을 꿈꿨습니다. 그러다가 정치야말로 세상을 확실하게 바꿔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점을 어느 순간 불현듯 깨달았습니다. 이런 각성이 온 순간 저는 당연히 진보정당에서 정치인으로서의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지방자치는 주민들과 진보정치 사이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최적의 경로입니다. 저는 주민들께 진보정치의 효용과 혜택을 전해드리려면 지역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구로에서 구의원에 출마하기로 결심한 동기였습니다.

 

진보정치는 지역에서 주민들과 소통하고 교감하며 실력과 존재감을 꾸준히 증명해가야 합니다. 진보정치의 요체는 서민을 위한 정치에 있습니다. 진보정당에 회의적이거나 심지어 적대적 경향의 분들도 진보정치가 서민들의 복리를 증진하는 데 기여해왔다는 사실마저 차마 드러내놓고 부인하지는 못합니다. 따라서 진보정치의 활로와 미래를 현장에서, 지역에서 모색하려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져야만 합니다.

 

공 : 대변인님께서는 구로 토박이신가요?

 

김 : 예, 초등학교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모두 구로에서 다녔습니다. 결혼한 다음 신혼집을 차린 곳도 구로구였습니다.

 

공 : 정치에 입문하며 선택하신 정당은 정확히 어디였나요?

 

김 : 민주노동당이었습니다. 지금부터 20년 전이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2004년의 제17대 총선을 즈음에 민주노동당에 평당원으로 입당했습니다.

 

공 : 시야를 서울 전역으로 확장해 질문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행 선거구 숫자를 기준으로 서울시에는 49명에 달하는 적잖은 숫자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김근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타계한 이후로는 민중이 의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이 서울에서 등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정치인들의 리더십이 왜 이렇게 형편없이 추락한 걸까요?

 

김 : 그건 서울에만 한정된 문제가 아닙니다. 국회의원들의 전반적 자질과 수준이 전국적으로 낮아진 탓입니다. 과거에는 소속 정당과는 무관하게 자신만의 뚜렷한 특장점과 비장의 필살기를 지닌 정치인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공 : 스타급 국회의원들이 꽤 많았습니다.

 

김 : 개별적으로 특출한 정치인들이 현재도 물론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국민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 당이든, 저 당이든 당권을 장악한 실력자 앞에서 설설 기기 일쑤입니다. 국민의힘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소신 있게 쓴소리를 하지 못합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단호한 반대 의사를 좀처럼 표명하지 못합니다. 여기도 예스맨 일색이고, 저기도 예스맨투성이입니다.

 

공 : 말이 원팀이지, 하는 짓들을 보면 실제로는 조폭집단을 방불하게 합니다.

 

김 : 다들 공천에만 목매다 보니 이러한 민망하고 부끄러운 자화상이 그려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공천권자 앞에만 서면 즉각 순한 양이 돼버리는 모양새입니다. 국민의 눈치는 아랑곳하지 않은 채 자기의 자리보전에만 급급해하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진영논리가 더욱더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당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있습니다. 시대착오적 보스정치가 부활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현실에 대한 냉철한 성찰과 개선 없이는 국회의 수준과 국회의원들의 역량이 높아지기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개탄스러운 현상에서는 지역의 구분이 없는 터라 서울의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천만 서울시민들에게 실망감과 배신감만 끊임없이 안겨주고 있습니다.

 

공천권자의 눈치만 보는 정치는 희망이 없어

 

김희서 대변인은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일과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은 양립될 수 없다는 소신을 단호하게 피력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공 : 대변인님께서 통탄하신 정치권의 총체적 저질화의 극치를 윤석열 직영체제를 완성한 국민의힘 3ㆍ8 전당대회가 이룬 것으로 분석고 있습니다.

 

김 : 국민의힘 당대표에 오른 김기현 의원이 무얼 하는 인물이었는지 알고 있는 국민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 사람아 단지 윤심(尹心)이 밀어준다는 이유만으로 집권여당의 당수로 선출됐습니다.

 

공 : 김기현 의원은 대다수 국민에게는 기껏해야 전형적인 지방토호 정도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용산 대통령실이 한국정치를 아주 단단히 희화화시켰습니다.

 

김 : 우리나라 정치의 위상은 과거와 비교해 오히려 현격히 저하됐습니다. 정치의 위상이 저하되니 그 여파로 국민이 존경하고 신뢰할 만한 권위 있는 정치 지도자들도 아울러 자취를 감췄습니다. 정치가 날개 없이 추락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추세에서는 서울도 예외가 아닙니다.

 

공 : 윤석열 대통령은 20대 대선이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후보해본 공식 선거였습니다. 그런데 덜컥 당선됐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방탄 출마라는 비난을 받아가며 겨우 초선 국회의원이 됐습니다. 그럼에도 다선의 쟁쟁한 중진의원들을 제치고 원내 제1당의 수장으로 뽑혔습니다. 두 사람의 전광석화 같은 약진은 우리나라의 선거민주주의가 국민들로부터 극도의 불신과 혐오의 대상이 됐기에 달성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김 : 선거 처음 나온 인물이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국회의원 경력 없는 인사가 국회 다수당의 리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대목은 민주정치의 중요한 받침대인 의회정치가 나날이 무기력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회는 민의의 전당입니다. 민심이 수렴되고 집약되는 장소입니다. 아무리 국회가 끔찍하게 밉고 싫어도 의회정치의 복원과 정상화는 국회의원들을 비롯한 나라 전체의 긴급한 현안이고 과제입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통렬한 자성과 함께 국민들께서 국회가 지금처럼 수시로 공공연히 건너뜀(Passing)을 당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너무 늦기 전에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 : 대변인님께서는 현재 정의당의 수석대변인으로 근무하고 계십니다. 지방의회와 국회를 골고루 경험하신 셈입니다. 업무 처리의 속도에 비추면 구의회가 국회보다 더 능률적이지 않을까요?

 

김 :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제가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와 보니 정말 열의를 갖고서 일을 잘하는 국회의원들이 상당수였습니다. 본인들의 권력과 기득권을 유지하는 데만 여념이 없는 의원들이 워낙 많은 탓에 그분들의 활약상이 안타깝게도 빛이 바래고 있습니다. 이 여시 극단적 진영논리의 대표적 폐해입니다.

 

공 : 지방의회가 국회의 축소판일 수 있다는 의미인가요?

 

김 : 예, 주민들을 위한 봉사 대신에 공천권자의 눈에 드는 데만 더 열중하는 사람들은 지방의회에도 있습니다. 왜냐면 두 명을 선출하는 선거구의 경우에는 1번당이나 2번당의 공천만 받으면 무조건 백 프로 당선이기 때문입니다.

 

공 : 어디를 가나 그놈의 공천이 화근이네요.

 

김 : 국회는 국회의 본분이 있고, 지방의회는 지방의회의 역할이 있습니다. 저는 국회에도, 지방의회에도 원칙과 신념을 지키며 패기 있게 의정활동에 임하는 정치인들이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공천권자의 심기 경호에 애면글면하지 말고 국민의 행복과 안위에 정치생명을 거는 사람이 필요합니다. 한번을 하더라도 민심을 하늘같이 섬기며 당당하게 나가야죠.

 

공 : 진실로 올바른 정치는 짧고 굵게 하는 정치일 수 있겠네요.

 

김 : 무릇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공 : 아닌 걸 아니라고 말했다가 집권당의 젊은 당대표가 야밤에 대표직이 날아가서 요즘은 정치인들이 더 납작 엎드리는 분위기입니다. 이준석 숙청이 윤석열 정권 시대의 한국정치의 결정적 한 장면으로 기록된 느낌입니다.

 

김 : 그럴수록 부당한 권력의 횡포에 가열 차고 용감하게 맞서야죠. 더군다나 국회의원은 독립된 헌법기관입니다. 독립된 헌법기관으로서의 품격에 걸맞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면 권력에 예속되지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한층 더 단단히 다져야 합니다.

 

공 : 대변인으로 일하시느라 바쁘신데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김 : 허심탄회한 말씀 드릴 수 있는 기회의 장 마련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김희서 대변인은 1977년 서울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구로 민중의 집」에서 근무했다.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노동당 당적으로, 2018년 제7회 지방선거에서는 정의당 소속으로 구로구 구의원으로 연속해서 당선되었다. 진보적 인터넷신문 「레디앙」에서 고정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으며, 현재는 정의당 수석대변인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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