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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서③, “정의당은 야권연대’의 문 열어놓고 있다” - 구로구 구의원으로 활동하며 여성 청소년 생리용품 무상지급 이뤄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4-17 19:3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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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진보정치 진영에게 선거연대는 양날의 칼이었다. 한 개의 지역구에서 단 한 명의 당선자만 배출하는 현행 소선거구 다수다수제 아래에서 진보정당의 독자생존은 난망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연합정치의 주요한 일환인 선거연대가 당장은 맛있고 배부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을 허약체질로 이끄는 정치적 패스트푸드였다는 점이다.

정의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절체절명의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허기진 정의당의 생존과 부활을 위해서 선거연대, 즉 야권연대의 필요성과 불가피성을 일단은 긍정하는 기색이었다.

야권연대의 범위 안에는 민주당도 포함돼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당대당 통합은 어려워도 야당들 사이의 선거연합은 충분히 가능하다는 의견을 조심스럽게 개진했다. (사진 : 김한주 사진전문기자)

공희준(이하 공) : 내년 총선 정국이 시작되면 ‘진보대통합’의 연기가 다시금 모락모락 연기가 피워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대변인님께서는 정의당과 진보당을 합쳐야 한다는 주장에 어떻게 대처하실 생각인지요? 진부하고 식상한 전략전술이기는 해도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얘기거든요.

 

김희서(이하 김) : 이정미 대표님께서 여러 차례 말씀하신 바대로 정의당의 입장은 명확합니다. 선거연대와 정책공조처럼 힘을 합치는 게 필요한 경우는 협력에 기꺼이 나설 생각입니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진보대통합을 추진할 제도적 환경이 구비돼 있지를 않습니다. 민주노총에서 제시한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기존 정당들이 이미 엄존하는 상태에서 가설정당 같은 형식을 취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더욱이 정의당은 선거에서의 승리만을 목표로 한 편법적 수단의 무분별한 동원과 채택은 민주정치의 기본적 원칙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꾸준히 비판해왔습니다. 다만, 울산과 창원 같은 지역에서의 선거연대나 선거구제 개혁 등의 정책공조와 관련해서는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문호를 개방하고 있습니다. 저는 선거연대와 정책공조의 범위가 진보정당들 간의 협조에만 국한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선거 국면에서의 연합과 연대는 유연성을 갖고서 대처할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당을 통째로 합치는 결정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공 : 야권연대에는 나설 의향이 있다는 뜻이네요?

 

김 : 선거연대를 할 것이냐, 하지 말 것이냐를 지금 이 자리에서 단정적으로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정치에서는 모든 경우의 수에 대비해야만 합니다. 야권연대도 이러한 시각의 연장선에서 판단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 : 그래서 오래전부터 정치를 가능성의 예술이라고 말해왔습니다.

 

김 : 그 단계까지 상정한 진전된 협의를 당내에서 아직은 진행한 적은 없습니다.

 

공 : 야권연대에 관한 공식적 논의를 한 적이 없다는 말씀인가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선거연대를 무조건 해야만 한다”거나, 또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식의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공 : 경직된 교조주의로 선거전에 임하면 늘 쓴잔을 마시더라고요.

 

김 : 협력의 공간은 정책 분야에서 특히 넓게 열려 있습니다. 정의당이 역점을 두고서 추진하는 정책을 어느 당이 흔쾌히 수용할 의사를 표명한다면 저희가 협력을 마다할 이유는 없습니다.

 

공 : 저의 경험칙상 내년 투표일 임박해 이른바 진보 원로라는 분들이 원탁 주변에 빙 둘러앉아 근엄한 표정으로 유권자들을 내려다보며 호통을 치는 구태의연하고 시대착오적 정경이 다시금 되풀이될 것 같습니다.

 

김 : 그런 일은 더 이상은 재현되기 힘듭니다.

 

1980년대 인물들이 2020년대를 주도할 수는 없어


김희서 수석대변인은 구로구 구의원으로 일할 당시에 관내의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도록 명시한 조례를 구의회에서 대표발의해 통과시킨 일을 정의당이 지방자치 심급에서 거둔 소중한 성과물의 하나로 예시했다. (사진 : 김한주 기자)

공 : 대변인님께서는 진보정당 소속으로는 아주 희귀하게 서울 서남권에서 구의원으로 재선 고지에 오르셨습니다. 그러나 삼선의 벽 앞에서 끝내 좌절하고 마셨습니다. 구로구를 위시한 서울 서남권은 민주당 계열 정당의 전통적 텃밭이었습니다. 이 지역은 민주당 대안으로 보수 정당에 간간이 표를 주기는 했어도 진보정당에 아직까지는 완전히 곁을 내주고 있지 있습니다. 서울 서남권에서 진보정치의 꽃을 만개시킬 비전과 청사진이 있다면 이참에 소개해주세요.

 

김 : 도깨비방망이 같은 시원한 한방이 있으면 좋겠지만 그런 마법의 도구는 현실정치의 세계에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는 정공법만이 해답이라고 확신합니다.

 

공 : 어떤 방도가 정공법인가요?

 

김 : 지역에서 주민들의 신뢰를 차근차근 쌓아가는 길입니다. 현재의 선거제도는 진보정치의 꽃을 피우기에 대단히 척박한 토양을 지속적으로 확대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지금부터 불과 2년 전만 해도 분위기가 어땠습니까? 문재인 정부 밑에서 살기가 어려우니 윤석열이라도 찍어야겠다는 기류가 세간에 강력히 흘렀습니다. 현재는 윤석열 정부가 하는 짓들을 더는 못 봐주겠다면서 더불어민주당으로 차례차례 지지를 옮겨가는 구도입니다. 뭔가 화끈한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유권자들이 기득권 양당 사이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하나를 택일해야만 상황입니다.

 

정치에 극도의 혐오와 불신을 갖게 된 많은 국민들께서는 이 당이 승리하나, 저 당이 득세하나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자포자기의 절망적 심정으로 투표장에 나가고 계십니다. 정치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 옆으로 다가서려면 진보정치의 가치와 진보정당의 유용성을 진정성 있게 설득해야 합니다. 그런데 말만 앞세워서는 유권자들의 마음과 믿음을 오롯이 얻을 수 없습니다. 주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정책과 대안을 개발하고 법률과 조례를 제정하는 실천적 활동에서 가시적 성과물을 창출해야 합니다.

 

정의당은 얼마 전부터 「3만 원 프리패스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기후위기는 인류의 생존을 뿌리부터 위협하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극복하려면 자동차 운행을 자제하고, 대중교통 이용을 활성화하는 게 필수입니다. 「3만 원 프리패스」 운동은 기후위기 극복의 목적에 충실히 부합할뿐더러 최근의 급격한 물가상승으로 무거워질 대로 무거워진 서민들의 교통비 부담을 크게 완화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왜냐면 3만 원만 정액제로 납부하면 한 달 동안 수도권의 모든 대중교통 수단을 마음껏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정책에 관해 들으신 분들은 그 즉시 열렬한 찬성과 지지를 보내주고 계십니다. 이처럼 요긴하고 쓸모있는 정책을 만들어 그 효과를 제대로 알리면 진보정치에 대한 대중의 효능감이 대폭 높아질 수 있습니다.

 

공 : 구로구 구의원으로 매우 의미 있는 정책을 성사시키셨다고 들었습니다.

 

김 : 저는 구의원으로 일하면서 구로구에 거주하는 모든 여성 청소년들에게 생리용품을 무료로 지급하는 조례를 대표발의해 구의회에서 가결시켰습니다. 2019년 10월 말의 일이었습니다.

 

공 : 조례의 정확한 명칭이 무엇이었나요?

 

김 : 「구로구 여성청소년 생리용품 보편지급 조례안」이 정식 명칭이었습니다.

 

공 : 보편적 복지의 일환이었겠네요?

 

김 : 예, 그렇습니다. 주민들의 피부에 절실하게 와 닿는 조례를 발의해 통과시키는 실천적 활동은 진보정당이 기성 보수정당과 비교해 압도적으로 유능하게 해낼 수 있는 일입니다.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의 또 다른 강점은 문턱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문턱이 없으니 주민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과 진솔한 대화가 가능합니다.

 

주민들은 국회의원들에게는 거리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와 달리 지방의원들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쉽게 체감될 수가 있습니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과는 다르게 생생한 민생현장 중심으로 움직이는 덕택입니다. 저는 진보정치가 여의도로 상징되는 중앙정치에만 매몰되지 말고 지방자치의 무대에서 그 경쟁력을 검증되고 인정받기를 바랍니다.

 

공 : 구로 갑 지역구는 이인영 의원이 4선 의원으로 군림해온 지역구입니다. 한마디로, 이인영의 봉토 같은 곳입니다. 이인영 의원의 사례에서 뚜렷이 목격되듯이 서울 서남권은 민주당 소속 86 세대 정치인들의 오랜 아성으로 자리해왔습니다. 고인 물들의 천국의 돼버린 셈입니다. 장강의 앞물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고인 물이 되고 만 86 세대 정치인들이 과연 언제까지 서울 서남권을 배경으로 중세시대의 봉건 영주처럼 군림할 수 있을까요? 그분들의 굳건한 장기집권 체제가 정치에 대한 일반 대중의 환멸과 실망감을 임계점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어서요.

 

김 : 다른 지역에 대해 제가 함부로 왈가왈부할 입장은 되지 않습니다. 단, 구로를 포함한 서울 서남권에 관해 언급하자면 방금 작가님께서 지적하신 고인 물들을 지역의 장기적 미래를 위해 정치적으로 배수해내는 작업이 분명 시급하기는 합니다.

 

저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똑같은 지역구에서 3선을 하고, 4선을 하고, 5선을 기록하는 게 지금 시대에 과연 바람직한지 묻고 싶습니다. 이런 견해는 저 혼자만의 독단적 주관은 아닙니다. 많은 국민들께서도 비슷한 의견을 가지신 것으로 보입니다. 화급한 정치개혁 법안의 하나로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3선 연임 제한이 줄기차게 거론되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임기는 4년입니다. 5선이면 20년 동안 특정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노릇을 했다는 의미가 됩니다. 아무리 좋은 덕담도 계속 반복해 들으면 지루하게 들리는 법입니다. 국민은 정치권을 향해 과감한 변화와 혁신을 오래전부터 촉구해왔습니다. 정치가 사회의 활력을 더는 떨어뜨려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우리 사회에 폭넓게 형성돼 있기도 합니다. 게다가 86 세대가 한때 선도하고 견인했던 시대정신은 이제는 낡은 과거의 유물이 되었습니다.

 

공 : 저는 그분들의 유통기한은 참여정부의 퇴장과 동시에 만료됐다고 믿습니다.

 

김 : 1980년대의 과제가 있었습니다, 1990년대의 역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1980년대의 기준으로, 1990년대의 잣대로 2024년을 관통하는 시대정신을 재단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가 바뀌면 사람도 바뀌어야 합니다. 우리 정치는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려는 헛된 시도를 지나치게 오랫동안 계속해왔습니다. 그 부작용과 후유증이 오늘날 수습 불능의 지경으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86 세대가 기득권 세력으로 철저히 변질된 작금의 사태가 이의 대표적 증상입니다. 대한민국이 다시금 활력을 되찾아 변화와 혁신에 힘차게 시동을 걸려면 더 많은 청년들이 정치권에 진출해야 합니다. 여기에 화답해 86 세대 정치인들의 자발적 용퇴 행렬이 이어져야만 합니다.

 

이 두 가지 개별적 흐름이 하나로 효과적으로 맞물릴 때 세대교체가 실현되고, 정치교체가 달성될 수 있습니다. 서울 서남권은 서울시내의 다른 지역들과 견주어 발전이 늦다는 평가를 받아왔습니다. 저는 우리 지역의 정체와 답보를 타개할 돌파구가 전면적인 정치적 변화를 통해 마련됐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습니다. (④회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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