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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수진의 원조는 중국이 아니었다 - 전략과 용단의 리더십 : 테미스토클레스 (5)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11-10 18: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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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l" style="width: 350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11/18b33fd080886c0c1cc83b31e332285ee15c39bf.jpg"><span class="fr-inner">중국인들 주장과 달리 배수진의 원조는 중국이 아닌 그리스였다. 그림은 한신을 그린 모습. (출처 : 나무위키)</span></span></span>안 풀리는 집안일수록 불화가 잦은 법이다. 선거에서 패배했거나 패배할 가능성이 높은 정당에서 당내 파벌싸움이 더욱더 빈번해지는 이유다. 이와 대조적으로 승리의 희망과 성공의 서광이 엿보이면 서로 간의 해묵은 원한도 덮어두기 마련이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정적인 아리스테이데스를 도편추방을 시켰다.&nbsp;그가 지질한 소인배였다면 아리스테이데스의 복귀를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해했으리라.&nbsp;테미스토클레스의 대안으로 아리스테이데스를 염두에 둔 시민들이 아테네에 수두룩했기 때문이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국난 극복을 위해서는 아리스테이데스의 도움이 절실함을 잘 알고 있었다.&nbsp;게다가 만에 하나 아리스테이데스가 그를 내쫓은 조국에 앙심과 원한을 품고서 페르시아의 편에 서기라도 한다면 테미스토클레스에게는 치명타였다.&nbsp;아리스테이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가 구상해온 전략전술의 허실을 그 누구보다도 정확히 꿰뚫어봤다.&nbsp;아리스테이데스가 제국에 가담하면 그를 지지하는 추종자들도 크세르크세스의 품에 안길 게 뻔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모험수를 띄웠다.&nbsp;그는 추방당한 아테네인들의 조기 귀국을 허용하는 법안을 민회에서 발의해 통과시켰다.&nbsp;테미스토클레스가 의도한 바대로 아리스테이데스는 나라로 돌아와 테미스토클레스에게 기꺼이 힘을 실어줬다.&nbsp;두 사람의 화해와 협력이 아테네인들의 사기와 일체감을 크게 끌어올렸음은 물론이다.</p><p>&nbsp;</p><p>아테네 내부의 결속을 다진 다음은 그리스 전체의 유대감에 콘크리트를 부을 차례였다.&nbsp;그리스 연합함대의 총사령관 에우리비아데스는 전쟁이 발발한 이래 본국으로 내뺄 궁리만 호시탐탐 해왔다.&nbsp;아테네 군민들이 도시를 비운 일은 그에게는 함대를 남쪽으로 물릴 수 있는 절호의 구실이 되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뒤로 꽁무니를 빼는 사람은 절대로 승리의 월계관을 머리에 쓸 수 없다며 총사령관의 패배주의적 사고를 정면으로 비판했다.&nbsp;그러자 격분한 에우리비아데스가 그를 지팡이로 내리치려 하자 테미스토클레스는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p><p>&nbsp;</p><p>&ldquo;우리 아테네는 나라를 버리지 않았습니다.&nbsp;살라미스 섬 앞바다에 위풍당당하게 떠 있는&nbsp;200척의 아테네 전함들이 지금부터 우리의 성벽이고 도시입니다.&nbsp;우리는 전쟁에서 이긴 다음 승리의 과실을 모조리 독식할 작정입니다.&nbsp;그러니 스파르타를 비롯한 다른 폴리스 사람들은 지금부터 아테네가 이뤄낼 찬란한 업적을 그냥 구경만 하십시오.&rdquo;</p><p>&nbsp;</p><p>에우리비아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가 근거 없는 허장상세를 부리는 허황된 인간이 아님을 그와 숙식을 함께하며 소상히 인지한 차였다.&nbsp;그는 페르시아 침략자들이 물러간 후에 아테네가 전리품을 독차지할지 모른다는 생각에 갑자기 불안해졌다.&nbsp;이런 스파르타 장군의 심리를 눈치 채지 못하고 빨리 코린트 지협 방면으로 철퇴하자고 채근했던 어느 에레트리아 사나이는 테미스토클레스로부터 다음과 같은 모진 지청구를 들어야만 했다.</p><p>&nbsp;</p><p>&ldquo;당신,&nbsp;인간이야?&nbsp;아니면 오징어야?&nbsp;심장이 있어야 할 곳에 먹물주머니가 있잖아.&rdquo;</p><p>&nbsp;</p><p>오징어는 포식자를 피해 도망갈 때 문어처럼 먹물을 내뿜고 도망가는 습성을 가진 동물이다.</p><p>&nbsp;</p><p>그리스 연합군 지휘부가 함상에서 열린 작전회의에서 옥신각신하는 사이에 페르시아 육군과 해군이 드디어 시야에 나타났다.&nbsp;페르시아군의 함선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스군 측에서 바라보면 해변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nbsp;페르시아 해군이 해안가 근처 바다를 가득 메웠다면,&nbsp;제국의 육군 병력은 바닷가 모래사장에 발 디딜 틈 없이 포진했다.&nbsp;페르시아 병사들이 손에 창칼 대신에 그물과 양동이를 들고 있었다면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어시장이 형성되었을지 모를 노릇이다.</p><p>&nbsp;</p><p>이제껏 말로만 들어온 페르시아군의 규모와 위용을 실제로 육안으로 목격한 그리스군은 놀라움으로 벌어진 입을 좀처럼 다물 수가 없었다.&nbsp;잠시 침묵이 흐른 후 장군들도,&nbsp;병사들도 지체 없이 후퇴하는 것만이 상책이라고 웅성거렸다.&nbsp;어렵게 결집시킨 그리스 함대가 자칫하면 일순간에 와해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이었다.</p><p>&nbsp;</p><p>이때 테미스토클레스는 후세에 두고두고 인구에 회자될 신묘한 계책을 꺼내들었다.&nbsp;페르시아 혈통의 전쟁포로인 시킨노스를 비밀리에 포섭해 적군에 역정보를 흘리는 반간계를 사용한 것이다.&nbsp;테미스토클레스는 시킨노스 가족의 안전과 생계를 확실하게 책임지겠다고 사전에 단단히 약속한 터였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로부터 특명공작을 부여받은 시킨노스는 크세르크세스를 알현하고서는 그리스 함대가 외해로의 탈출을 시도하기 전에 서둘러 해협을 봉쇄하라고 조언했다.&nbsp;시킨노스의 진의가 뭔지를 파악했을 까닭이 없는 크세르크세스는&nbsp;2백 척의 군함을 긴급히 동원해 그리스 함대의 예상되는 도주로를 물샐 틈 없이 차단했다.</p><p>&nbsp;</p><p>아리스테이데스는 테미스토클레스가 위험천만한 배수진을 치고 있음을 단박에 간파했다.&nbsp;중국의 병법가 회음후 한신이 초한전쟁에서 배수진을 선보이기 거의&nbsp;300년 전 일이었다.</p><p>&nbsp;</p><p>대의를 목적으로 뭉쳤을지언정 두 사람 간의 구원은 아직은 완전히 청산되지 않은 상태였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밤중에 자신의 막사를 조용히 찾아온 아리스테이데스에세 허심탄회하게 속내를 털어놓으며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의 옥쇄작전을 빼놓으면 뾰족한 묘안이 없다고 솔직히 고백하였다. 아리스데이데스는 그를 흉금 없이 대하는 테미스토클레스에게 감동과 연민을 느꼈다. 그는 숙적의 손을 꼭 부여잡고선 최선을 다해 도울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테미스토클레스를 안심시켰다.</p><p>&nbsp;</p><p>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아리스테이데스는 &ldquo;테미스토클레스에게는 깊은 뜻이 있다&rdquo;는 식으로 선장들과 승조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때마침, 에게헤 한가운데 위치한 티노스 섬에서 페르시아 함대에 파견한 삼단노선 한 척이 그리스 함대로 귀순해왔다. 그들은 동포들이 승선한 배를 향해 충각을 앞세우고 돌격을 감행할 마음이 처음부터 없었다.</p><p>&nbsp;</p><p>함장 파나이티오스는 페르시아의 대선단이 그리스 함대의 퇴로를 철통같이 가로막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갑판과 선실에 각자가 떠맡은 임무에 걸맞은 차림으로 빼곡히 배치된 그리스인들은 제각기 신의 가호를 빌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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