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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 ‘전 인민의 해군화’에 나서다 - 전략과 용단의 리더십 : 테미스토클레스 (4)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11-09 18: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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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dquo;친구는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rdquo;라는 말이 있다. 아르키텔레스는 문명화된 아테네인이 어떻게 적국이자 야만인인 스파르타 녀석들의 명령에 복종할 수 있겠느냐며 격렬하게 반발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르키텔레스가 지휘하는 전함이 선원들에게 줄 급료는 물론이고 기본적 식량마저 부족한 사실을 간파하고는 이 고분고분하지 않은 선장에게 선박을 운용하는 일에 보태 쓰라며 다량의 은화를 남몰래 보내줬다.</p><p>&nbsp;</p><p>아르키텔레스가 은밀히 수령한 비자금으로 빡빡한 자금 사정에 한숨을 돌리자마자 알키비아데스는 갑자기 얼굴색을 바꾸더니 총사령관의 지시에 고분고분 순종하지 않으면 뒷돈을 챙긴 사실을 폭로하겠다고 그를 협박했다. 단순하고 우직한 성격의 아르키텔레스는 세상에 공짜점심은 없다는 교훈을 비로소 확실히 터득했다.</p><p><br></p><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b" style="width: 650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11/25ed6a72148e2b2cd7c7ac29acc2a27778cbc4f0.jpg"><span class="fr-inner">아테네는 징집가능한 모든 시민을 해군에 편입하는 전략으로 페르시아에 맞섰다. (이미지는 북한우표)</span></span></span></p><p>페르시아 제국군과 그리스 연합군의 바다에서의 서전은 아르테미시온 해협에서 벌어졌다. 함선과 군사들의 숫자에서도, 무기를 비롯한 각종 장비의 위력과 정교함에서도 전자의 압도적 우위였다. 그리스는 두 가지에서만 우위를 점했다. 악과 깡이었다. 첫 번째 해전은 무승부로 끝났다. 악에 받치고 깡으로 똘똘 뭉친 그리스인들은 이번 해전을 통해 투지와 용기만 있으면 적의 수적인 우세를 충분히 극복하고 상쇄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p><p>&nbsp;</p><p>그러나 레오니다스 휘하의 스파르타 전사들이 수비하던 테르모필레 협곡의 방어선이 무너진 까닭에 그리스는 함대 전체를 남쪽 방향으로 철수시켜야만 했다. 아테네 군함들이 함대의 후위를 지키며 혹시 있을지 모를 페르시아 함대의 습격에 대비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적선이 닻을 내릴 걸로 예상되는 지점들마다 페르시아 제국의 신민으로 복속된 이오니아 사람들의 반란과 봉기를 촉구하는 구호를 큼지막하게 적어놓았다. 같은 그리스 민족인 이오니아인들이 페르시아에 반기를 들면 최상의 시나리오였다. 그들이 설령 크세르크세스의 억압적 통치에 저항하지 않더라도 페르시아 국왕은 자국 해군에서 복무중인 이오니아 태생 장병들의 충성심을 의심할 가능성이 컸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은, 배산임수의 심리전을 적진을 분열시킬 목적의 이간책으로 구사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의 책략은 그가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고, 페르시아 육해군은 무서운 속도로 남하해 마침내 포키스 시까지 밀고 내려왔다. 아테네는 병력을 최대한 북상시켜 보이오티아 지방에서 적을 맞이하자고 주장했으나 거의 모든 나라들은 이구동성으로 북쪽 영토 전체를 포기한 다음 남쪽으로 내려가 펠로폰네소스 지방을 근거지로 삼아 항쟁할 것을 고집했다. 그들은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진입하는 좁은 지협만 효과적으로 봉쇄하면 페르시아의 대군을 물리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병의 주둥이에 해당하는 지협에 급하게 방벽을 구축하기 시작했다.</p><p>&nbsp;</p><p>아테네인들은 동포들의 배신과 무책임에 분통을 터뜨렸다. 펠로폰네소스로 이어지는 지협에서 적을 막자는 건 아테네를 포함한 아티카 지방 전역을 적군에게 싸우지 않고 고스란히 내어주자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펠로폰네소스 반도로 후퇴하는 방법을 빼놓으면 적병의 칼날과 학살을 피할 수 있는 길은 딱 하나 남아 있었다. 시민들 전원이 배를 타고 피란하는 방도였다.</p><p>&nbsp;</p><p>문제는 그러면 신을 섬기는 신전들과 선조들의 유해를 모신 무덤들이 적들의 손에 무자비하게 파괴될 것이란 점이었다. 이러한 참혹한 광경을 머릿속에 그리자 아테네인들의 가슴은 슬픔과 부끄러움, 그리고 죄책감과 수치심으로 갈가리 찢어질 듯했다. 그들은 차라리 육지에서 적과 맞서다 조상들 바로 곁에서 숨을 거두겠다고 아우성쳤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고향을 향한 시민들의 애착이 성공적 군사작전 수행에 중대한 걸림돌로 작용한 것임을 오래전부터 예견해온 터였다. 그는 이성적이고 합리적 논리에 의지해서는 적군이 가져온 공포심과 적국에 대한 적개심 사이를 수시로 시계추처럼 진자 운동하는 시민들을 전연 설득할 수 없다는 결론 역시 일찌감치 내려둔 상황이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신탁과 자연현상을 이용해 민심을 움직였다. 그는 아크로폴리스의 성역에 서식하는 뱀들이 일제히 자취를 감춘 이유는 지혜로운 뱀들이 안전한 바다로 도망쳤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ldquo;나무로 된 방벽&rdquo;에 기대어 침략자를 격퇴하라는 신탁을 다시금 상기할 것을 동료 시민들에게 촉구하였다.</p><p>&nbsp;</p><p>정치인 못잖게 민중도 명분이 있어야 과감한 행동에 나설 수 있기 마련이다.&nbsp;시민들도 육전에서는 승산이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nbsp;그들에게는 체면을 깎이지 않고 바다로 피신할 알리바이가 필요했고,&nbsp;그 적절한 핑계거리를 테미스토클레스가 제때 만들어준 셈이었다.</p><p>&nbsp;</p><p>테미스토클레스는 건강한 성인남성 모두를 삼단노선 승조원으로 징집하는 총동원령을 발의해 민회에서 가결시켰다. 이와 나란히, 전투에 참여할 수 없는 여성과 노인과 아이들을 트로이젠으로 대피시키는 법안 또한 정식으로 채택되었다. 트로이젠의 정치가 니카라고스는 그곳으로 소개된 이웃나라 민간인들을 세심하게 보살피는 통 큰 법안을 입법함으로써 아테네 사람들의 칭송과 박수갈채를 받았다. 법안에는 피란을 온 아테네 아이들의 교육을 전담할 교사들을 고용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p><p>&nbsp;</p><p>지상전은 깡다구만 있으면 치를 수 있다. 반대로 해전은 본질적으로 돈싸움이다. 삼단노선 한 척이 기동성 있게 항진하려면 170명의 노잡이가 요구되었다. 노예 출신 노잡이들은 도망갈 궁리만 했다. 그들에게 수시로 채찍질이 가해진 까닭이다.</p><p>&nbsp;</p><p>아테네 노잡이들은 자유인 출신 시민들이 대다수를 차지했다. 자유인이라고 하여 언제까지나 &lsquo;열정 페이&rsquo;만 강요할 수는 없는 법이다. 테미스토클레스는 부족한 군자금을 기지를 발휘해 충당했다. 그는 아테네 여신의 신상에서 메두사의 머리 모양을 조각한 부분이 사라졌다며 이를 찾아내겠다는 구실로 부유한 피란민들의 짐을 대대적으로 수색해 상당량의 귀중품을 방위성금으로 헌납받았다. 조금 냉소적이고 희화적으로 표현하면 헌납을 당했다. 부자들로부터 반강제로 거둔 금품은 수병들의 급료를 지불하는 재원으로 요긴하게 활용되었다.</p><p>&nbsp;</p><p>전함의 전투원이나 노잡이로 징병된 병사들은 트로이젠으로 떠나는 가족들과 뜨거운 포옹과 입맞춤을 나누며 작별 인사를 하였다. 몸이 불편한 탓으로 어쩔 수 없이 도시에 잔류하기로 결정한 노인들은 다시는 만나지 못할 가족과 이웃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주름진 얼굴 위로 굵은 눈물방울을 흘렸다.</p><p>&nbsp;</p><p>가정집에서 기르는 몇몇 짐승들은 주인과 헤어지기가 싫어 그들을 끝까지 쫓아왔다. 이런 동물들 중에서 소년 시절의 페리클레스가 키우던 애완견이 가장 유명했다. 그가 풋내기 신병으로 탑승한 배를 따라 바다를 건너 살라미스 섬까지 헤엄쳐 오느라 완전히 탈진해버린 충직한 개는 뭍에 오르자 곧바로 숨이 끊어지고 말았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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