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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카이사르처럼 - 돈으로 산 황금만능의 리더십 : 크라수스 (9)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7-08 18: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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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r" style="width: 282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07/06b6b26898f2576417111c7c758d2839861ff6e0.jpg"><span class="fr-inner">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일본 출신 작가 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에서 과장되게 미화한 것과는 다르게 음흉하고 인색한 장사꾼 기질이 짙었다. (이미지 출처 : YES24)</span></span></span>스파르타쿠스의 반란을 진압한 후에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동시에 집정관 선거에 출사표를 던졌다. 그들은 경쟁자보다는 러닝메이트 관계로 상대방의 출마를 권유하고 유세를 지원했다. 꺾지 못할 바에는 친구가 되는 게 차라리 낫다는 전략적 판단으로부터 비롯된 행동이었다.</p><p>&nbsp;</p><p>양자의 갈등과 경쟁은 집정관 자리에 동반당선된 다음 화끈하게 불붙었다.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집정관으로 재임하며 특별한 업적과 성과를 남기지 못했다. 서로 사사건건 발목을 붙잡고 늘어진 탓이었다. 그나마 크라수스는 사재를 출연해 몇 가지 선심성 정책을 펼쳤다. 그는 잔칫상이 1천 개나 놓인 초대형 축제를 기획하기도 했고, 로마 시민들을 위해 3개월분의 곡식을 공짜로 나눠주기도 했다.</p><p>&nbsp;</p><p>두 집장관의 대립으로 인해 나라가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는 지지부진한 상태에 빠지자 기사계급 태생의 지방민인 오나티우스 아우렐리우스가 대중 앞에 나서서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의 화해와 협력을 종용하는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그러자 넉살 좋은 크라수스가 먼저 폼페이우스에게 다가가 손을 꽉 잡았다. CEO 출신의 부유한 정치인이 마음에도 없는 입에 발린 찬사를 바치는 동안에 소년급제 경력의 또 다른 집정관은 미동도 하지 않고서 냉담한 표정으로 그저 묵묵히 듣기만 했다.</p><p>&nbsp;</p><p>크라수스는 집정관으로서의 존재감이 미미했던 만큼이나 감찰관으로서 재직할 때도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찰관은 현대 한국에 대입하자면 검찰총장과 감사원장을 겸하는 매우 중요한 직책이었다. 매의 눈을 가지고 국정 전반을 규찰하면서 관료들의 비위를 적발해야만 하는 막중한 임무를 한 몸에 짊어진 자리였다.</p><p>&nbsp;</p><p>&ldquo;좋은 게 좋은 거&rdquo;라는 식의 모나지 않고 둥글둥글한 처세야말로 크라수스의 인생철학을 관통하는 핵심적 원리였다. 문제가 발견될 적마다 &ldquo;선수끼리 왜 그래?&rdquo;라며 대충 얼버무리고 지나갔을 크라수스가 감찰관을 맡았다는 사실은 로마의 공화정 제도가 회복 불능의 말기암 단계에 이르렀음을 뜻했다. 크라수스는 감찰관 본연의 업무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이집트 원정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이를 비판하는 동료 감찰관 카툴루스와 마찰을 빚고서 그와 함께 감찰관직에서 동반사퇴하고 말았다. 그는 로마 최고의 마당발답게 나아갈 때도, 물러날 때도 누군가를 옆에 끼고 있었다.</p><p>&nbsp;</p><p>로마 정계에서 보신과 복지부동으로 일관해온 크라수스가 거의 유일하게 주머니 속의 송곳처럼 삐져나온 경우가 있었다. 카틸리다 일당이 공화정을 불법적으로 전복하려던 음모를 꾸미다 발각된 사건이 터졌을 때였다. 사건을 수사하던 집정관 키케로는 카이사르는 물론이고 크라수스마저 쿠데타 기도에 연루된 정확을 포착했다고 자신의 연설문 모음집에서 기록해놓았다. 정국에 피바람을 몰고 왔을지도 모를 키케로의 연설집은 음모에 가담한 자들도, 음모에 가담한 자들을 추포하던 자들도 모두 세상을 떠난 후에야 햇빛을 보았다.</p><p>&nbsp;</p><p>의미심장한 사실은 이때의 일로 말미암아 크라수스가 키케로에게 앙심을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크라수스의 아들로서 문학도였던 푸블리우스 크라수스가 키케로의 제자가 됐다는 점이다. 크라수스는 원수의 문하에 들어가겠다는 아들의 결정을 어째서 허락했을까? 그는 키케로의 경계심을 누그러뜨리는 용도이자, 정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지근거리에서 감시하는 인간 CCTV 역할로 자식을 활용한 듯싶다.</p><p>&nbsp;</p><p>크라수스의 연대보증 덕택에 임지로 무사히 떠날 수 있었던 카이사르가 임기를 마치고 로마로 돌아왔다.&nbsp;카이사르가 귀환하면서 로마의 정치판은 천지개벽할 지각변동을 일으켰다.&nbsp;영원히 평행선을 달릴 것만 같은 기세였던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를 카이사르가 전격적으로 화해시켰기 때문이다.</p><p>&nbsp;</p><p>이 무렵 로마는 귀족파와 민중파 양대 파벌로의 교통정리가 거의 완료되었고,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본인들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인민주의자(Populist)로 시나브로 분류되었다. 카이사르는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 사이의 분열과 대립이 지속되면 카토, 카툴루스, 키케로 등이 주축을 이루는 귀족파가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고 두 사람을 설득했다. 카이사르의 노력이 주효한 까닭에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오월동주에 동의했다.</p><p>&nbsp;</p><p>돈 많은 크라수스, 싸움 잘하는 폼페이우스, 꾀돌이 카이사르의 3각 편대 앞에서 원로원은 종이호랑이처럼 무력해졌고, 민중은 강아지처럼 유순해졌다. 3인의 정치인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거머쥔 삼두정치 체제의 궁극적 수혜자는 카이사르였다. 그는 두 동료의 전폭적 지지를 받아 집정관직에 손쉽게 선출되었다. 카이사르가 갈리아 정복 전쟁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도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의 후원이 뒷받침된 덕분이었다. 두 사람은 카이사르가 갈리아를 차지하면, 자기들은 그에 상응하는 크기의 다른 영토를 본인의 세력권에 편입시키면 된다고 계산했다.</p><p>&nbsp;</p><p>굳이 우열을 따지자면 폼페이우스와 비교해 크라수스가 카이사르를 돕는 데 더욱 적극적이었다. 그는 카이사르가 성취한 화려한 군사적 업적을 자신이 앞으로 걸어갈 영광스러운 길을 밝혀줄 불빛이라고 생각했다.</p><p>&nbsp;</p><p>동상이몽에 빠진 트로이카는 이탈리아 반도 중앙에 위치한 루카에서 회동해 이견을 조정하고 새로운 합의를 도출했다. 갈리아를 카이사르의 정복지로 인정해주는 조건 아래 카이사르가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의 집정관 선거운동에 힘을 보태기로 의견을 조율했던 것이다. 카이사르는 부하들에게 선거에서 크라수스나 폼페이우스 가운데 한 명을 찍으라고 지시했다.</p><p><br></p><p>그의 명령서를 수령한 장졸들 중 상당수는 예전에 크라수스 휘하나 혹은 폼페이우스 진영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었다. 크라수스와 폼페이우스는 그들의 옛 장병들이 카이사르로 주군을 갈아타는 사태를 기꺼이 용인했던 셈이다. 카이사르는 그와 더불어 삼두정치를 구성해낸 나머지 두 주역을 상대로 줄 때는 찔끔찔끔 인색하게 주면서 받을 때는 듬뿍듬뿍 뭉텅이로 받아갔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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