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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화도 회군이 되지 못한 알프스 회군 - 돈으로 산 황금만능의 리더십 : 크라수스 (6)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6-26 17: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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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pan class="fr-img-caption fr-fic fr-dii fr-fir" style="width: 450px;"><span class="fr-img-wrap"><img src="/data/cheditor4/2006/ff3426a844494f59b3c360e9454aafd79f1a3eb7.jpg"><span class="fr-inner">똑같이 회군의 승부수를 띄웠지만 이성계와 스파르타쿠스에게 나중에 닥친 결과는 천국과 지옥 차이만큼 컸다. 이미지는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 장면을 묘사한 &nbsp;SBS 서울방송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한 장면</span></span></span>검투사들은 로마군과의 최초의 전투에서 손쉽게 승리했다. 카푸아 지방에서 서둘러 소집해 동원한 예비군 부대가 무자비한 살인병기로 양성된 노련한 검투사들의 적수가 될 턱이 없었다. 로마 시대의 검투사들은 전사인 동시에 연예인이기도 했다. 그들은 로마군 병사들이 도망가면서 내버린 병장기들로 장비를 교체했다. 검투사용 무기는 야만적이라는 논리에서였다. 검투사들은 자유와 더불어 &lsquo;가오&rsquo;에도 목말라 있었다.</p><p>&nbsp;</p><p>로마 정부의 반란 진압은 행정관 클로디우스가 3천 명의 병력을 인솔하고서 출동하는 것으로 본격화됐다. 클로디우스의 부대는 검투사들이 처음으로 조우했던 오합지졸의 로마군과는 반대로 만만찮은 전투력을 과시했고, 반란자들은 사방이 꽉 막힌 막다른 언덕 위로 내몰렸다. 로마군은 독 안에 든 생쥐 신세가 돼버린 검투사들이 언덕으로 이어지는 유일한 외길을 통해 제 발로 걸어 나오면 죽이거나 사로잡기만 하면 되었다.</p><p>&nbsp;</p><p>검투사들은 언덕길을 걸어 내려오지 않았다. 그들은 언덕에서 자라난 야생덩굴들로 급히 만든 사다리를 타고서 언덕 뒤쪽의 절벽으로 빠져나와 방심한 로마군의 배후를 급습했다. 예상 못한 불의의 기습에 허를 찔린 로마 병사들은 내빼기에 바빴고, 로마군의 무질서한 패주 광경을 목격한 인근 지역의 목동들이 검투사들에게 합류함으로써 반군의 숫자는 구르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들 목동들 또한 검투사들처럼 억압받고 착취당하는 노예 신분이었다. 검투사들의 반란은 대규모 민중봉기의 성격과 형태를 점점 더 확연히 띠어갔다.</p><p>&nbsp;</p><p>행정관 푸블리우스 바리누스가 지휘하는 진압병력 역시 탈출한 검투사들이 선봉에 선 반란군에게 간단히 격파되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이 전투에서 바리누스의 참모였던 코시우스가 이끄는 로마군 분견대를 철저히 유린하는 맹활약을 펼쳤다. 생포한 포로들과 노획한 군마는 당연히 스파르타쿠스의 차지가 되었다. 노예가 노예를 부리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p><p>&nbsp;</p><p>연이은 대승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쿠스는 반란군의 실력과 로마군의 저력을 냉철하게 저울질했다. 그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조차 정복에 실패한 강국 로마를 잡다한 출신 성분으로 구성된 반란군의 힘으로 굴복시키겠다는 건 근거 없는 망상이자 허황된 몽상에 불과함을 객관적으로 직시하고선 이제는 자유의 몸이 된 부하들에게 북쪽의 알프스 산맥을 통과해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하였다. 그러나 부하들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자유를 찾기를 원했던 만큼이나 로마에서 구경한 풍요한 물질적 삶 또한 누리길 바랐다. 꿩도 보고 알도 먹고 싶었던 것이다.</p><p>&nbsp;</p><p>로마 원로원은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비로소 감지하고 노예들의 반란을 토벌하는 데 거국적으로 나섰다. 국가적 위기감이 잠자는 사자를 깨운 셈이었다. 집정관 겔리우스는 스파르타쿠스 휘하의 본대로부터 무모하게 이탈해 한창 약탈에 열중하던 게르마니아 태생의 노예들을 단박에 박살냈다. 또 다른 집정관 렌툴루스가 통솔한 부대는 운이 좋지 못했다. 그들은 스파르타쿠스를 상대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대군을 지휘하는 위풍당당한 총사령관으로 변신한 스파르타쿠스는 렌툴루스의 로마군을 단숨에 분쇄하고 막대한 분량의 군수물자를 손에 넣었다.</p><p>&nbsp;</p><p>스파르타쿠스의 군대 앞에서 로마군은 추풍낙엽이었다. 스파르타쿠스는 알프스를 향해 북진하던 도중에 현재의 이탈리아 반도 북부에 해당하는 갈리아 키살피나 지역에서 만난 카시우스의 로마군을 일방적으로 학살했다. 1만 명이 넘는 군사의 거의 전부를 잃은 카시우스는 자기 목숨만 가까스로 부지할 수 있었다. 이때 스파르타쿠스는 중대한 결단을 내리게 된다.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신에 수많은 부하들의 여망을 좇아 말머리를 남쪽으로 돌린 것이다.</p><p>&nbsp;</p><p>스파르타쿠스는 고향을 떠난 지 이미 오래였다. 그는 아마도 고향 사람들이 오랫동안 타향을 맴돌다 돌아온 자신을 기꺼이 열렬히 환영해줄지 확신이 들지 않았던 듯하다. 더욱이 반란군 무리의 다수를 점유했을 젊은 노예들은 부모 세대와 달리 이탈리아 반도에서 출생하고 성장한 터였다. 그들에게는 알프스 너머에서 마주할 거칠고 낯선 환경이 주인의 채찍질 못잖게 두려웠을지 모른다.</p><p>&nbsp;</p><p>어쩌면 회군의 결정적 이유는 몇 차례 싸워본 결과 로마군이 종이호랑이일 뿐이라는 판단이 선 데 있을 수도 있다. 물론 이는 순전히 필자의 추측일 따름이다. 스파르타쿠스가 새로운 왕조의 창업으로 귀결된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과는 다르게 반란군의 파멸을 불러온 치명적 오판으로 판명된 알프스 회군을 돌연 감행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동기는 지금까지도 풀리지 않은 역사의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p><p><b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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