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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은 나경원을 어떻게 제압했을까 - 나경원 전 의원이 단 며칠 만에 폭삭 늙어버린 까닭은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1-27 21:5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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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과 마리 앙투아네트


나경원 전 의원이 여의도의 국민의힘 당사에 들러 당대표 불출마 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종전에는 보이지 않던 귀밑의 흰머리가 그가 당한 수모와 봉변을 간접적으로 웅변해주고 있다. (사진 팍스뉴스 김한주 기자)

프랑스 대혁명 발발 초기, 파리의 민중이 저 가녀리고 불쌍한 여인네가 도대체 누구인지 처음에는 몰라볼 지경으로 머리 전체가 백발이 되어 단두대 앞에 선 비운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를 연상시키는 모습이었나. 국민의힘 당대표 경선 불출마를 선언하고자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홀로 외로이 나타난 나경원 전 의원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보고서 필자가 받은 느낌이다. 

 

나경원이 빼어난 미모의 소유자임은 그의 지지자이든 반대자이든 거의 전부가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바이다. 나경원 역시 이를 의식한 듯 외모 관리에 남다른 노력과 정성을 기울여왔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팀이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면 당시에 제기한 나경원의 피부과 고액진료 의혹은 이 연장선상에서 불거진 사건이었다.

 

피부과에 매일 들락거린다는 의심을 살 정도로 화사하고 단아했던 나경원이 귀밑머리가 하얗게 된 상태로 기자회견장에 등장했다. 정치인들 가운데에서는 경륜 있는 인간으로 유권자들 눈에 비치고자 일부러 염색을 하지 않고서 흰머리로 다니는 경우가 자주 있다.

 

1963년생 토끼띠로 2023년 올해 환갑을 맞이하는 나경원 전 의원은 하얗게 빛바랜 귀밑머리를 공개된 장소에서 드러낸 적이 필자의 기억으로는 이제껏 없었다. 당대표 출마를 둘러싼 최근 몇 주일 동안의 상황이 그만큼 험악하고 살벌했다는 뜻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암묵적 재가 없이는 불가능했을 같은 당 정치인들의 조직적 집단린치로 말미암아 나경원이 겪은 심리적 고통과 마음고생은 상상 이상으로 극심했던 모양이다.

 

나이가 무색하게 젊고 화사한 얼굴 위에 늘 생글생글한 미소를 지으며 반대파의 거칠고 날카로운 공격을 노련하고 여유 있게 받아넘기던 4선의 중진 정치인 나경원을 과연 무엇이 불과 며칠 사이에 삶의 무게에 찌들 대로 찌든 피곤하고 초췌한 얼굴의 전형적인 60대 초반 여성으로 급노화시켰는지는 나경원 전 의원 자신이 언젠가는 출간할 회고록에서 직접 자세하게 설명해놓을 것이 분명하다. 제3자의 위치에 놓인 우리가 현재 시점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은 나경원을 극도의 공포감에 몰아넣은 외력(外力)의 주체와 강도를 여러 가지 주변 정황을 종합해 개략적으로 유추하는 일뿐이다.


윤석열의 최종병기의 충격과 공포

 

언론 보도에 따르면 나경원 전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당대표 출마 의지를 강력히 피력했다고 한다. 그런데 돌연 당권 도전을 접었다는 것이다.

 

필자가 여기에서 유심하게 주목한 부분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 곧 윤핵관의 한 명으로 손꼽히는 이철규 의원이 이번 설 연휴가 시작되기 바로 직전 나경원 전 의원을 만났다는 소식이었다. 언론이 이 의원에게 전화로 연락해 회동 사실을 확인한 걸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두 사람의 만남은 아마도 나 의원 측에 의해 외부로 알려졌을 개연성이 짙다. 이를 역으로 추리하면 이철규는 자기가 나경원과 만난 게 보안에 부쳐지기를 바랐다는 의미이다.

 

이철규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어릴 적부터의 죽마고우이자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역임한 권성동 의원이나, 윤석열 정권 최고의 ‘문고리 권력’으로 자타가 공인해도 무방할 장제원 의원과 비교하면 인지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인물이다. 대외적으로 그리 유명한 정치인은 아닌 셈이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이준석 전 대표를 숙청하는 과정에서 이철규가 이준석과 주고받은 난타전을 생각하면 그의 위상과 존재감을 결코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더욱이 이철규는 윤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주 기념으로 초대한 윤핵관 사인방의 일원이었다. 가나다 순서로 소개하면 권성동, 윤한홍, 이철규, 장제원이 사인방의 면면이다. 나는 이들 사인방에 윤 대통령 부부를 더한 6인을 현 정권의 진정한 이너서클 구성원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준석이 여당 당대표 자리에서 군사쿠데타 식으로 쫓겨난 다음 모골이 송연해지는 의미심장한 뉴스가 나왔다. 이준석을 몰아내는 게 윤석열 대통령 본인의 확고한 의중임이 명확해진 단계에서 현역 국회의원인 윤핵관 한 명이 경찰 고위관계자를 만난 것을 계기로 이 전 대표와 관련된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었다는 소식이었다. 쉽게 표현하면 이준석 추방에 경찰력이 음습하고 불법적으로 동원됐다는 거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심복과 수하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국민의힘 텃밭에 지역구를 확보해온 다선의 기득권 구태 정치인들이다. 둘째는 윤 대통령이 검사로 근무할 무렵 검찰조직 안에서 ‘윤석열 사단’으로 지칭된 출세지향적 검사들이다. 이철규 의원은 특이하게도 경찰 고위 간부 출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찰 장악 작전에서 선봉대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실속 있고 요긴한 인물이다.

 

경찰 고위직 인사를 만나 이준석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한 문제의 윤핵관의 정체는 여전히 베일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영원한 비밀은 없는 게 정치의 세계이고, 권력의 생리이다. 해당 인사의 정체가 머잖아 소상하고 구체적으로 밝혀질 것이라고 필자가 확신하는 까닭이다.

 

오비이락이라고 했다. 신임 대법관 물망에 이름이 오르내리던 나경원 전 의원의 남편 김재호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마저 아내의 당대표 출마에 과감히 찬성했다는 후문이다. 김 판사 입장에서는 대한민국 법관들의 꿈이자 로망인 대법관이 될 길이 윤석열 정권 임기에는 원천봉쇄될 것을 각오한 그야말로 고뇌 어린 결단이었으리라. 그런데 이철규 의원과 대면한 지 겨우 며칠 후에 나경원 의원은 머리염색도 하지 못한 부스스한 행색으로 언론에 등장해 윤석열 대통령에게 백기를 들고 만다. 우연이 잦으면 필연이 된다고 했는데….

 

이 대목에서 필자는 아주 오래전에 개봉된 한국영화 「넘버 3」가 문득 뇌리에 떠올랐다. 영화배우로서는 아직 신인 시절이었던 배우 송강호가 불사파 우두머리로 출연해 흥분한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내가 현정화라면 현정화야!”라는 대사를 요란하고 코믹하게 외치던 바로 그 영화 말이다.

 

이 영화에서 조폭 두목은 의도한 계획이 순조롭게 풀리지 않아 최후로 극단적 수단을 써야만 할 경우 ‘재떨이’란 별명으로 통하는 부하를 소환한다. 재떨이는 보스의 최종병기, 아니 최종흉기였다.


다수의 정치전문가들은 나경원이 만약 ‘드롭’하면 나 전 의원 친정이 운영하는 사학재단이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리라고 전망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사저널은 나 전 의원의 부친이 딸의 전당대회 등판을 극력 반대했다고 전했다.

 

필자가 품고 있는 모든 의문점들은 나경원 전 의원의 회고록이 나온 연후에야 비로소 말끔히 해소될 게다. 무엇보다도 궁금한 대목은 나경원을 결국에는 사실상 물리력으로 제압하려고 출동한 윤석열 정권판 재떨이에 관한 내용이다.


이준석 축출에서도, 나경원 제거에서도 맹활약했을 윤석열의 재떨이는 나경원의 비참한 낙마 덕분에 순전히 어부지리로 집권여당의 새로운 당대표로 등극할 기회를 맞이한 안철수 의원을 어떻게 능숙히 처리할까? 윤석열 정권이 즐겨 구사하는 게임의 법칙을 이해하려면 「넘버 3」를 다시금 꼼꼼히 정주행해야 하는 서글프고 착잡한 시대를 우리나라 국민들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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