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남양주 왕숙 신도시는 강남 땅값만 올려놓을 것
공희준 (이하 공) : 남양주는 2천 5백만 수도권 주민들의 귀중한 식수원인 팔당호와 바로 연결된 지역입니다. 그곳에 또 신도시를 건설한다고 하니 상당히 불안합니다. 그럼에도 시민들에게 생수 대신 수돗물인 아리수 마시라고 열심히 홍보하는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청은 침묵만 지킨 채 무반응이고요.
김헌동 (이하 김) : 문재인 정부가 3기 신도시의 일환으로 남양주시에 건설하겠다는 왕숙 신도시를 보니까 판교 신도시만 한 면적인 300만 평 정도가 되는 땅에 6만 6천 가구를 짓겠다고 합니다.
공 : 판교 신도시의 가구 숫자는 얼마쯤 되나요?
김 : 판교는 3만 가구가 거주하게끔 설계됐습니다.
공 : 판교 신도시와 비교하면 왕숙 신도시는 고밀도로 지어질 예정이네요.
김 : 판교 신도시의 두 배 밀도로 짓는 도시가 어떻게 신도시가 될 수 있습니까? 정부에서 드러내놓고 베드 타운 만들겠다는 심산입니다.
공 : 저도 남양주 신도시에 몇 번 가봤습니다. 그곳에는 별다른 기업과 회사들이 없었습니다. 온통 아파트 일색이었습니다.
김 : 많은 입주자들이 서울로 출퇴근하는 게 남양주 내 신도시들의 현실입니다.
공 : 저도 가끔씩 잠실대교를 이용해 강남북 사이를 오가는데, 잠실대교가 상습적으로 정체되는 이유가 남양주와 구리 방면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차량들이 많기 때문이더라고요.
김 : 강남에 직장이 자리한 구리시와 남양주의 시민들은 광역버스에 탑승해 잠실에 온 다음 지하철로 환승해서 사무실로 갑니다. 그런 분들이 매우 많습니다.
공 : 저도 그렇게 몇 차례 다녀봤는데 정말 심신이 엄청 피곤했습니다. 왔다 갔다 하다가 사람이 진이 빠지더라고요.
김 : 남양주에 들어선다는 왕숙 신도시에 높은 분양가를 주고서 입주할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는 삶 또한 그처럼 힘들고 피로해질 개연성이 짙습니다. 저는 3기 신도시가 그런 불편함을 감수하고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만 늘려놓을까 봐 무척 염려됩니다.
공 : 왕숙 신도시의 입주민들도 서울로 나오려면 잠실을 거쳐야 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 덕분에 잠실은 유동인구가 늘어나면서 땅값이 또 오를 테고요. 누구를 위한 신도시인지 참으로 아리송합니다.
김 : 유동인구가 추가로 유입되니 잠실 지역 땅값은 당연히 오르겠죠.
공 : 잠실도 강남권입니다. 왕숙 신도시 덕분에 종국적으로는 강남 땅값만 다시 더 오르게 생겼습니다. 정말 거시기합니다.
문재인 정부는 노태우 정부로부터 배워라
김 : 정부가 부동산 가격 상승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풀거나 또는 느슨하게 만들면 땅값은 반드시 오르기 마련입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5대 신도시를 조성할 당시인 1989~1990년 무렵의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이 70퍼센트였습니다. 그때는 집값을 2년 만에 잡았습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12‧12 군사반란의 원죄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토지공개념을 과감하게 수용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토지공개념 3법은 1) 택지소유상한제, 2) 개발이익환수제, 3) 토지초과이득세의 세 가지를 골조로 축조되었다. 김영삼 정부 시절인 1994년에 토치초과이득세법이 헌법재판소에서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음으로써 노태우 정부가 도입했던 현대사 초유의 진보적 부동산 정책안은 사실상 공중분해되고 말았다.
김 : 토지공개념 3법에 더해서 5대 신도시에 200만 호의 새로운 주택을 싼값에 공급하겠다고 나서니 집값이 금방 안정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기가 바뀌어 21세기에 접어든 이후로는 하필이면 이명박 정권 5년을 제외하곤 집값이 계속 올랐습니다. 주택정책 하나만큼은 MB가 제일 잘한 것처럼 돼버렸습니다.
김헌동 전 본부장은 이 부분을 거론할 때마다 무척이나 곤혹스러워했다. 그가 당장 사람들의 많은 관심과 지지와 후원만 받는 일을 능사로 여겼다면 「나는 꼼수다」를 모방해 MB를 정조준한 조롱과 야유로 일관하는 데 만족했겠지만, 김헌동에게는 집값 안정에 기초한 서민대중의 주거 안정이라는 더 원대하고 본질적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그는 무주택 서민들에게 안정적 주거환경을 마련해줄 수 있는 일이라면 그 어떤 개인적 비난과 불이익도 감수할 태세였다.
김 : 이명박은 어떤 사람이냐?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도시개발주식회사」라는 상호의 기업체를 하나 만든 다음 당시에 30대 중반의 나이였던 이명박 씨에게 이 회사의 운영을 맡기면서 현대그룹이 아파트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대기 시작했습니다. 이명박 씨가 아파트에 대한 나름의 식견과 전문성을 축적하게 된 시발점이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건 몰라도 아파트 한 가지에 대해서만은 이명박이 역대 대통령들 가운데 가장 잘 아는 대통령이 될 수 있었습니다. 그로 말미암아 국토교통부 관리가 이명박 전 대통령을 속여 넘기기가 어려웠습니다.
김헌동 소장의 이야기를 돌려 풀어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아파트에 관해서 담당 공무원들을 역으로 되레 기만할 수 있는 유일한 대통령이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 : 나머지 대통령들이 아파트 문제에 대해서 자세하고 구체적으로 알기는 힘들었겠죠. 정치군인들 아니면 인권변호사들이었으니까요. 김대중 전 대통령은 사업가 출신이기는 한데 해운업에 종사했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형적인 직업정치인이었고요.
김 : 본인이 몰라도 큰 문제는 아닙니다. 아파트에 관해 잘 아는 유능한 인재의 보좌를 받으면 되는 까닭에서입니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해서 문외한인 인사들을 아파트 문제의 해결사랍시고 앉혀왔습니다. 그러니 대통령들이 “아파트값이 내려가면 경제가 어려워지고, 경제가 어려워지면 정권이 흔들린다”는 거짓된 주술에 혹하기 일쑤였습니다. 저는 참여정부 수뇌부가 그와 같은 그릇된 주술에 휘말려 불안해했던 대표적 경우였다고 생각합니다.
집은 내 돈 내고 사는 것이 정상이다
공 : 본부장님께서 생각하시는 주택가격 안정 방안이 있으면 이참에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김 : 첫 번째로 고장 난 금융시스템을 고쳐야 합니다. 예컨대 미성년자나 만 30세 미만의 사람들이 집을 산다고 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을 제출받는 일은 물론이고 자금출처 조사도 병행해야 합니다. 자기 돈으로 사는 건지, 아니면 부모 돈을 불법적으로 상속‧증여를 받아 투기하는 건지 꼼꼼히 따져봐야죠. 더욱이 집값의 절반을 훨씬 넘어서까지 대출해줄 필요가 없습니다.
공 : 그럼 어디까지가 적정 비율일까요?
김 : 저는 50퍼센트 정도가 적당하다고 봅니다. 과거에 주택은행에서 집값을 빌려줄 때에는 대출액의 최고 한도가 1,500만 원이었습니다. 물론 그때는 지금보다는 집값이 훨씬 쌌음을 염두에 두어야 하겠지만요. 당시에는 서울에서의 집 한 채가 보통 4~5천만 원 나갔습니다. 그때는 집값의 30~40프로를 대출받아서 자기 집을 장만했습니다. 그러므로 내 집을 마련하려면 집값의 절반가량을 미리 자기 수중에 갖고 있어야 했습니다. 저는 그와 같은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데 참여정부에서는 대출 한도를 전체 집값의 90퍼센트까지 허용해준 적이 있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경우에는 작년인 2018년 9월까지도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해놓으면 심지어 집값의 85프로를 대출을 해주었습니다. 나라에서 돈을 대줄 테니 집을 사라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이는 정부가 부동산투기를 조장한 셈이었습니다. 이처럼 정부가 개입해서 은행에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관치금융이 근절되어야 합니다. 은행이 알아서 판단하고 집행하게 해야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오락가락 부동산 임대사업 시책은 대다수 무주택서민들은 물론 상당수의 임대사업자들에마저 멘붕에 빠지게 했다. 정부의 조삼모사 주거 행정은 평양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껏 치솟았던 문재인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차가운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낙엽처럼 가버린 주요한 배경이었다.
김 : 두 번째 방안은 문제 많은 공급 시스템을 손보는 일입니다. 우리나라는 건설사 측이 집을 짓지도 않은 상태에서 집을 판매할 수 있는 선분양 제도를 유지해왔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활용해 집값을 통제했습니다. 그린벨트 혹은 임야에 새로운 집들을 신축할 때에는 주변 집값 시세의 절반에 주택을 공급하도록 유도했습니다. 오랫동안 무주택자로 지내온 국민들에게 우선권을 제공함으로써,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평생 살면서 최소 한번 정도는 새로운 아파트를 싼값에 제공받을 수 있게끔 기회를 부여해줬습니다.
공 : 아파트 청약제도를 말씀하시는 것이죠?
김 : 예. 하지만 그 제도가 현재는 유명무실해졌습니다.
공 : 지금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청약 1순위입니다.
김 : 그와 같은 시스템이 무너진 계기가 된 것이 2004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씀했던 “공기업도 장사다”라는 발언이었습니다. 정부는 무주택 서민들을 위한 주택공급 시스템이 무너졌으면 나 몰라라 방치하지 말고 하루속히 복원해야 합니다. 그게 다시 정상적으로 복원된 시점이 2007년이었습니다.
공 : 그때 어떤 일이 있었습니까?
김 :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2006년 9월 25일에 이른바 오세훈 3종 세트 주택정책을 발표합니다. 서울시가 짓는 집들을 1) 후분양제 도입, 2) 분양원가 공개, 3)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의 3대 원칙 아래 분양하겠다는 방침이었습니다. 이 3종 세트를 도입해보니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송파구 장지동에서는 평당 분양원가가 800만 원이었습니다. 강서구 발산동에서는 평당 분양원가가 600만 원이었습니다. 기존에 들어선 주변 아파트들 시세의 60프로 수준에서 분양가가 결정되어도 이익이 30프로나 넘는다는 사실이 분양원가 공개를 통해 세상에 널리 알려졌습니다.
땅값 폭등에 대한 노무현의 역습
노무현 전 대통령은 실수를 자주 저지른 정치인이었다. 필자는 노 전 대통령의 잦은 실수에 염증을 느끼고 그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 허나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본인이 저지른 실수를 비교적 즉각 인정하고 이를 신속히 바로잡으려고 노력한 통치자이기도 했다. 노무현 이후 차례로 취임한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3명의 후임 대통령들이 본인의 실수를 아예 인정하지 않거나 또는 말로만 인정할 뿐,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진정성 있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모습을 목도하면서 필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좀 더 긍정적 방향으로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실수는 그것이 인정되지도, 시정되지도 않을 때 비로소 실패가 된다.
김 : 오세훈 시장이 후분양,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3일 뒤인 2006년 9월 28일, 노무현 대통령은 손석희 씨가 진행하는 MBC 문화방송「100분 토론」 특집방송에 출연해 참여정부도 분양원가 공개를 수용하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종전의 분양원가 공개 반대 입장에서 한 발 뒤로 물러섰습니다. 대통령이 입장을 변경했음에도 불구하고 임기 말이 되니까 관료들이 노골적으로 사보타지를 놓았습니다. 그 탓으로 말미암아 결국 후분양제만은 도입이 아쉽게도 불발된 상태에서, 분양원가 공개와 분양가 상한제만 시행하는 것으로 2007년 4월에 관련법이 개정되었습니다. 참여정부가 제도를 개혁해놓은 덕분에 이명박 정부에서는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어렵게 추가로 도입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공 : 땅값 억제와 관련해서는 이명박 정부가 참여정부에 단단히 큰 신세를 졌네요. 부동산 안정 대책에서는 참여정부가 이명박 정부가 꽃길만 걷도록 만들어준 격이기 때문입니다.
김 :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 덕만 본 게 아닙니다. 나중에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홍준표 씨도 땅값 안정을 위해 작으나마 나름 일조를 했습니다.
공 :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땅값 안정에 도움을 줬다는 얘기도 금시초문입니다.
김: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의 반값 아파트를 당론에 반영시켰기 때문입니다. 그와 연관해서 제가 애초에는 소극적이고 미온적 태도를 보이던 홍준표 씨를 크게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공 : 사연이 궁금합니다. 부연설명을 해주세요.
김 : 2006년 12월 1일에 역시 손석희 아나운서가 진행하던 MBC 라디오의 시사 프로그램인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저와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이 잇달아 출연한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즈음 홍준표 의원이 건물만 분양하는 반값 아파트를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그게 한나라당의 공식적 당론이냐고 사납게 다그쳤었습니다. 그랬더니 홍준표 씨가 물밑에서 어떤 작업을 했는지는 제가 모르겠지만, 그렇게 다그친 지 일주일 후에 반값 아파트를 당론으로 만들어오더라고요.
공 : 제가 홍준표 전 대표와 2006년 초에 인터뷰를 진행한 경험이 있습니다. 홍준표 씨는 해당 인터뷰에서 성인 1인당 한 채의 집만 보유하도록 법률로 강제해야만 한다고 기염을 토했습니다. 저는 속내를 벗겨보면 홍준표는 어쩌면 정말 새빨간 인물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의 돈 많은 부자들에 대한 홍준표의 뿌리 깊은 증오와 적개심을 당시 대화를 나누면서 몇 차례나 감지했거든요. 홍준표 본인도 강남권에 아파트 가진 부자이면서요. (웃음)
김 : 건물만 분양받는 아파트가 싱가포르에서는 폭넓게 보편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전체 아파트의 4할을 웃돕니다.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중국에서는 원칙적으로 토지를 뺀 건물만 분양됩니다. 자본주의의 본류라는 미국 역시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이 성행해왔습니다.
공 :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사례가 있나요?
공 : 서여의도 금융가에 얼마 전에 건축된 국제금융센터(IFC)가 그와 같이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입니다. IFC는 건물에만 한정해 99년 동안 임대합니다. 이처럼 건물만 분양한다든지, 또는 한국의 70~80년대 같이 주변 시세의 절반에 공급한다든지. 아니면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한다든지 하며 정부와 대통령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의지를 확고하게 천명하면 부동산 가격은 저절로 안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 이병철 회장, 땅장사로 1만 배를 남기다
공 : 세 번째 방법은 무엇인지요?
김 : 잘못 짜인 세제를 바로잡아야 합니다. 땅이나 집을 많이 가진 사람들과 집단에게는 예외 없이 고율의 누진세를 부과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땅과 집이 서로 가지지 않으려고 다투고 미루는 애물단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불필요한 토지와 주택을 소유하지 않게 되면 집값이 자연스럽게 안정되는 법입니다.
공 :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삼성그룹이 두드러진 실례입니다. 반도체로 돈벼락 맞으니까 제일 먼저 한 일이 신사옥 건설을 구실로 강남역 앞의 금싸라기 땅에다 으리으리한 고층빌딩들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김 :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 당시에 평당 50원 하던 임야와, 400원짜리 논밭을 대규모로 사들여 만든 게 현재는 에버랜드로 개명한 용인 자연농원이었습니다. 그때 50원 호가하던, 400원 안팎에 매매되던 땅이 지금은 시세가 한 평에 300만 원이 됐습니다. 백 배, 천 배도 아니고 무려 만 배가 뛰어오른 겁니다.
공 : 우와 만 배! 만 배 남는 장사면 삼성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앉아서 로또 맞은 거네요. (⑧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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