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기자
서울시가 ‘양적 공급’에 치중했던 공공주택 정책의 패러다임과 원칙을 대 전환한다. 서울시는 양적 공급에서 도시 재창조 방향을 주 내용으로 하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과 ‘8만호 추가공급 세부계획’을 26일 발표했다.
서울시는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까지 임대주택 공급량(stock)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도시 재창조의 관점에서 주민 삶의 질과 미래도시 전략까지 고려한 새로운 공공주택 모델을 다양하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공공주택의 품격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도시의 입체적 발전까지 이끌어낸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서울시는 ①주민편의 및 미래혁신 인프라 함께 조성 ②도심형 공공주택 확대로 직주근접 실현 ③도시공간 재창조 ④입주자 유형 다양화 ⑤디자인 혁신을 골자로 하는 ‘주택공급 5대 혁신방안’을 내놨다. 지난 19일 국토부와 공동 발표한 8만호 추가 공급물량의 공공주택에 이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첫째, 앞으로 공공주택을 지을 땐 주민편의시설이나 지역사회에 꼭 필요한 미래혁신과 직결된 창업시설 등의 인프라를 함께 조성한다. 주택만 빼곡하게 늘리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주거와 삶이 어우러진 최고 수준의 주택단지를 만들고 지역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계획.
둘째, 도로 위 같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공간에도 주택을 공급, 새로운 주거트렌드를 선도하고 도시공간을 재창조한다. 유휴부지를 활용해 혁신적 건축물을 조성한 프랑스의 ‘리인벤터 파리(Réinventer Paris)’ 사례와 같이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구간) 위로 인공지반(2만5천㎡)을 조성해 공공주택 1천호와 공원, 문화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안을 계획 중이다.
셋째, 주로 대중교통이 불편한 외곽지역에 입지했던 공공주택을 경제활동이 집중되는 도심형으로 확대해 직주근접을 실현한다. 공공주택 물량을 확보하면서 미세먼지, 에너지 등 도시문제를 해결하고 밤이면 유령도시처럼 텅 비는 도심부를 활성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노린다는 전략. 상업‧준주거지역의 주거비율을 확대하고 도심 내 공실이 많은 업무빌딩과 호텔을 주택으로 바꾸는 등 발상의 전환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넷째, 인적 구성원을 다양화하는 소프트웨어적 혁신도 병행한다.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경제주체와 협력해 직장인, 신혼, 중산층도 함께 사는 공공주택을 공급, 사회적‧경제적 배경이 다른 주민들이 어울려 사는 소셜믹스(Social mix)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이다. 시는 시민들의 주거 선택권을 확대, 빚을 내서 집을 사고 그 빚을 갚기 위해 삶이 휘청거리는 부담으로부터 벗어나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섯째, 단조로운 디자인을 지양하고 공공주택 자체가 지역의 랜드마크가 되도록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접목해 디자인을 혁신하고 다양화한다. 네덜란드의 큐브하우스, 싱가포르의 인터레이스는 명품 디자인으로 알려진 공공주택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서울시의 입장도 밝혔다. 시는 부동산으로 인한 투기이익을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중앙정부와 국회에 부동산으로 인한 불로소득을 철저하게 환수하고, 공시가격을 현실화 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서울의 주택공급은 확대되었지만(’10년 340만호 → ’17년367만 호), 자가보유율은 51.3%(’10년)에서 48.3%(’17년)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99:1불평등 사회의 심화로 서민들은 주거비 고통에 시달리고, 이로 인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이 날로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토지공개념’을 강화해야 하며, 부동산의 보유‧개발‧처분의 모든 단계에서 투기이익이 없도록 하기 위해 먼저 보유단계에서 보유세를 강화하고, 개발단계에서는 재건축초과이익 등 개발로 인해 발생하는 이익을 제대로 환수해야 하며, 처분단계에서는 양도소득세를 철저히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임대차 행정의 지방화, 지방분권형 주거복지 등 주택정책의 여러 권한이 지방으로 이양될 것도 촉구했다.
또한 서울시는 ‘주거기본권’부터 먼저 생각해 최근 종로 고시원 사고처럼 주거기본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보고, 그 핵심 해법으로 공공주택을 최대한 확대하고 질적 혁신도 동시에 이룬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지난 19일(수) 국토부와 공동 발표한 「2차 수도권 주택공급 계획」에서 제시한 서울시내 8만호 추가 공급(1‧2차 공동발표 2만5천 호+시 자체 공급방안 5만5천 호)에 대한 세부계획도 제시했다.
서울시는 그동안 핵심정책협의체, 시장관리협의체 등을 통해 정부와 긴밀한 협의를 진행해온 동시에, 서울시 정책혁신TF에서 다양한 주택공급 방안 마련을 위해 지속 논의해왔다.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6년 간('12.~'17.) 총 13만호의 공공주택을 공급했다. '18년 11월 현재 서울시내 공공주택 재고는 29만3,131호로 30만 호에 다다르고 있다.
8만호 공급은 큰 틀에서 △부지 활용(2만5천 호) △도심형 주택 공급(3만5천 호) △저층주거지 활성화(1만6천 호)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호) 등 방식을 통해 이뤄진다.
◇부지 활용(2만5천 호): 차고지‧주차장, 공공부지 등 복합화하고 사전협상 공공기여 확대
기존 부지 활용계획을 전략적으로 변경해 주택을 새롭게 공급한다. 버스 차고지, 노후 공공시설, 저이용 공공부지 같은 유휴부지를 복합개발해 공공주택을 조성,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 제공하는 방식도 도입한다.예컨대, 버스 차고지 복합개발의 경우 1층은 차고지, 상부는 공공주택, 공원, 생활서비스시설 등을 짓는 식이다. 도시개발사업 및 사전협상을 통한 공공주택 공공기여도 확대한다.
기존 계획의 전략적 변경(6,220호/4개소) : 강남구 삼성동 서울의료원 주차장 부지(7,000㎡, 800호)와 대치동 동부도로사업소 부지(52,795㎡, 2,200호)에 공공주택 3,000호를 공급한다. 중랑‧서남 물재생센터 내 유휴부지(3,220호)에도 주택을 공급한다. 당초 2040년 주택공급을 목표로 추진해왔던 계획을 변경, 선도사업 추진으로 공급시기를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차고지‧주차장 복합화(2,220호/8개소) : 강일‧장지‧방화 버스차고지(1,430호)와 한강진역 주차장(450호) 등 8곳에도 공공주택을 공급한다. 구(舊) 가리봉시장 부지(3,620㎡, 220호)는 시장 상인 및 방문객을 위한 주차장 건립시 복합화를 통해 공공주택을 추가한다.
저이용 공공부지‧시설 복합화(3,380호/33개소) : 관악구 금천경찰서 이전부지(5,480㎡, 130호)는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관악구 신봉터널 상부 유휴부지(5,205㎡, 280호)에는 청년주택을 각각 조성한다. 국공립어린이집이나 창업지원시설 같은 맞춤형 시설도 함께 공급한다. 광진구 구의유수지(10,895㎡, 304호)도 작은도서관, 육아시설 등을 함께 복합개발하여 신혼부부 특화단지를 공급한다.
도시개발사업 및 사전협상제 활용(9,130호/6개소) : 서초 염곡 일대(72,000㎡, 1,300호) 및 도봉구 창동 유휴부지(11,640㎡), 수색역세권 유휴부지(345,800㎡), 강서구 군부대(67,487㎡) 등은 도시개발사업으로 진행되며, 광운대 역세권부지(14만9,000㎡), 도봉구 성대 야구장부지(48,056㎡)는 사전협상으로 주택이 공급될 예정이다. 이 공급 규모는 지난 9.21 국토부 1차 공동발표부지 2곳에 약 2,500호 공급 주택 수가 포함된 것이다.
기존 주택공급 방식과는 전혀 새로운 실험적 시도도 선보인다. 고속도로와 건물을 복합적으로 건축한 오사카의 게이트타워(Gate Tower), 도로 상부를 활용해 주택을 지은 독일 베를린의 슐랑켄바더 슈트라세(Schlangenbader strabe) 같은 혁신적 건축을 서울에서도 볼 수 있게 된다.
북부간선도로(신내IC~중랑IC) 도로 상부(25,000㎡, 1,000호): 도로 위에 인공대지를 설치하고 그 위에 주택을 건설하는 방식을 도입한다. 도로 가로막혔던 지역 간 단절을 회복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경의선 숲길 끝(4,414㎡, 300호) : 교통섬으로 활용되던 유휴부지를 개발하여 다양한 종류의 청년프로그램을 복합화하여 새로운 도시활력 부여를 기대한다.
증산동 빗물펌프장 부지(5,575㎡, 300호) : 기존 빗물펌프장 상부를 활용하여 공유워크센터 등 공공프로그램 새로운 공간개념으로 접근한다.
◇도심형 주택 공급(3만5천 호): 도심‧역세권 용적률 상향, 업무용 빌딩 공실 주택 전환
직주근접 실현과 활력이 떨어진 도심 활성화를 위해 도시계획적 제도개선을 통한 상업‧준주거지역 주거비율 확대,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 등을 추진한다. 확대‧상향분의 50%를 공공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박원순 시장이 유럽 순방 중 밝힌 도심 업무용 빌딩의 공실을 주거용도로 전환하는 전략도 종로, 용산 등에서 처음으로 실행된다.
상업‧준주거지역 주거 확대(16,810호) : 상업지역 주거비율을 상향하고(400%→600%),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상향한다(400%→500%). 또한 도심 내 정비사업구역 주거비율도 90%까지 확대하며, 상향분의 50%를 공공주택으로 집중 공급한다. 관련 조례(「서울시 도시계획조례」) 및 규정 등을 개정해 내년 3월부터 3년 간 한시적으로 운영, 이 기간 동안 도심 내 공공주택을 집중 공급한다는 계획이다.(임대 5,752호, 분양 11,058호)
역세권 용도지역 상향(17,600호) : 역세권(반경 250m) 내에 위치하면서 일정요건(입지, 면적, 노후도 등) 만족 시 용도지역 상향을 통해 용적률을 높여 주택공급을 확대한다. 용적률 증가분의 50%는 공공기여로 확보해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우선 '19년 SH공사가 7호선 공릉역 주변 등 5개소에서 시범사업을 시작하고 단계적으로 대상지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임대 5,600호, 분양 12,000호)
도심 공실의 주거 전환(500호) : 도심 업무용 빌딩의 공실을 주거용도로 전환해 청년과 신혼부부 등에게 공급한다. 중‧대형 업무빌딩은 청년주택으로, 소형 업무빌딩은 사회주택 등 공유주택으로 공급하는 것이 큰 방향.현재 종로구 베니키아 호텔(지하 3층~지상 18층) 건물을 청년주택(255호)으로 전환하는 사업과 용산구 업무용 빌딩 공실 일부를 1인가구를 위한 공유주택(200호)으로 전환하는 시범사업(2건)이 추진 중에 있다. 이와 함께 민간사업자의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건의도 병행할 계획이다.
◇저층주거지 활성화(1만6천 호): 공공주택 도입 소규모 정비사업 층수 완화(7층→15층)
저층주거지 활성화를 통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에도 나선다. 소규모 정비사업 시 공공주택을 도입하면 층수 완화(7층 이하→최고 15층) 등으로 사업성을 높여주고, 지역의 애물단지였던 빈집은 공공주택이나 청년창업공간, 커뮤니티 시설 등으로 재생해 저층주거지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계획이다.
소규모 정비사업 활성화(2,390호) : 공공주택 공급 시 층수제한을 완화하고 자금 보조, 융자 확대 등을 통해 공공주택은 물론 커뮤니티 시설을 함께 공급한다.
신축계획주택 매입 확대(9,600호) : 기존 다가구‧다세대‧원룸이 아닌 신축 예정이거나 신축 중인 주택 매입을 당초 목표치인 연간 2,600호에서 5,000호로 확대 공급한다. 공공건축가를 통해 디자인 품질을 높이고 주민 편의시설도 복합화한다. 4년 간('19년~'22년) 총 9,600호를 추가 공급(당초 목표치 10,400호)한다는 계획이다.
빈집 활용 도시재생(4,000호) : '22년까지 방치된 빈집 1,000호를 매입하고 청년주택+생활인프라를 복합화해 총 4,000호를 공급한다.
◇정비사업 및 노후 임대단지 활용(4,600호): 도로‧공원 대신 공공주택 공공기여 확보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단지 내 공원이나 도로 같이 공공성이 낮은 기부채납 비중을 줄이고 공공기여로 공공주택을 확보한다. 노후 임대단지를 재건축할 때는 서울시가 이번에 제시한 혁신방안을 반영해 추진한다.
불필요한 기반시설 대신 공공주택 공급(3,700호) : 공공주택을 기부채납의 한 유형으로 인정하는 내용의 「국토의 이용 및 계획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만큼, 관련 시 조례를 개정해 시행한다.
노후 임대단지 활용(910호) : 과거에 집만 덩그라니 지어졌던 노후 임대주택단지를 재건축할 때 공공‧문화시설, 상업‧편의시설, 육아시설 같은 생활편의시설이 함께 들어서 일자리와 생활기반이 공존하는 공공주택 단지로 혁신한다. 37개 단지(76,000세대 추가공급)가 대상으로, 재건축 시기가 우선적으로 도래하는 상계마들단지, 하계5단지 등을 순차적으로 추진해 '22년까지 908호를 추가로 공급한다.
한편, 서울시는 행정2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TF를 구성해 계획의 지속적인 실행력을 담보한다. 도심지 내 양질의 고밀 공공주택 확충을 위한 공공지원을 강화하고, 도시계획위원회‧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역세권 청년주택 전담 수권 소위원회를 새롭게 구성해 공급을 활성화한다. 민간기업이나 기관 등을 위한 전용 상담창구(가칭 ‘주택공급상담팀’)도 신설한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대책은 공공이 현재와 미래세대 모두를 위해 책임을 갖고 해결해 나가야 한다는 방향 아래 도출했다”며 “기존의 공적 임대주택 24만호 공급을 차질 없이 추진하면서 도심을 비롯한 기성시가지 활용 방식 등의 추가 공급전략을 통해 공공주택 혁신모델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주거권은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살 권리다"며, "집이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립하고, 일시적인 부동산 안정을 넘어 지속가능한 주거 안정을 이뤄나간다는 항구적 목표를 중단 없이 이뤄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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