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트럼프와 아리스테이데스는 이렇게 달랐다 - 아테네의 강남좌파 아리스테이데스 (13)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12-03 15:03:35
기사수정

플루타르코스는 스파르타가 옛 지혜와 오랜 관습에 따라 맹주의 자리에서 순순히 내려왔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이는 믿기 어려운 논리다. 라케다이몬은 이때 당한 치욕을 갚기 위해 와신상담하며 일시적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을 따름이었다. 고대의 그리스 세계를 회복 불능으로 파멸시킨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씨앗은 페르시아 전쟁이 치러질 무렵부터 이미 싹을 틔운 터였다.


고대 아테네의 양심적 강남좌파 아리스테이데스는 한국을 호구로 생각하는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와는 달리, 동맹국과의 방위비 협상에서 절제와 신중함을 최대한 발휘했다. (사진출처 : 미국방부 성조지 - Stars & Stripes)

그리스의 패권국이 교체되면서 페르시아 전쟁 기간 내내 스파르타가 장악해온 연합국 공동금고의 관리권은 당연히 아테네에게로 넘어갔다. 금고의 돈의 대부분은 페르시아와의 전비로 지출되었다. 아리스테이데스는 이제껏 주먹구구식으로 매겨져온 각국의 분담금의 크기와 비율을 개별 폴리스들의 경제력과 나라 형편에 걸맞게 현실적으로 재조정했다.


떡을 만지다 보면 떡고물이 손에 묻기 마련이다. 아리스테이데스는 달랐다. 전비의 갹출을 위한 출장을 떠날 때도, 금고를 채울 수금 작업을 마치고 돌아올 때도 그는 수미일관 빈털터리였다. 재정관리 업무는 가뜩이나 가난했던 그를 완전히 무일푼으로 만들었다. 공금을 써도 괜찮을 용도의 비용까지 결벽증 환자처럼 굳이 사비로 부담한 탓이었다.


아리스테이데스에 대한 그리스인들의 존경심은 그가 만인이 납득할 수 있도록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분담금 업무를 처리한 일을 계기로 더욱더 높아졌다. 단 한 사람만 빼고서…. 그 심술궂은 인간은 테미스토클레스였다.


테미스토클레스는 훌륭한 장군이 갖춰야 할 최고의 능력은 적장의 의도를 사전에 간파하는 것이라고 토를 달면서 자신이 두 사람 중 보다 뛰어난 군인이라는 사실을 은근히 부각시키려 애썼다. 얘기를 전해들은 아리스테이데스는 퉁명스런 한마디로 본인을 겨냥한 오랜 적수의 흠집 내기 시도에 일침을 가했다.


“가장 존경받는 장군은 자기 손을 다스릴 줄 아는 장군이라네.”


테미스토클레스의 고질적 부패 행각과 절제를 모르는 탐욕을 교묘히 비꼰 말이었다.


그는 그리스의 단결과 화합이 영원하기를 바라는 뜻에서 바다에 쇳덩이를 던지고는 동맹국들 사이의 약속을 어기는 자에게는 저주가 있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허나 그는 그리스인이기 이전에 아테네인이었다. 태어난 도시에 이득이 되는 일이라면 불륜마저 서슴지 않았다. 델로스에 보관돼 있던 동맹의 자금을 아테네로 가져온 사건이 대표적 사례였다.


반대로 자신에게 이익에 돌아가는 일이라면 순수하고 낭만적인 로맨스조차 단호히 거부했다. 온 세상에 명성이 자자한 전쟁영웅이었음에도, 내로라하는 부잣집 아들로 태어났음에도 가난뱅이로 살다 생을 마친 그의 삶이 남을 위해서는 불륜을 마다하지 않으나, 자기를 위해서는 로맨스도 금기시한 아리스테이데스의 청렴결백한 성격을 웅변해주는 명징한 증좌였다.


TAG
0
기사수정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28270
  • 기사등록 2019-12-03 15:03:35
많이 본 기사더보기
  1. 윤석열의 72시간 침묵에 담긴 의미는 윤석열 각본, 윤석열 연출, 윤석열 주연의 엽기적인 부조리극의 발단과 결말 사이에 굴곡과 요동이 있었다면 도입부에서 텔리그램 메신저 프로그램의 앙증맞은 체리따봉 이미지로 등장했던 주인공이 마지막 대단원 부분에 이르러서는 자신의 우울한 표정과 무뚝뚝한 육성을 관객들을 향해 생생하게 드러냈다는 점이다
  2. 홍준표의 실패는 현재진행형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린 윤석열은 홍준표를 후계자로 낙점할까? 홍준표는 윤석열의 신임을 받아낼 수완은 차고도 넘친다. 그러나 폭넓은 국민의 지지를 확보할 역량은 빈곤하고 부실하다. 선수로서는 특급이되 지도자로선 이른바 폐급인 모순되고 역설적인 모습은 생계형 정치인의 최종 진화형인 생존형 정치인의 치명적 한계로 평가될 수...
  3. 윤석열, 이제야 정치인이 되려는가 전쟁은 일정한 거리를 두고서 상대방과 총탄과 포화를 주고받는 일이다. 정치는 직접 얼굴을 맞대고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교환하는 일이다. 윤석열은 야권이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을 노려볼 만한 원내 의석을 확보한 연후에야 정상적 의미의 정치를 비로소 하기 시작했다. 윤 대통령의 검사에서 정치인으로의 때늦고 마지못한 변신이 그 ...
  4. `서울국제정원박람회` 개막 앞두고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 열려 5월에는 서울 곳곳이 매력적인 정원으로 가득해질 전망이다. 오는 16일(목) 개막을 앞둔 ‘2024 서울국제정원박람회(이하 ‘정원박람회’)’와 연계해 자치구가 각 지역에 아름다운 정원을 만드는 경쟁을 벌인다.서울시는 25개 자치구와 협업하여 ‘자치구 정원 페스티벌’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구별로 정원을 조성하고 행...
  5. 환경실천연합회, 건설 현장 오염토양 무단 반출 여전 환경실천연합회(이하 환실련, 회장 이경율)가 최근 논란이 된 건설 현장의 오염토양 무단 반출에 따른 농지 불법 매립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양오염 정밀조사 단계를 거쳐 정화 처리하는 동안 건설공사 현장의 공정은 중단돼야 하고, 이에 따른 공사 지연 부대비용 발생과 오염토양으로 확인된 토사의 정화 처리 비용은 책정...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