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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철 “나의 행복만 아니라 남의 행복도 생각하자” - 교류는 생각이 독방에 갇히지 않도록 막는 최선의 방법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8-09 15: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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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의 금융위기를 전환점으로 삼아 배타주의와 자국 우선주의 풍조가 전 세계에서 대세로 자리 잡았다. 한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을 경영했던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머잖아 완전히 탈퇴할 분위기이고, 미국과 중국은 과거의 미소 냉전에 버금갈 신냉전 구도를 본격적으로 출범시킬 참이다.

한국은 소규모 개방경제 체제를 채택해 수많은 한계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비약적 경제성장과 거대한 사회적 발전을 이뤄냈다. 그러나 국제사회를 휩쓰는 배타적 국수주의는 한반도 상륙을 호시탐탐 노리는 중이다. 이 와중에 일본 아베 정권의 한국을 겨냥한 경제전쟁 도발은 한국인들의 민족주의 감정에 화끈하게 불을 댕겼다.

우리는 오랫동안 외세의 침략과 핍박을 겪은 결과로 말미암아 방어적 민족주의를 뼛속깊이 체득했다. 이러한 방어적 민족주의는 우리가 강대국들과 맞설 때는 순기능을 발휘한다. 반면에 방어적 민족주의는 한국과 비슷한 국력을 가졌거나 혹은 한국에 견주어 잘산다고 하기 어려운 나라들을 상대할 경우에는 오만하고 공격적 성향의 배외주의로 변질되기도 한다.

한국이 전 세계와의 교류 없이는 발전은커녕 생존마저 장담하기 어려운 지금, 한국과 국제사회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에게 어떠한 생각과 관점이 필요한지에 관해 김덕철 한국 유스호스텔 연맹 마케팅 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김덕철 팀장과의 인터뷰는 김 알리나 씨의 인터뷰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다. 눈치 빠른 독자들은 벌써 짐작했겠지만 김덕철과 김 알리나 두 사람은 국제커플, 곧 부부이다.

공희준 : 보호무역의 흐름과 이민반대의 물결이 현재 많은 나라들에서 거세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인류가 무수한 시행착오를 거쳐 일궈낸 포용의 가치와 개방의 문화가 민주주의 선진국으로 통해온 미국과 영국 같은 나라들에서조차 위협받는 실정입니다.


한국은 자유무역 체제와 국제교류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국가의 하나입니다. 지구촌이 이념대결과 경제전쟁의 시대로 다시 뒷걸음질을 친다면 한국이 제일 크고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인적 교류의 측면에서도, 그리고 경제협력의 관점에서도 자유롭고 개방된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서 전 세계 사람들에게 어떠한 태도와 노력이 필요한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맹목적 국익 추구가 양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져


김덕철 한국 유스호스텔 연맹 마케팅 팀장은 나라들 사이의 활발한 교류와 상호 이해가 얼마나 크게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 직접 생생하게 체험한 인물이기도 하다. 김덕철 팀장 왼쪽에 보이는 여성은 김덕철 팀장의 부인인 김 알리나 씨이다. (사진 : 김한주 기자 / 동영상 : 박진선 기자)

김덕철 : 저는 현재 국제교류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 몸담았던 분야는 국제개발에 관한 일이었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세계화는 저에게는 결코 남의 일이 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국제연합(UN) 체제가 탄생한 배경에 대해 먼저 잠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전 세계는 심각한 피해를 입었습니다. 특히나 유럽 대륙은 거의 쑥대밭이 되고 말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습니다.


저는 세계대전이 일어난 이유가 편협한 이데올로기와 맹목적 국익 추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의 독일과 일본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국제연합은 그와 같은 오류들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뜻에서 만들어진 다자협력체입니다.


저는 유엔이 어떤 일들을 해나가고 있는지 언론보도 등을 통해 꼼꼼하게 주시해왔습니다. 이를테면 현재 유엔이 지향하고 있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 :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에 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원인은 전 세계적 차원의 경제대공황에 있었습니다. 경제대공황이 낳은 불안과 분노, 박탈감과 좌절감이 사람들의 공격성과 폭력성을 극단적으로 부추기고 자극했습니다. 이러한 공격성과 폭력성이 국가 차원으로까지 확산돼 무모하고 잔인한 침략전쟁으로 이어졌던 것입니다.


무지는 오해를 낳고, 오해는 편견을 길러



서로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관용과 배려가 사라지면 개인이든 나라이든 궁극적으로 부딪칠 수밖에 없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모르는 것으로만 머물지 않습니다. 오해로 번지기 마련입니다. 이해를 못하면 포용할 수도 없습니다. 더욱이 심각한 압박감과 공포감도 유발될 수가 있습니다. 그로 인해 근거 없는 편견과 선입관이 싹트게 됩니다.


다른 나라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서로를 충분하고 자세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상대를 직접 겪고 느끼고 만나봐야만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자기가 편리하게 생각하는 방식대로 상대를 단정하고 낙인찍게 됩니다. 이해는 이해를 낳습니다. 반대로 오해는 오해를 부릅니다. 그래서 만남이 끊어지면 생각도 분단되는 법입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금방 자신의 한계를 드러내는 존재입니다. 교류가 없으면 집단지성 또한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의 폭넓은 공감대는 활발한 교류가 전제되어야 형성될 수가 있습니다. 교류의 과정에서 개인들이 가진 생각과 의견에 대한 성찰과 정제가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몸이 독방에 갇히면 건강을 상하듯이, 생각도 독방에 갇히면 건전해지기 어렵습니다. 교류는 생각이 독방에 갇히지 않도록 막아주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사람의 본능에 잠재된 공격성을 잠재워주는 것도 교류이고, 화해하고 협력하려는 협동심을 북돋워주는 것도 또한 교류입니다. 이런 원리는 비단 개인에게만 머물지 않습니다. 민족과 국가와 같은 대규모 범위를 가진 조직들 역시도 생각의 독방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외부와의 적극적 교류에 나설 필요가 있습니다.


한 문화권이 다른 문화권을 인정하지도 않고, 이해하지도 않으려고 하면 반목이 쌓이고 오해가 겹치면서 부정적인 길로 치달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저는 더 많은 분들께서 나라 사이의 교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답을, 전 세계의 인류가 함께 서로 어울려 살아가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한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에 동참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행복만 아니라 남의 행복도 생각해주자



생물학적 인간은 남녀가 만나 다음 세대를 만듭니다. 사회적 인간은 다른 사람들을 만나 문화를 만들고 보존해나갑니다. 이는 인간은 혼자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편견에 빠지거나 선입관에 물들지 않을 때 더욱더 수월하게 공동의 목표를 성취해낼 수가 있습니다. 따라서 저는 다양한 사고가 공존하는 사회가 더 커다란 공동의 목표를 더 빨리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21세기는 인류가 공통적으로 직면한 과제들이 그 어느 때보다 많이 생겨난 시대입니다. 아주 심각한 단계에 다다른 미세먼지 문제 하나만 당장에 놓고 봐도 그렇습니다. 기후변화 문제는 또 어떤가요?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힘을 합쳐 대처하고 해결해야만 할 중차대한 사태입니다. 미세먼지도, 기후변화도 서로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도 해결이 간단하지 않은 문제들입니다. 이걸 개별 국가 차원에서 풀 수 있다고 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입니다.


그러므로 공동의 지혜와 노력을 결집시키지 않고 지금 일본의 아베 정부가 하고 있는 것처럼 오로지 자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에만 열을 낸다면 지구촌이 직면한 숙제들은 오히려 해결이 어려워질 게 분명합니다. 사람도, 조직도 자신만의 단기적 이해관계에만 집착한다면 종국에는 충돌과 파국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나뭇가지들의 사이가 너무 넓게 벌어졌을 때는 가지를 다시 합치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국가 사이의 갈등의 가지가 지나치게 벌어지기 전에 합의점을 도출하려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윤리적 측면에서도, 효율성 측면에서도, 일찍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나중에 가래로 막아야만 할 지경으로까지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과도한 갈등은 쓸데없는 에너지의 낭비를 초래합니다. 국익은 당연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공동의 이익이 자국의 이익과 일치하는 지점은 어디엔가 있기 마련입니다. 나라의 운명을 책임진 리더의 역할은 그러한 지점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포착하고 발견하는 데 있습니다.


내가 실현하고 싶은 자아와 내가 소속된 조직의 이익이 많은 곳들에서 일치한다면 그처럼 행복한 삶도 드물 것입니다. 나도 성장하고, 동시에 회사도 성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타자에 대한 이해와 포용이 사람 사는 세상의 기저에 깔려 있는 핵심적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자면 다양성을 존중해주는 마음가짐이 사회에서 기본적 태도로 자리 잡아야 합니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나의 행복만이 아니라 남의 행복도 생각해줄 때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공희준 : 좋은 얘기 들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김덕철 : 더운 날,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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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08-09 15:5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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