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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당만이 황교안을 심판할 수 있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3-27 16: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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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희 학습효과가 준 교훈


손석형 후보는 민중당 고유의 가치와 철학의 실현에 힘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출처 : 손석형 페이스북)

경마장은 승률과 배당을 좇는 곳이다. 투표장은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공간이다. 민중당과 정의당, 또는 정의당과 민중당은 2019년 한국정치의 정당체제에서 스스로가 진보임을 표방하는 대표적인 정당이다.


두 정당의 공통점은 두 가지 정도다. 첫째는 양당 모두 통합진보당을, 더 거슬러 올라가면 민주노동당을 모태로 삼는다는 점이다. 둘째는 민중당과 정의당 전부 앞서 언급한 바대로 진보정당을 자처한다는 점이다.


두 정당의 두 가지 공통점은 양자의 한 가지 결정적 차별성으로 말미암아 대한항공 주주총회에서 경영권을 박탈당한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버금가게 순식간에 머쓱해지고 만다. 민중당과 정의당 사이에 샛강도 아니고 한강도 아닌 드넓은 태평양을 흐르도록 만든 문제의 한 가지 결정적 차별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정의당은 승률과 권력의 배당을 좇아 여당도 아니고 야당도 아닌 반여반야(半與半野)의 기괴한 경마장 정당으로 야릇하게 진화하였다. 민중당은 정의당과는 매우 다르다. 여기에는 ‘이정희 학습효과’가 남긴 무겁고 우울한 교훈이 상당 부분 작용하고 있다.


이정희는 당대표 시기는 기본이고 이전의 비례대표 국회의원 시절에도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을 정말 열심히 도와줬다. 진보정당 당수로서 보수야당의 마름 역할을 군소리 없이 척척 해냈다.


결과는 참담했다. 진보정당의 노선이고 자존심이고 깡그리 내팽개치고서 보수야당을 위해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해 봉사했음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이 검찰수사와 헌재재판을 차례로 거치며 강제해산될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자 민주당은 당 차원에서 철저하게 외면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진보정당이 독자성을 포기하고 보수정당의 도우미 노릇을 무리하게 자처할 시에 어떠한 후과가 종국에 기다리고 있는지를 통렬하고 처절하게 증명해준 경우였다.


이처럼 통합진보당은 가치와 철학 대신에 승률과 배당을 좇았다. 그리고 역사의 뒤안길로 기억해주는 사람들도 거의 없이 쓸쓸하게 사라졌다.


누가 황교안을 불러들였는가


인간은 미욱한 존재다. 그와 같은 인간의 한계와 숙명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를, 많이 배운 자와 많이 배우지 못한 자를 구별하지 않고 사람들을 방문하는 법이다. 인간의 미욱함은 타인이 경험한 오류와 실패가 자기에게만은 예외일 것이라는 믿음에서 궁극적 완전체에 도달한다.


정의당은 승률과 배당을 좇느라 가치와 철학을 버렸다. 정당의 가치와 철학은 시련에서 검증받고 위기에서 단련되기 마련이다. 정의당은 시련도, 위기도 겪지 않아온 온실 속 정당이다. 대신에 정의당은 다른 정당으로 하여금 시련과 위기를 겪게끔 이끌었다. 정의당 때문에 시련과 위기를 겪어온 정당은 물론 민중당이다.


민중당은 통합진보당을 긍정하고 승계하는 정당이다. 통합진보당을 마치 귀신 들린 폐가인 양 화들짝 박차고 나온 정의당과는 두드러지게 대조되는 부분이다. 문제는 통합진보당이 귀신 들린 폐가로 전락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계기와 원인을 제공한 세력이 정의당이라는 데 있다. 


비례대표 후보 경선 부정 사태는 통합진보당이 일반 국민의 인식에서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 생채기를 입은 사건이었다. 한데 알고 보니 사건은 현재의 민중당 사람들만 관여된 일이 아니었다. 지금의 정의당 세력도 만만찮게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지만 지금의 정의당 사람들은 현재의 민중당 사람들에게 모든 잘못을 그야말로 덤터기로 씌웠다.


이윽고 마침내 진짜 귀신이 찾아왔다.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인솔한 무시무시한 공안 귀신들과 종북몰이 유령들이! 따라서 현재의 정의당 사람들은 통합진보당에 공안 귀신들과 종북몰이 유령들이 찾아오도록 부추긴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않다고 하여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게다.


통합진보당에 들이닥친 공안 귀신들과 종북몰이 유령들은 며칠 전부터는 한반도 동남쪽 지역으로 죄다 몰려간 상태다. 황교안 대표를 비롯한 자유한국당의 주요 당직자들이 4․3 보궐선거 승리를 목표로 통합 창원시로 떼를 지어 우르르 달려간 영향이다.


승률과 배당보다 가치와 철학이 먼저다


통합진보당 강제해산에 여전히 분노하고 가슴 아파할 민중당 당원과 지지자의 입장으로 역지사지해 잠시 생각해보자. 창원 성산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두 명의 가해자와 한 명의 피해자가 싸우는 구도다. 황교안 대표가 앞에 선 자유한국당과 그 황교안에게 통합진보당을 침탈할 구실을 마련해준 셈이었던 정의당이 두 명의 가해자이다. 피해자는 당연히 통합진보당의 후예인 민중당이다. 한 명의 방관자였던 더불어민주당은 단일화 소동 속에서 슬그머니 뒷전으로 자취를 감췄다.


우리는 경마장과 투표장을 혼동하는 ‘내 마음속의 적폐’를 하루빨리 확실하고 과감하게 청산해야만 한다. 정치가 가치와 철학을 추구하는 일이 아니라 승률과 배당을 좇는 일이 되면 사회는 힘없고 가난한 평범한 인민대중에게 단 하루도 살기 힘든 지옥이 돼버리는 까닭에서이다.


국민들은, 유권자들은 선택해야 한다. 어느 정당을 찍을지에 대한 지엽말단적 선택을 뛰어넘어 더욱 본질적이고 심층적인 선택을 해야만 한다. 정치를 가치와 철학의 문제로 생각할지, 아니면 승률과 배당의 문제로 바라볼지에 대한 중차대한 선택이다. 이 양자택일의 선택지에서 이정희 전 대표는 승률과 배당을 중시하는 오판을 저지르며 소위 야권연대에 집착했고, 야권연대는 통합진보당의 비극적 해산으로 이어졌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정지지형에서는 오로지 민중당만이 황교안 때문에 모진 핍박과 수모를 당했던 정당이다. 이는 민중당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응징하고 심판할 수 있는 가장 뚜렷한 도덕적 명분과 윤리적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유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거듭된 인사참사와 더불어민주당의 고질적 내로남불 덕분에 극적으로 부활당한 상황이다. 자유한국당으로 대변되는 친미사대 수구냉전 공안세력이 더 이상 기사회생당하지 않게끔 막으려면, 부활당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려면 국민들은 민중당의 이러한 명분과 자산을 주목하고 존중하고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이번 창원 성산 보궐선거에서 민중당 손석형 후보의 일거수일투족에 유달리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연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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