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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만과 양현석, 어떻게 달랐나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19-03-15 15: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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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신기 사태를 기억하시나요


이수만(왼쪽)은 동방신기는 잃었지만 SM을 지켰다. YG와 빅뱅을 다 가지려 했던 양현석의 결과는 어떨까?

2008년 12월,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였던 김준수, 김재중, 박유천 세 사람은 SM 엔터테인먼트의 김영민 대표이사에게 회사에 투자를 해도 괜찮겠느냐고 물었다. 문제는 이들이 염두에 두고 있는 회사가 SM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동방신기는 한국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을 위시한 아시아 거의 모든 국가들의 수많은 소녀 팬들을 설렘과 흥분으로 들썩이게 하는 당대 최고의 케이팝 견인차였다. 김영민 사장은 등기이사의 경우와 같이 회사의 운영과 관련해 법률적 책임이 따를 수도 있는 공식적 직책은 맡지 말 것을 조언하면서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투자에 임할 것을 3인에게 당부하였다. SM의 창업자로서 한류의 대부로 오랫동안 영예를 구가해온 이수만 회장에게 악덕 기업인이라는 주홍글씨를 새겨 넣으며 그 후 몇 년간 우리나라 연예산업을 발칵 뒤집어놓았던 이른바 동방신기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방금 언급된 이야기는 「이수만 평전(안윤태‧공희준 공저)」에 실려 있는 내용이기도 하다. 필자가 안윤태 정보와사회 대표에게 SM 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을 매개고리로 삼아 한류의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평전 형식의 책을 내자는 상당히 도발적이고 기상천외한 제안을 불쑥 꺼낸 시점은 동방신기 분열 사태가 절정으로 치닫던 무렵이었다. 당시는 SM이 데뷔시킨 1호 연예인이었던 가수 현진영 씨처럼 이수만을 옹호하는 입장을 함부로 밝혔다가는 마치 나라라도 팔아먹은 것 같은 천하의 역적으로 단죄당하는 험악한 분위기였다.


이런 분위기는 SM과 동방신기 3인이 갈라선 원인이 소속 연예기획사에게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작성된 반인권적 노예계약서에 있다는 대중의 광범위한 여론에서 비롯되었다. 반면에 동방신기 시절 각각 시아준수, 영웅재중, 믹키유천이라는 예명으로 활약했던 세 아이돌 스타가 회사 측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장품 사업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일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중무장한 21세기 대중은 오만하고 무책임한 독재자와 세 가지 공통점을 갖기 마련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점이 그것들이다. 익명의 대중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대중독재시대의 우울한 단면이다.


양현석이 승리를 말렸다면


서울 강남 한복판에 자리한 유명 클럽 버닝썬에서 발생했던 단순폭행 사건의 파문이 그야말로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성폭행과 매매춘과 몰래카메라에 뒤이어 급기야 정의의 사도이자 민중의 지팡이여야만 마땅할 공권력, 곧 경찰에게까지 불똥이 튄 까닭에서이다. 한반도 평화의 위기도, 민생경제의 총체적 붕괴도, 시급하기 짝이 없는 선거제도 개혁도 팬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으며 엄청난 인기를 누려온 내로라하는 유명 아이돌 스타들이 막 일망타진당한 간첩단인 양 고구마줄기처럼 엮여 나오는 이번 사건의 자욱한 흙먼지 아래에 전부 파묻히고 말았다. 일각에서는 이러다가는 한류마저 덩달아 통째로 침몰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과 걱정의 목소리조차 제기되는 지경이다.


아직 사건의 정확한 명칭이 정해지지 않았을 만큼 이번 사건은 연루자들의 폭도, 수사의 칼끝이 최종적으로 겨냥할 방향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부분은 사건의 중심에 본래의 동방신기와 마찬가지로 남성 5인조 그룹인 빅뱅의 막내 승리(본명 이승현)가 우뚝 서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사건의 주모자는 아닐지언정 주인공이기는 하다.


벌써부터 이와 동일한 사건의 재발방치 대책이 백화제방 격으로 분출하고 있다.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확 높이자는 건 기본 요구다. 공권력과 거대 연예자본의 은밀한 결탁과 유착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만 한다는 지적도 어제오늘에 나온 얘기가 아니다. 대중문화 종사자들에게 윤리의식을 함양시키고, 사회적 지탄을 받는 파렴치한 범죄행위와 부도덕한 일탈행동을 저지른 연예인들을 다시는 복귀가 불가능하게끔 연예계에서 영구 추방하자는 의견도 더 이상 새롭지가 않다.


한류 스타들,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또 다른 획기적 묘안은 없을까? 필자는 가칭 「이수만법」을 제정하자는 도발적이고 기상천외한 방안을 감히 제시하는 바이다. 「이수만법」의 요지는 간단하다. 연예인으로 활동하며 얻은 재력과 명성을 바탕으로 불미스러운 사업에 관여했다가 본인에게는 돌이키지 못할 파멸을, 팬들에게는 무거운 실망감을, 국격과 회사 브랜드에는 커다란 생채기를 안기는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일정 액수 이상의 수입을 올리는 아이돌 스타들의, 소속사가 동의하지 않는 일체의 영리목적의 활동을 금지‧불허하자는 취지이다. 헌법에 명시된 직업선택의 자유는 아예 논외로 치자.


승리가 사업가 생활을 병행하겠다는 희망, 아니 욕망을 피력했을 때 YG 엔터테인먼트가 빅뱅이 반쪽으로 깨지는 후폭풍을 각오하고서 그의 결심을 만류했다면 현재의 불행은 결코 생겨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동업을 구실로 승리에게 접근한 장사꾼들이 탐낸 건 본질적으로 YG의 이름값과 후광이었기 때문이다.


재벌가의 피붙이가 아닌 바에야 승리 또래의 젊은 나이의 평범한 청년이 수십~수백억 원의 부를 짧은 시간 안에 움켜쥐기는 어렵다. 그렇게 단기간에 움켜진 부를 제대로 쓰기는 더 어렵다. 승리 즉 이승현도, 정준영도, 그리고 줄줄이 사탕으로 차례차례 등장하는 여러 청춘스타들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남들은 꿈꾸지도 못할 정도의 거액의 돈을 거머쥐었다. 그렇지만 명심하자. 돈은 요물이다. 너무 적어도 사람을 망가뜨리지만, 너무 많아도 사람을 무너뜨린다.


승리는 수중의 돈을 주체하지 못했다. 주체하지 못하는 자신의 돈을 그는 클럽 버닝썬에서 자기의 창창했던 장래와 더불어 홀라당 태워먹었다. 승리가 돈을 주체하지 못하리라는 사실을 이를테면 YG 엔터테인먼트 양현석 사장 등의 주변 인물들은 잘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크다. 통장에 돈이 입금됐다고 하여 한 인간의 품격과 자제력까지 자동으로 동반되어 들어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소속 연예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줄 의무가 있다. 그리고 돈을 잘 쓸 수 있도록 해줄 책임도 있다. 양현석의 YG 엔터테인먼트는 빅뱅의 승리가 돈을 잘 벌 수 있게는 만들어줬어도, 사업가 이승현이 돈을 잘 쓸 수 있게까지는 이끌어주지 못했다. 이 지점이 필자가 생각하는 이번 사건에서의 YG의 씻을 수 없는 원죄이고 과오다.


공은 또다시 이수만에게로


동방신기의 일부 구성원들이 사업을 못하도록 막은 이수만의 판단은 옳았다. 그러나 이수만이 모두 옳은 것은 물론 아니다. 이수만 회장은 이번 사태를 남들 눈에 띄지 않는 어딘가에서 조용히, 그러나 면밀하게 예의주시하고 있으리라. 나는 이수만 회장이 이 사태를 계기로 더욱 큰 용기와 지혜를 발휘해주기를 바란다.


지금은 올림픽 등의 국제대회에서의 입상 여부와 메달 색깔보다는 선수들의 인권과 인성이 훨씬 더 중시되는 시대다. 이로 말미암아 국가대표 선수촌의 존폐가 운위되는 상황이다. 이미 다양한 체육 종목들에서는 학생 선수들의 합숙훈련이 구시대의 적폐로 내몰려왔다. 연예 분야도 더는 자율과 자기관리의 시대정신을 외면해서는 곤란하다. 연습생이라는 명목으로 어린 소년소녀들을 집에서 재우지도 않고, 학교에도 등교시키지 않는 개성 말살의 전체주의적 숙소생활을 이참에 박물관으로 완전히 보내야만 한다.


나는 SM 엔터테인먼트가 그러한 흐름의 선두주자가 되었으면 좋겠다. SM은 동방신기 사태의 충격과 파장을 의연히 극복하고서 지구촌 전역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연예기획사로의 성장‧발전을 이뤄냈다. 한류 스타는 춤도 잘 추고 노래도 잘 부르지만, 성격도 반듯하고 예의 역시 바르다는 긍정적 평가를 전 세계가 내리는 날이 빨리 오기 위해서라도 연예계가 체육계를 흉내 내는 낡은 관행에 조종이 울려야 한다. 인기는 짧고 인격은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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