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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에는 왜 사재기가 없을까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3-03 01:3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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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을 도외시한 생산은 만성적 물자부족의 원인이었다. 소련 말기, 리투아니아 공화국 수도 빌니우스의 한 상점 모습. 이때부터 1년 후 리투아니아는 소련으로부터 분리독립을 하게 된다. (사진 : 구글이미지)

사재기는 탐욕과 더불어 한때 강남 아줌마들 사회의 전매특허였다. 한반도에서 남북한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 강남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생수와 쌀과 라면과 밀가루와 기초의약품 등의 생활필수품 사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뉴스가 어김없이 신문방송을 타곤 했었다.


그런데 압구정동과 대치동처럼 만인으로부터 각광받는 강남 1급지도 아니고, 필자와 같이 가난한 서민들도 한쪽 귀퉁이에서 옹색하게 엉덩이를 붙이고 살고 있는 이곳 잠실에서조차 과거와 같은 후진적이고 무지몽매한 형태의 사재기 현상이 더는 발견되지 않는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강남권 주민들이 마침내 개과천선해 특별히 착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서울 강남은 우리나라에서 유통망이 제일 발달한, 즉 물류 활동이 가장 원활하게 이뤄지는 지역에 해당한다. 당장 우리 동네 마트만 해도 선반마다 각종 라면이 켜켜이 쌓여 있다. 심지어 신제품 「짜파구리」도 엊그제 매장에 한 아름 들어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문제의 근본 없는 음식 말이다. 그러므로 주민들 입장에서는 굳이 무식하게 라면을 박스째 사들일 필요가 없다고 하겠다.


미국과 나란히 세계를 호령하는 양대 초강대국으로 군림했던 소련이 생산을 못해서 망한 것이 아니다. 저 위대했던 볼셰비키의 나라는 배급 이상으로 중요한 과정인 배송에 만성적인 동맥경화 증상이 생겨나 소비에트사회주의공화국연방은 허망하게 무너지고 말았다. 이를테면, 우크라이나의 끝없는 대평원에서 수천만 톤의 멀쩡한 밀알이 하염없이 썩어갈 때 모스크바 시내의 빵가게 앞에서는 허다한 인민들이 겨우 식빵 한 덩어리를 얻기 위해 기나긴 장사진을 치고서 몇 시간째 지루하게 줄을 서야만 했다.


이미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판명된 문재인 정권의 경제정책은 이 사활적인 유통과 물류 부문에서 더더욱 죽을 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필자는 이번 우한폐렴 사태로 촉발된 마스크 대란은 그 상징적 지표이자 일종의 서곡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실력이 급작스럽게 일취월장해 유통과 물류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개선시킬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국민들이 택할 수 있는 각자도생의 마지막 대책은 지금이라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단 하루라도 빨리 무조건 서울 강남권에 집 사는 것일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미 강남에 집을 갖고 있는 강남좌파들은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만들고 있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국면에서마저 또다시 의문의 여지가 없는 1승을 추가하게 됐다. 진보를 표방하는 정권만 출현하면 빈부격차가 되레 걷잡을 수 없이 심해지는 고질적 악순환에는 도대체 언제쯤 확실하게 종지부가 찍히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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