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사이의 감정싸움이 점입가경이다. 문제는 두 사람 간의 갈등이 감정 싸움조차 되지 못하는 치졸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누가 상대방의 빈정을 더 심하게 상하게 하는지 마치 시합이라도 벌이는 것 같은 양상인 탓이다.
대부분의 정치부 기자들과 정치평론가들은 안철수와 이준석, 이준석과 안철수가 거창한 이해관계의 충돌로 말미암아, 야당으로의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의 정권재창출을 희망하는 여론을 압도하는 상황에 아랑곳하지 않고서 볼썽사나운 기세 싸움을 벌인다고 분석ㆍ평가해왔다. 실상은 다르다. 안철수와 이준석은 노선과 정견의 차이로 다투지 않는다. 단지 상대의 존재를 인간적인 ‘자존심’의 견지에서 인정할 수가 없는 까닭에 지금과 같은 무익하고 무의미한 소모전을 이어왔다.
안철수와 이준석의 불화의 연원을 파고들면 그 뿌리에는 이준석에 대한 안철수의 오랜 우월의식과 안철수를 향한 이준석의 해묵은 복수심이 자리하고 있다.
필자는 2016년 봄에 치러진 제20대 총선에서 서울 노원병에 출마한 안철수 대표의 선거운동에 잠깐 살짝 관여한 적이 있다. 나는 그때의 경험을 최근 단행본으로 출간된 「이준석이 나갑니다 : 이준석 전후사의 인식(도서출판 오픈하우스)」이라는 책에서 비교적 상세히 소개해놓았다.
당시 안철수 대표가 자기와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을 놓고 경쟁한 이준석 현 국민의힘 대표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려는 목적으로 구사한 전략은 일종의 적대적 무시 작전이었다. 이준석이 안철수를 겨냥해 어떠한 공세와 도발을 시도하건 일절 대응도, 반격도 하지 않는다는 기조였다.
그때만 해도 안철수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쌍벽을 이루는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다. 반면에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아 상계동에 입후보한 이준석은 땅꼬마 취급을 받는 설움을 수시로 겪어야만 했던 나이 어린 일개 원외 인사에 불과했다. 자신을 시종일관 무시하며 상대조차 해주지 않는 안철수에게 이준석이 느낀 감정이 무엇이었을지는 굳이 물어보나 마나일 것이다.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문재인 정권의 출범, 그리고 부패한 강남좌파의 실체와 기득권 586 세력의 위선적인 내로남불을 제대로 드러낸 조국 사태를 차례로 거치며 안철수와 이준석의 정치적 위상은 그야말로 상전벽해가 되었다. 막강했던 안철수는 그저 그런 군소 대선주자로 전락했고, 땅꼬마 이준석은 정권탈환을 호시탐탐 노리는 제1야당의 당수로 화려하게 성장했다.
그런데 안철수와 이준석은 서로를 상대할 경우에는 과거의 타성과 기억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기색이다. 안철수는 이준석을 여전히 만만한 동네 땅꼬마 정도로 여기는 모습이다. 이준석은 안철수 앞에만 서면 말장난 일삼으며 까불대던 종편 출연자 시절로 자동으로 돌아가기 일쑤다.
안철수는 본인의 권토중래에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성찰과 변화의 자세가 이준석과 싸우는 과정에서 번번이 흐트러지고 만다. 이준석은 그가 하루빨리 극복해야만 할 치기어린 가벼움이 안철수와 드잡이하느라 되레 도지곤 한다. 안철수가 이준석을 이긴들, 이준석이 안철수를 꺾은들 결국에 얻을 건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밖에 없는 연유이다.
안철수는 아무리 고통스럽더라도 바뀐 현실을 냉철하게 직시해야 한다. 그는 세력에서나 명분에서나 더는 이준석을 능가하지 못한다. 이준석은 어제의 원한과 오늘의 앙갚음이 아닌, 내일의 성공을 우선적으로 생각해야만 한다. 대중은 안철수를 모질게 박대하는 이준석의 오만하고 되바라진 태도에서 미래에 더 높은 자리에 올라 더 큰 권력을 틀어쥔 이준석이 국민들을 어떻게 다룰지를 예감하기 때문이다.
상대를 죽이고 나도 죽느니, 상대를 제거하지 못할지언정 나도 살고 보는 게 최소한 천만 배는 낫다. 그러한 지혜로운 선택에 힘입어 김대중과 김영삼 모두가 나중에 대통령에 당선될 수 있었음을 안철수와 이준석은 너무 늦기 전에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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