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 이래서 문제다
- 공 : 그래도 청와대와 서울시 사이에 공통점은 있지 않겠습니까? 양쪽 모두 더불어민주당 정권이니까요.
= 장 : 청와대와 서울시의 결정적 공통점은 공급을 제한하려고 한다는 데 있습니다. 살기 괜찮은 주택의 공급 부족은 집값을 상승시키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그런데 문재인 대통령과 박원순 서울시장 두 분 모두 공급은 막아놓은 상태에서 세금이나 규제를 동원해 집값을 잡겠다는 생각을 주로 하고 계십니다.
- 공 : 그럼 장진영 위원장님의 입장은 공급 찬성 쪽인가요?
= 장 : 공급을 확대하면서 다른 정책을 병행하자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저는 특히 서울시가 문제라고 봐요.
- 공 : 어차피 청와대로부터 이래도 욕먹고, 저래도 욕먹는 상황이니 박원순 시장이 더 전향적으로 나서라는 주문으로 들립니다.
= 장 : 핵심은 서울 집값입니다. 그렇다면 새로 집 지을 땅이 어디 있느냐? 정답은 재개발과 재건축에 있습니다.
필자는 이 부분에서 나중에 꺼내려던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었다.
- 공 : 그렇다면 위원장님께서는 그린벨트 해제에 찬성하십니까?
= 장 : 그린벨트를 풀고, 풀지 않고는 별 영향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 공 : 제가 궁금한 점은 만약 위원장님이 서울시장이라면 그린벨트를 어떻게 할지거든요. 보존이냐? 아니면 개발이냐? 박원순 현 서울시장은 그린벨트는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견지하고 있습니다.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그린벨트 해제를 반대한다는 박 시장의 입장을 높게 평가하고 있기도 하고요.
= 장 : 저는 그린벨트 해제 여부가 집값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봅니다. 문제의 본질은 집값입니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느냐, 하지 않느냐는 관건이 아닙니다. 지금 국민들의 관심사는 집값이지, 그린벨트가 아니잖아요. 단지, 청와대와 서울시가 그린벨트 때문에 대립하는 것 같은 정치적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을 뿐입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시내의 재개발과 재건축을 거의 전부 묶어놓은 상태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집값 폭등에 상당히 작용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박원순 시장께서는 재개발과 재건축 해봤자 투기꾼들에게만 이득이 돌아가지, 실수요자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고 계신 듯싶습니다. 이건 합리적 주택 정책이 아닙니다. 서울시가 해야 할 일은 재건축과 재개발을 무조건 묶어놓는 게 아닙니다. 실수요자들이 재건축과 재개발을 통해 자기들이 원하는 수준과 가격의 주택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서울시의 주택정책이 나아가야만 할 올바른 방향입니다. 이런 노력은 외면한 채 투기꾼들 때려잡을 궁리만 하는 건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해줄 수가 없습니다.
- 공 : 위원장님께서는 현직 변호사이기도 하십니다. 법률상담도 많이 하시고, 사건수임도 자주 하실 것 같아요. 그래서 묻고 싶은 건데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부동산과 관련된 소송이 증가했나요? 아니면 반대로 감소했나요? 이런 부분은 통계로는 잡기 어려운 실물상의 지표 같은 것들이라….
= 장 : 확연히 증감을 체감할 만큼 제가 많은 사건을 담당하지는 않기 때문에 이 부분과 관련해 정확한 답변을 드리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한 가지 말씀드릴 수 있는 사실은 재건축이나 재개발과 관련된 법률 상담이 확 줄었다는 점입니다. 재개발․재개발과 연관된 상담은 아예 없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동산관 관련된 법률 상담들 가운데서도 유독 재건축․재개발 상담이 자취를 감췄습니다.
- 공 : 위원장님의 의견을 요약하자면 실수요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재건축과 재개발을 전면적으로 풀자는 말씀이네요.
= 장 : 확 풀어야죠.
정부당국은 시행사들의 장난부터 막아야
장진영 위원장이 변호사로서의 영업을 위해 재건축과 재개발을 전면적으로 양성화하자는 취지의 답변을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부동산, 범위를 좁히면 주택 정책과 관련해 그는 이른바 시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신봉하는 인물로 보였다.
= 장 : 현재의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에는 문제점들이 당연히 많습니다. 대표적 모순이 원주민들의 재정착률이 낮다는 것입니다. (목소리에 힘을 주어가며) 중앙정부건, 시장정부건 우선적으로 고민해야만 할 일은 저조한 원주민 재정착률을 어떻게 획기적으로 끌어올릴지에 관해서입니다.
- 공 : 위원장님의 지역구인 사당동 일대가 바로 재개발 때문에 오래전부터 시끄러웠던 동네입니다.
= 장 : 지금도 그것 때문에 동네가 심하게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재정착률이 낮을까요? 시행사로 불리는 사람들이 장난을 치기 때문입니다. 공사를 책임진 건설사들은 시공사이고요.
- 공 : 재개발조합 같은 조직이 말씀하신 바로 그 시행사가 되겠네요. 상습적으로 농간 부리는 무리들이요.
= 장 : 그렇죠. 재건축조합과, 다른 형태로 시행을 담당한 사람들이 함께 팀을 이뤄 시행사 자격으로 재건축 사업을 진행합니다. 이 사람들이 원주민들을 상대로 나중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곤 합니다. 이를테면 시행사가 원주민들에게는 평당 3천만 원을 약속했는데 나중에 감정평가를 실시해보니 실제로는 1천 5백만 원만 나오는 식입니다.
- 공 : 모자라는 금액은 어떻게 메우나요?
= 장 : 부족한 차액은 원주민들이 자기 부담으로 보전해야 합니다. 재건축 작업의 첫 번째 단계인 사업동의 단계부터 정확한 정보 제공이 이뤄지지 않은 탓이지요. 사기성 농후한 사람들이 시행자라는 명목으로 중간에 끼어서 사업을 추진해온 때문입니다. 행정당국의 본연의 역할은 이와 같은 병폐들을 보완하고 고쳐나갈 대책과 제도적 장치들을 강구하고 개발하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사업 자체를 불허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 공 : 구더기 무섭다고 장 담는 일을 원천봉쇄하는 경우네요.
= 장 : 시행사들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고민하는 일에는 정부가 관심이 없으니, 나중에 재건축과 재개발을 완화하면 동일한 형태의 병폐가 또다시 재연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게 공급도 안 되고, 그 결과 땅값도 잡히지 않는 악순환의 핵심적 고리입니다.
- 공 : 그 외의 특별한 해법은 생각해놓으신 게 있나요?
= 장 : 일단은 공급의 숨통을 튀어주는 게 급선무입니다. 그렇다면 땅값이 치솟는 진짜 원인은 어디에 있느냐? 지금 시중에 너무 많은 돈이 풀려 있어요. 이건 박근혜 정부 탓만 해서는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문재인 정부 들어와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담보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만 해도 은행권에서의 주택담보대출이 무려 3초 6천억 원이 증가했습니다. 직전인 지난달 벌어진 일을 어떻게 과거 정권 탓으로 돌리겠습니까? 시중에 이렇게 자금이 많이 풀렸는데 이 돈들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어요? 다들 부동산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다른 곳으로는 갈 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가지수부터 한번 관찰해보세요. 제가 문재인 정부 출범 직후인 2017년 7월부터 올해인 2018년 7월까지의 각국의 주식시세를 비교해봤습니다. 미국의 다우존스 지수와 일보의 니케이 지수 모두 20퍼센트 가량 상승했습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종합주가지수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주식시장이 투자자들의 관심권 밖으로 벗어난 탓입니다.
- 공 : 우리나라가 이런저런 이유로 기업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오르려야 오를 수가 없지요.
= 장 : 그러니까요. 정부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니 주식시장으로 돈이 몰리지 않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투자도 부진하고요. 더군다나 암호화폐도 고사시키기만 하면 안 되죠.
- 공 : 문재인 정부의 ICO(암호화폐공개) 금지 방침은 대단히 확고한 것으로 추측됩니다.
= 장 : 무조건 금지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부정적 요소는 최소하면서 장점은 극대화해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인 블록체인 기술을 육성할 생각을 해야만 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예 암호화폐 시장 자체를 통째로 고사시키는 형국입니다. 그러니 돈이 다 부동산으로 갈 밖에요.
이 주제를 놓고 더 자세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필자가 불과 얼마 전까지 암호화폐 발행을 준비하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았던 터라 소위 이해관계의 충돌이 빚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기에 제동을 걸 수밖에 없었다.
나경원의 시간은 이제 끝났다
- 공 : 이제 악플 부르는 주제로 작심하고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동작을 지역구의 현역 국회의원이 저 유명한, 정말 저 유명한 나경원 의원이십니다. 나경원 의원의 대표 공약이 이른바 ‘강남 4구론입’니다. 동작구를 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어깨를 나란히 겨루는 강남 4구로 발전시키겠다는 장밋빛 청사진입니다. 한데 제 경험칙상 사실은 강남 2.5구가 맞아요. 강남구 전체+서초구 전역+송파구 일부만 우리가 상식적으로 생각하는 강남의 모습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송파구의 절반은 실질적으로는 서울 강북과 진배없거든요. 제가 송파구에 살아봐서 압니다. (웃음) 장진영 위원장님께서는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방금 전에 피력하셨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사회의 현실을 한번 보세요. 어느 분야에서 성공을 했건 나중에 하는 일이 뭡니까? 강남에 집 사는 겁니다. 운동선수로 성공해도 강남에 집 사고, 영화배우로 성공해도 강남에 집 사고, 걸그룹이나 보이그룹 같은 아이돌 가수로 성공해도 강남에 집 사고, 시골에서 논밭 가진 분들도 본인이 소유한 전답이 도시개발에 편입돼 거액을 보상받으면 그 돈으로 강남에 집을 구입합니다. 그야말로 ‘기승전-강남’의 사이클이고 법칙입니다. 서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서울이 아닌 것이 작금의 세태입니다. 따라서 서울이라고 해도 강남으로 불리는 일부 지역에서만 사람들이 살고 싶어 하는 구조적 측면을 깨지 않고서는 공급 확대론이 별로 약발을 받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제 솔직한 의견입니다. 단적으로 노원구에 아무리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해도 청담동이나 대치동 주민들이 그곳으로 이사 가려고 하겠습니까? 제가 잠실로 오기 직전에 노원구 월계동에서 거주해봤기에 드릴 수 있는 질문입니다.
= 장 : 경제적 격차 해소의 문제가 물론 중요하기는 합니다. 그렇지만 모든 여건이 다 비슷해질 수는 없습니다. 격차를 완화할 수는 있어도, 격차를 아예 완전해 제거하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어느 나라에서든 주거지로 선호되는 지역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이는 땅값이 오르는 일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땅값을 무리하게 잡으려다 하다 보면 의도하지 않은 부작용이 빚어지기가 쉽습니다.
- 공 : 강남 땅값을 잡겠다고 요란하게 나선 정치인들과 고위 관료들이 공교롭게도 거의 다 그 동네에 살고 계시잖아요. 강남에.
= 장 : 그렇죠.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 공 : 서민들은 정부가 강남 땅값을 못 잡는 게 아니라 일부러 안 잡는 거라고 여기기도 합니다. (웃음)
= 장 : 저는 보유세를 추가로 더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정부여당은 보유세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저임금은 16.4퍼센트씩 팍팍 올리면서 부동산 보유세는 왜 저렇게 찔끔 인상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 공 : 그분들은 주로 공무원이다 보니까 남들에게 월급 줄 일이 없잖아요. 대신에 집주인이기는 하니까 보유세와는 상관이 있고요. (웃음)
= 장 : 이제 이해가 됩니다. (웃음)
- 공 : 제가 자유한국당 나경원 의원께서 비호감도에서는 대한민국 탑을 차지했다고 어디 가서 크게 떠들어도 지금은 명예훼손이 되지 않을 만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그분이 이 지역에서는 꾸역꾸역 계속 당선되고 게십니다. 과연 그 비결이 뭘까요?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상대를 이기려면 먼저 상대의 장점을 파악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전국적 비호감임에도 자기 동네에서는 꾸역꾸역 당선되는 그 비장의 전략을요.
= 장 : 우선은 미인이시잖아요.
- 공 : 그래도 이제는 좀 되셨잖아요. 연식이.
= 장 : 나경원 의원의 미모 프리미엄도 이제는 예전만큼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말씀에 저도 실은 동의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명도에서는 아직도 강점을 갖고 계시는 것도 사실입니다.
- 공 : 나경원 의원께서 여전히 유명하시기는 한데 지금은 그게 악명 비슷하게 되었습니다.
= 장 : Notorious.
- 공희준 : 듀란듀란. (웃음)
= 장 : 저는 미모와 지명도가 나경원 의원께 제공해온 후광은 이제는 시효를 다했다고 봅니다. 따라서 유권자들께서는 과거보다는 더욱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과 평가를 하시게 되겠죠. 제가 다음에는 나경원 의원에게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드는 이유입니다.
- 공 : 그런데 나경원 의원이 센 탓이라고만 생각할 수 없지 않습니까? 나경원 의원 입장에서 상대편의 약점을 잘 공략한 것일 수도 있고요.
= 장 : 이 지역을 오랫동안 터줏대감처럼 관리해온 더불어민주당의 모 원외위원장이 경쟁력이 강한 인물로 보기는 어려운 분이셨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 쪽에서는 유명한 사람 대충 낙하산으로 공천해도 이길 수 있겠다는 계산을 자연스럽게 했겠죠. 자유한국당 시점에서 바라본다면 동작을은 자기네가 정몽준 전 의원이나 나경원 의원처럼 지명도 있는 인물을 내리꽂으면 어렵지 않게 이길 수 있는 선거 구도로 인식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민주당 쪽에서도 이계안 전 의원님이나 정동영 의원님처럼 유명한 분들을 대항마로 내세웠습니다. 이 지역에서 한동안 ’별들의 전쟁‘이 일어났던 배경입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더불어민주당 쪽의 약세 원인이 제거가 됐습니다.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인물로 지역위원장이 교체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자유한국당에서 4선 의원인 나경원 의원보다도 더 유명한 분을 데려올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누굴 내보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제가 어떻게 하는지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당동 출신으로서 바른미래당에서 동작을을 지역구로 삼아 지금까지 활동해왔고, 앞으로도 활동해나갈 사람은 제가 유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기에서 승부를 걸 작정입니다
영입 인사도 바닥을 굴러야 한다
- 공 : 동작에 뼈를 묻겠다는 뜻인가요? (웃음)
= 장 : 그런 말까지는 아니고. (웃음)
- 공 : 우리나라 정치에서는 묻은 뼈를 다시 파가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더라고요. (웃음) 이제 마지막 질문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정치권에서 국민들에게 당명이 널리 알려진 정당들을 보면 정의당을 빼놓고는 모든 정당들의 당대표가 ‘올드 보이’로 일컬어지는 분들이십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정동영 평화민주당 대표 모두가 오래전부터 국민들에게 낯익은 인사들입니다. 그렇지만 저는 올드 보이들을 마냥 비판하고만 싶지는 않습니다. 진짜 문제는 올드 보이와는 대조적 개념일 ‘영 보이’들에게 있기 때문입니다. 아니, 뒷물이 밀고 들어와야 앞물결이 밀려나는 건데, 뒷물결이 감감무소식이잖아요. 더 큰 문제는 세대교체의 실종이 비단 정치 영역에만 국한된 현상은 아니라는 데 있습니다. MBC 「무한도전」을 한 예로 거론해보겠습니다. 멤버들이 10년 동안 장수하며 전부 다 40대 중후반의 중장년들이 됐어요. 청년들이 사라진 겁니다.
= 장 : 그러니까 힘없이 폐지됐잖아요.
- 공 : 정치는 사회를 선도하는 견인차입니다. 세대교체 실종의 원흉이 정치일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한국정치, 왜 이렇게 세대교체의 무풍지대가 돼버린 겁니까?
= 장 : 저는 낡은 정당구조에 세대교체 실종의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정당 구조는 정치 신인들의 진입을 아주 어렵게 만드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우선은 정당의 공직후보 선출작업 과정부터가 그렇습니다. 공천이 상향식으로 이뤄지지가 않습니다. 사람을 내부에서 키우지도 않습니다. 외부에서 수혈해오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전혀 민주적이지가 않아요.
- 공 : 그런 일들을 가리켜 ‘내리꽂는다’고 합니다.
= 장 : 실력자의 은혜를 입어야 정치 신인에게 비로소 데뷔의 길이 열립니다.
- 공 : 마치 옛날 조선시대처럼 승은을 입어야 하네요.
= 장 : 간택을 받는 것이죠. 민주적인 상향식 공천 제도와 체계적 인재 육성 시스템이 있어야만 경쟁력을 가진 새로운 정치 신인들이 대거 출현할 수 있습니다. 구의원에서 시의원으로, 시의원에서 구청장으로 자연스럽게 성장해갈 통로가 마련될 수 있는 것이죠. 그와 같은 구조와 기반이 확립․정착되면 실력자의 간택을, 보스의 성은을 기대할 필요가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구조와 시스템이 전연 구축되어 있지가 않습니다. 윗선에서 당겨주고 끌어줘야만 합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이 야당을 이끌고 정치를 주도하셨던 시대에는 꽂아주고 끌어주는 하향식 모델도 나름 순기능과 존재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현재 내로라하는 586 정치인들이 그런 경로를 거쳐서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 발탁된 나경원 의원도 바로 이 경우에 해당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표로 계시던 시절에 몇몇 유명 인사들이 외부에서 영입되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왕적 총재가 이제는 완전히 구시대의 유물이 된 터라 단박에 잘나갈 수 있는 채널이 더는 존재하지 않아요. 누구를 키워주고 밀어준다고 해서 안 될 일이 되지는 않습니다.
- 공 : 그런데 위원장님도 영입된 경우에 속하잖아요?
= 장 : 저도 영입 인사이기는 한데 지지리도 운이 없어서. (웃음)
- 공 : 흐흐흐흐흐
= 장 : 저는 영입된 경우임에도 바닥을 열심히 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는 이게 저에게 좋았으면 좋았지, 결코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기초에서부터 한 계단씩 차분하고 착실하게 밟아 올라가는 게 원래 정상이기 때문입니다. 외부 수혈이 아예 없을 수야 없겠죠. 그렇지만 수혈된 분들을 당 지도부가 국회의원 후보에 곧바로 내리꽂아서는 안 됩니다. 기초부터 다져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정도에서 머물러야 합니다. 당의 수뇌부가 외부 영입 인사를 위해 해줄 수 있은 일은 여기까지여야 합니다. 신진 인사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길러 자생력을 갖춘 다음에 더 큰 무대로 나아갈 수 있는 통로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금은 이도저도 안 되고 있습니다. 젊은 신진 세력이 등장할 수 없는 구조적 한계와 제약조건들이 도처에 가로놓여 있어요.
- 공 : 현재 상황을 보자면 뒷물이 아예 말라버린 느낌입니다. 장강의 앞물들 입장에서는 한마디로 고맙지요.
= 장 : 586들 이후로는 인적 공급이 고갈되었습니다.
- 공 : 위원장님께서 말씀하신 부분에 저 역시 수긍하는 것이 제가 아주 이따금씩 정당의 공식회의 같은 행사에 참석해보면 속된 말로 머릿수 채우려고 앉아있는 젊은 친구들 제외하면 제가 막내에요. 어떤 사안이나 문제에 대해 실제로 찬반 의견을 표시할 수 있는 사람 중에선 제가 제일 어리기 일쑤입니다. 생각해보니 제가 저희 업계에서는 거의 20년째 막내급입니다.
= 장 :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새 얼굴이, 새 인물이 나타날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 공 : 세대교체라는 말 자체가 아예 사치겠네요?
= 장 : 교체선수로 나설 후속세대가 아예 없는데 어떻게 교체를 말할 수가 있겠습니까?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인 1971년생들이 우리나이로 벌써 마흔여덟 살입니다. 40대 후반에 다다랐습니다.
- 공 :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아직 40대 초반입니다. 1977년 12월생이거든요.
= 장 : 40대 중후반의 나잇대면 다른 나라는 대통령을 할 나이도 이미 지난 연배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전부 합쳐도 40대 국회의원이 20명도 채 안 됩니다. 전체 현역 의원의 10프로에도 미달합니다. 지역구 의원의 숫자만 계산하면 더 초라해 보일 겁니다. 이런 판국이니 자생력을 키워서 세대교체를 이룩하기를 어찌 기대할 수가 있겠어요?
싸가지 없는 이준석이 꼰대들보다는 낫다
- 공 : 저는 정치권만 참여하는 2018년 코미디 대상을 시상한다면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 의원께 수상자의 영광을 드리고 싶습니다. 송영길 의원이 빠른 63년생으로 81학번이십니다. 그런데 세대교체의 기수를 자임하고 계시더라고요. 제가 보기에는 세대교체를 당하셔야 어울릴 분인데. (웃음) 하지만 송영길 의원에게만 면박을 줄 수 없는 까닭은 송영길 의원에 의해 세대교체의 대상으로 지목된 분들이 한결같이 70세 안팎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제 신문에서 정말 인상 깊게 읽은 내용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가 새로운 것이 출현하지 않는 늙은 사회가 돼버렸다는 개탄이었습니다. 심지어 영화 분야에서도요. 왜냐? 관객이 죄다 40~50대이기 때문이랍니다. 대한민국의 딜레마는 그렇다고 국민을 세대교체를 할 수는 없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에는 정치가 세대교체의 총대를 과감히 메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 장 : 저라도 어떤 역할을 해야죠. 서울시장 출마 선언도 세대교체의 깃발을 올리는 데 주안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즘 이준석 최고위원과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습니다.
- 공 : 이준석 최고위원도 바른미래당 안에서 욕을 많이 먹는 분 아닌가요? 무슨 가지가 없다고요. (웃음)
= 장 : 젊은 사람에게 이것저것 모두 갖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정치를 하지 말라고 요구하는 것과 똑같습니다. 정작 자기 자신은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들한테는 그런 무리한 요구를 하더라고요.
장진영 위원장은 이 대목에서 화끈한 직설 화법을 서슴없이 구사했다.
= 장 : 싸가지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습니다. 만약 젊은 사람이 싸가지가 없다면 그걸 정치를 오래하신 분들께서 이해를 해주셔야죠. 사람을 안고 가려고 해야지, 누구는 싸가지 없다고 따돌리고, 누구는 노이즈 마케팅 한다고 밀쳐내는 식으로 사람들을 자꾸만 배척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길일 따름입니다.
- 공 : 그럼 제가 장진영 왈, “나는 싸가지가 없다는 손가락질에 개의치 않고 나의 길을 가겠다”고 정리해도 무탈할까요?
= 장 : 그러면 안 되죠. 저는 원래는 싸가지가 없는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일동 웃음) 그런 부분에 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젊은 세대의 도전을 싸가지가 없다는 식으로 단정하려는 시각, 그게 바로 꼰대들의 시각 아니겠어요?
- 공 : 장진영 왈, “나의 무한도전에는 종영은 없다”로, 인터뷰로 시작해 대담으로 끝난 오늘 만남의 결론을 맺도록 하겠습니다. 바쁘신 중에 귀한 시간 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장 : 고맙습니다.
끝.
▶ 장진영 위원장은?
1971년에 태어나 사당동과 신림동에서 초중고등학교를 다녔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서는 대한변호사협회의 대변인으로 일했다.
한국 법률시장의 골리앗인 김앤장을 상대로 굵직굵직한 재판들에서 잇따라 승소를 거두며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고, 대중에게는 MBC 문화방송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 날카롭고 치밀한 법리를 펼침으로써 크고 깊은 인상을 남겼다.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에는 국민의당에서 대변인을 거쳐 수석 최고위원을 역임했다. 현재는 바른미래당 동작을 지역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채널A 「외부자들」 등의 다양한 방송 프로에서 유려하고도 재치 있는 화술과 논리로 맹활약하고 있다.
다른 곳에 퍼가실 때는 아래 고유 링크 주소를 출처로 사용해주세요.
http://paxnews.co.kr/news/view.php?idx=2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