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안 올라도 3~4억은 올랐을 거예요.”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 겸 사회부총리가 살았던 서울시 강남구에 위치한 어느 아파트 단지의 시세에 관해 비교적 정통한 한 지인이 내게 귀띔해준 정보다.
김상곤 전 장관은 야당의 빗발치는 성화에 떠밀려 자신이 거주했던 아파트를 매각했다. 사실, 김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다른 대부분의 장차관들이나 청와대 핵심 참모들처럼 강남에 보유한 집을 팔라는 여론과 민심의 거센 요구를 천연덕스럽게 마냥 뭉갤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그는 과감히 집을 팔고서 홀연히 강남을 떠났고, 그 결과 만약에 집을 부동산중개소에 내놓지 않았다면 가만히 앉아서 편안히 손에 거머쥘 수 있었을 수억 원의 고액을 뻔히 두 눈 뜨고서 아깝게 날린 셈이 돼버렸다.
DTD가 있다면 UHU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DTD의 법칙’이란 괴이한 속설이 존재한다. DTD는 “Down Team Down”의 약자로서, 스타 선수 출신이기도 한 김재박 전 LG 트윈스 감독이 선수층이 넓지 못하고 기본 전력이 취약한 팀은 상위권 성적을 장기간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취지로 발언한 내용을 네티즌들이 재치 있게 각색해 버무려낸 일종의 콩글리시이다.
김재박 전 감독은 지금은 해체된 현대 유니콘스 사령탑으로 재임하던 시절에 순위경쟁 상대인 롯데 자이언츠를 지목해 이 얘기를 꺼냈다. 그런데 김 전 감독이 이후에 팀을 옮겨 지휘봉을 잡은 LG 구단 또한 시즌이 진행됨과 더불어 롯데와 비슷한 하강곡선을 그림으로써 이제 DTD는 LG 트윈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신조어가 되고 말았다.
DTD의 끈질긴 저주 탓일까? 올해, 프로야구 정규리그 초중반에 2위까지 기세 좋게 치고 올라갔던 쌍둥이들은 2018년 10월 5일 현재 기준으로는 8위까지 성적이 급격히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내려갈 것은 내려가듯이, 그와는 정반대로 올라갈 것은 올라가기 마련이다. 나는 'DTD'의 대항마로 'UHU'를 힘차게 외치며 균형을 맞추고 싶다. 도대체 UHU가 뭐냐고? “Up House Up” 즉 “올라갈 집값은 올라간다”는 뜻이다.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지만 아무 팀이나 막 내려가지는 않는다. 실력이 탄탄한 투수와 타자들이 끊임없이 배출되는 화수분 야구로 명성 높은 두산 베어스 같은 경우는 올라가면 올라갔지 좀체 내려가지는 않기 때문이다.
강부자도 ‘내로남불’인가
이와 마찬가지다. 올라갈 집값은 올라간다고 한들 대한민국 전국의 모든 집값이 빠짐없이 상승하지는 않는다. 올라갈 지역은 사전에 이미 따로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인연을 맺어온 대치동을 위시해 서울 강남권의 금싸라기 아파트들만 거의 변함없이 올라가는 것이다.
단지 누가 정권을 장악하느냐에 따라서 올라가는 속도가 약간씩 다를 뿐이다. 이명박 정부나 박근혜 정부처럼 보수로 분류되는 정권이 들어서면 산술급수적 속도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참여정부와 문재인 정부와 같이 진보로 인식되는 정권이 집권하면 기하급수적 속도로 집값이 뛴다. 오죽하면 참여정부 말기에 강남 아줌마들이 노사모를 해야 한다는 씁쓸한 우스갯소리마저 나돌았겠는가?
한국사회는 새 정부가 팡파르를 울리면서 출범할 때마다 공직자 재산공개로 한바탕 요란하게 홍역을 치르곤 한다. 내로라하는 고위 공무원들의 상당수가 강남에 수십 억짜리 고가 주택을, 그것도 몇 채찍 소유하고 있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이유에서였다.
이명박 정부를 특정해 ‘고소영 정권’이었다는 비판이 들끓었었다. 한데 까고 보니 보수 정권도, 진보 정권도 전부 다 강부자 정권, 곧 강남부자 정권인 건 피장파장이었다. 굳이 애써서 변별점을 찾아내자면 자유한국당 정권은 영남 출신 강부자 정권이고, 더불어민주당 정권은 호남 기반 강부자 정권인 정도다. 충청도 강부자들은 이 두 부류의 강부자 정권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캐스팅보트란 구실 아래 이기는 강부자 쪽에 붙어오기 일쑤였다. 힘없고 가난한 서민대중의 눈높이에서는 시쳇말로 물론 “다 그놈이 그 놈”이었으나….
그러므로 김상곤 전 교육부 장관이 남들은 애지중지하는 강남의 아파트를 결국 진짜로 팔고서 ‘OUT 강남’을 감행했다는 소식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팔순 노인부터 코흘리개 유치원생까지, 대기업 중역으로부터 민주노총 조합원까지 ‘IN 강남’이 범국민적인 삶의 목표로 확고부동하게 자리매김한 시대에 강남과의 이별을 선택한 김상곤의 처연하고도 비장한 결단은 어쩌면 너무나 과소평가되고 있는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나는 불현듯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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