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종호 기자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 결과에 대해 야당은 일제히 재판부에 대한 유감과 ‘미투 운동’에 미칠 부정적인 파장을 우려했다.
신보라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은 13일 논평에서 ‘사법부의 안희정 전 지사 무죄판결은 미투운동에 대한 사형선고’라고 규정했다.
신 대변인은 “안희정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은 이어지는 모든 미투 관련 재판의 시금석이 될 것이었다. 그렇기에 많은 국민들 특히 여전히 숨죽이고 있는 피해여성들의 눈과 귀가 집중되어 있었다”며 “사법부는 피해자의 진술이나 증언만으로는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 하에서 성폭력 범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이는 사실상 어떠한 미투도 법적인 힘을 가질 수 없다고 사법부가 선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안희정 전 지사의 무죄판결을 보며 대한민국 곳곳에서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들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결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종철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위력을 인정하면서도 위력을 행사했다는 정황이 없다고 판시함으로써 대단히 인색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며 “법적으로 무죄가 됐다고 정치 도덕적 책임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이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 대한 정치 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며 “안 전 지사에 대한 판결이 '미투 운동'에 좌절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형두 민주평화당 부대변인은 “이번 판결이 우리 사회에 불고 있는 미투운동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지 우려된다”면서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이번 사건이 일으킨 사회적 파장에 비해 의외의 결과”라고 평했다.
정의당은 대변인 브리핑에 이어 여성위원회 논평까지 내면서 강한 유감을 표했다.
최석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상식적으로 법원의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번 사건으로 사법부의 한계는 뚜렷이 나타났다. 판결문을 통해 재판부조차 현재 우리 성폭력 범죄 처벌 체계가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져 있음을 시인하면서도, 그와 동떨어진 법해석을 따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지금과 같은 법체제하에는 동일한 성범죄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도, 처벌받을 일이 없다는 말”이라며 “결국 조직 내에서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대한민국 여성 성범죄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다”고 비판했다.
정의당 여성위원회(위원장 박인숙)는 “이번 성폭력 사건은 권력에 의한 범죄”라고 규정하면서 “원고와 대등한 관계가 형성될 수 없는 관계지만, 위력행사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재판부의 판결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그간 우리 사회의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용기 있게 증언했던 미투 피해자들이 있다”며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고백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사법부는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요구했다.
한편 안 전 지사가 속했던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당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아무런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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