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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영①, “인물에만 매달리는 선거는 승산이 없다” - 국민의힘은 ‘2002년 대선의 노무현 돌풍’에서 답을 찾아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10-21 15: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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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대국민 공약과 더불어 임기를 시작하였다. 그는 긍정적 맥락에서든, 부정적 차원에서든 국민들과의 약속을 가장 화끈하게 지킨 통치자로 역사에 기록될 듯하다. 현직 민선 서울시장이 임기 중반에 불미스러운 추문에 연루되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태가 문 대통령의 재임 중에 벌어진 탓이다.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면 여당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180석의 압도적인 국회 의석은 모택동의 표현처럼 종이호랑이로 전락할 게 확실하다. 반대로, 여당이 서울시청을 수성하는 데 성공하면 한국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사실상의 일당국가 수준으로 내려앉을 공산이 크다.

장진영 국민의힘 서울 동작갑 지역구 당협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에 유달리 커다란 관심을 보여 왔다. 그의 관심은 때로는 야심으로 비치기까지 했다. 여당 의원들은 무소불위의 청와대만 바라보며, 야당 의원들은 좁은 지역구 민심만 생각하며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 지금, 장진영 위원장은 자신의 솔직한 속내를 가감 없이 토로하는 이른바 노무현식 화법을 구사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들 가운데 한 명이다. 장진영 위원장으로부터 내년 서울시장 선거판세에 관한 전망을 들어봤다. 인터뷰는 2020년 10월 20일 화요일 오후, 서울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 부근에 위치한 장진영 위원장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이하 공) : 최근에 각종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당을 찍겠다는 유권자들의 비율이 높습니다. 단체전에서는 야권이 우위를 점한 양상입니다. 그러나 실제 출마 예상자나 희망자들을 놓고 보면 여권 우세의 민심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이와 같은 불일치가 어디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보십니까?


사람이 아니라 과정이 먼저다


장진영 국민의힘 동작갑 당협위원장은 당의 그릇을 키우고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장진영(이하 장) : 말씀하신 부조화 현상이 생겨나는 원인은 국민의힘이 아직까지도 인물론, 곧 ‘인물중심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 데 있습니다. 국민의힘을 지지해주시겠다는 국민들의 숫자가 예전과 비교해 많아졌습니다. 날씨에 빗대면 오래 가뭄을 끝낼 수 있는 비구름이 하늘에 잔뜩 껴 있는 양상입니다. 문제는 야당이 국민들께서 곧 촉촉하게 내려주실 단비를 지속적으로 받아낼 수 있는 그릇을 여전히 만들지 못해왔다는 점입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과는 정반대 모습을 띠고 있습니다. 여당의 지지세는 종전과 견주어 부쩍 약해졌습니다. 강수량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죠. 그러나 내리는 비를 담은 물그릇은 크고 튼튼합니다. 강우량은 여야가 엇비슷해도 저수지에 담긴 수량이 여당 쪽이 훨씬 더 풍부한 이유입니다.

 

국민의힘은 국민들의 지지를 담아낼 그릇을, 용기(容器)를 너무 늦기 전에 만들어내야만 하는 중대한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그런데 민심을 담는 그릇을 빚어내는 일이 단시간에 이뤄지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공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울시장 선거의 승리 없이는 정권교체의 희망도 없다고 강조하면서 내년 4월에 실시될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필승 카드로 김종인판 “깜짝 놀란 만한 젊은 후보”의 출마를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인재 영입 작업에 별다른 진전이 없는 심각한 구인난 상황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원장님께서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호언장담한 대로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깜짝 놀랄 만한 젊은 후보가 야당에서 출현할 수 있다고 예상하시나요?

 

장 : 특정인의 영입 또는 깜짝 등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은 당위적으로나 전략적으로나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후보를 만들어가는 과정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는 쪽이 의미도 있을 뿐더러 효과도 큰 법입니다. 현재 논의되고 선호 받는 후보 선정 방법은 「슈퍼스타K」나 「미스터 트롯」 형태의 오디션 방식입니다. 한마디로, 국민경선을 치르겠다는 의도입니다. 저는 이러한 형식이 경선 절차로 채택될 때 국민들의 주목도도 높아지고, 파괴력 있는 의외의 인물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야당은 사람을 찾아 헤매지 말고 국민들을 감동시킬 틀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어야만 합니다.

 

김종인 위원장께서 어떤 생각을 하시고 계시는지 저로서는 정확히 알 길이 없습니다. 그렇지만 분명한 사실은 어느 한 사람에게 즉 특정인에게 계속 포커스를 맞추는 선거 전략은 성공할 가능성이 별로 높지 않다는 것입니다. 국민의힘이 당력을 집중해야 할 작업은 특정한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아닙니다. 후보를 만드는 과정을 기획하고 조직하는 일입니다.

 

공 : 좋은 후보를 영입할 가능성도 낮지만, 후보를 만드는 과정만 잘 설계하고 운영한다고 해서 좋은 후보가 나온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죽하면 김종인 위원장이 요식업계의 스타 경영자인 백종원 사장을 헤드헌팅하고 싶다는 희망사항까지 피력했겠습니까?

 

장 : 21세기 한국정치를 지배하는 보편적 기억이 존재합니다. 2002년 대선을 강타한 노무현 돌풍과 국민경선의 신화입니다. 우리나라 정치사상 최고의 성공적 기획이고 이벤트였습니다. 국민의힘이 지향할 곳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께서 지적하신 것처럼 좋은 과정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좋은 후보자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도를 제고하고, 유권자들의 이목을 잡아끄는 건 무조건 가능합니다. (힘주어 되풀이하며) 무조건! 국민들에게 참여의 문호가 활짝 개방된 투명하고 공개적인 경선은 기성 정치인들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습니다. 돌풍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등장하는 깜짝 스타에게 굉장히 유리하게 작용할 구도입니다.


여의도 경험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아


장진영 위원장은 역동적인 열린 경선을 통해 새로운 인물을 발굴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공 : 제가 아재스러운 질문을 한 가지 드려보겠습니다. 기성 정치인과 신진 정치인을 구분하는 뚜렷하고 절대적 기준이 뭔가요? 이를테면 국회의원 배지를 달고 있으면 낡은 기성 정치인이고, 원내에 진입해본 경험이 아직 없다면 참신한 신인 정치인인가요?

 

장 : 저는 유권자들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하는 식상한 느낌의 정치인들을 기성 정치인의 범주로 분류하고 싶습니다. 설령 현역 국회의원이라고 해도 여태껏 서울시장의 물망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이 서울시장 자리에 도전장을 던진다면 그런 인물들은 기성 정치인의 대열 안에 도매금으로 포함돼서는 안 됩니다.

 

공 : 서울은 소규모 마을공동체가 아닙니다. 웬만한 국가 수준의 인구와 경제력을 자랑하는 세계적인 대도시입니다. 이 거대하고 복잡한 수도 서울의 운명과 천만 서울시민의 삶을 시쳇말로 갑툭튀한 정치인이 과연 온전하게 감당하고 책임질 수가 있을까요? 갑자기 튀어나왔다는 건 달리 보자면 검증되지도, 준비되지도 않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운 좋게 선거는 이길지 몰라도 시장으로서는 철저히 실패한 서울시장이 될 위험성이 짙습니다.


장 : 그래서 공개경선의 중요성이 더욱더 부각되는 것입니다. 경선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후보자가 혹독한 검증의 심판대에 오르기 때문입니다. 당원들에 더해 일반 국민들도 대거 참여하는 국민경선에서 어떤 인물이 갑자기 떴다고 가정해보세요. 그만큼 대중에게 뭔가 확실하고 강력하게 호소할 수 있는 성과와 역량을 겸비한 덕분에 확 뜰 수 있는 겁니다. 서울의 살림과 미래를 맡겨도 괜찮은 인물이라는 평가를 국민들로부터 받았다는 뜻입니다. 국회의원 생활을 오랫동안 하지 않았어도, 혹은 여의도 정치권에서의 경험이 없거나 짧아도 사회적으로 폭넓게 검증되고 인정받는 실력과 업적이 있다면 시민들은 해당 인물이 서울시장으로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기 마련입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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