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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은④, “청년들은 정의와 공정을 얘기할 여력이 없어” - 미래당의 과제는 당의 생존기반 확보와 양당체제의 굴레 탈피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8-12 10: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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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성과 보편성의 변증법적 종합은 말은 쉬어도 실제로 해내기는 매우 어려운 숙제다. 특수성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수세적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고, 보편성에 방점을 찍는 이들은 대개는 공격적 위치를 점유하기 마련이다.

기성세대의 입장에서 바라보면 현재의 청년세대는 자신들이 처한 상황의 특수성만을 ‘이기적으로’ 강조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들이 자기네가 과거에 겪었던 특수한 경험을 꼰대스럽게 일반화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접점 없는 평행선은 언제쯤 그 종착점이 나타날까?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과의 인터뷰를 마치면서 필자는 이와 같은 결론 아닌 결론을 소심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미래당의 승부수는 책임감과 진정성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은 미래당이 가진 고유한 장점들에 관해 차분히 설명했다. (사진 최인호 기자)

공희준(이하 공) : 청년세대가 힘을 얻으려면 기성세대인 중장년세대들의 전폭적이고 지속적인 협력이 긴요합니다. 미래당은 청년세대의 우군이 되어야만 할 기성세대의 지지와 응원을 유도해낼 수 있는 비장의 필살기, 즉 킬러 콘텐츠(Killer Contents)를 갖고 있나요?

 

최시은(이하 최) :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바로 제 자신이 킬러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제가! (조금 뜸을 들인 후) 미래당은 기성정당들처럼 화려한 공약과 장밋빛 정책들을 갖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미래당에는 자기의 인생 전부를 걸었다는 진지한 자세와 투철한 책임감을 지니고서 청년들을 위한, 그리고 국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인물들이 모여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진지한 자세와 투철한 책임감이 미래당만이 보유한 강력한 킬러 콘텐츠라고 확신합니다.

 

공 : 물론 당시는 웬만한 대학 졸업장만 있으면 힘들지 않게 취업할 수 있는 시대였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부분을 감가상각을 하더라도 586 세대는 그들이 젊은 청년이었던 시절에 “대통령 직선제 개헌 쟁취”처럼 세대와 계층과 지역을 막론하고 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구호들을 내세웠습니다. 그런데 현재의 청년정치는 그러한 보편타당함이 조금은 부족해 보입니다. 당장 저만 해도 집에 청년이 없습니다. 중년과 유아만 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청년주택’이니, ‘청년수당’이니 하는 제안과 시책들에 일단은 시큰둥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방금 언급된 쟁점들이 국민 모두를 확 당길 수 있는 폭발적이고 확장성 있는 의제는 아닌 탓입니다.

 

최 : 폭발적이고 확장성 있는 의제의 발굴과 개발은 저를 포함한 여러 미래당 사람들이 늘 고민하는 일입니다. 이후로도 더욱더 치열한 고민과 논쟁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총체적 국가개혁에 필요한 정교한 설계도를 그려나가는 일이 결코 만만한 작업은 아닙니다. 이를 둘라싼 갑론을박도 끊이지를 않습니다. 저는 기본소득이 원대한 국가개혁 설계도의 첫 단추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꼼꼼하게 타진하는 중입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의 청년은 고도성장 시대의 젊은이들과 다르다


최시은 정책국장은 신자유주의가 청년들에게 가져온 변화를 주목해달라고 말했다. (사진 최인호 기자)

공 :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청년은 한 사회의 구성원들 중에 가장 정의롭고 제일 순수한 인구집단으로 거의 언제나 자리매김을 해왔습니다. 하지만 제가 최근에 받은 인상을 기탄없이 정리하자면, 지금의 청년세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과거에 관련된 정의는 얘기하면서도, 자신들에게 다소 위험과 불이익이 따를 수 있는 현재의 정의와 직결되는 일들에는 몸을 사리고 있습니다. 죽은 권력의 잘못에는 민감하면서 살아 있는 권력의 불의는 외면하는 양상입니다. 단적으로, 미래당의 경우 작년 이맘때 민심을 뜨겁게 달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에 관해 속된 말로 간을 봤습니다. 왜냐하면 과거의 추상적 정의가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의” 구체적 정의를 실현하는 과제였기 때문입니다.

 

최 : 공정과 정의, 그리고 평등은 실제 현실 세계에서는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준에 도달한 다음에야 비로소 중시하게 되는 가치들입니다.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대부분은 당장의 먹고사는 일들에 속박돼 있습니다. 미래당만 해도 당의 무급 자원봉사자들은 낮에는 각자의 일터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습니다. 생업을 마무리한 저녁시간이 되어서야 비로소 정당 활동에 나설 수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공정과 정의와 평등이 정면으로 부각되는 첨예한 갈등의 지점에서 힘차게 차고 나갈 수 있는 여력이, 여유가 별로 허락되지를 않습니다.

 

미래당을 도와주시는 586 세대 선배님들 가운데에는 저희가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보다 분명하고 날카로운 목소리를 내주기를 희망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렇지만 저희에게는 이게 상당히 무리한 요구로 종종 들리기도 합니다. 미래당의 당원들을 비롯한 청년세대 활동가들은 이중적 난점에 직면해 있습니다. 내부적이고 개인적인 애로는 경제적 곤궁함을 겪고 있다는 점입니다. 외부적이고 구조적 장애물은 거대 양당 체제의 굴레에 갇혀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희는 아직은 당세에서, 지명도에서, 지지율에서 군소정당의 위상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희를 향해서 정의롭고 공정한 사회도 주체적으로 실현하고, 평등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도 선도적으로 이바지하라고 말씀하시는 건 미래당에 너무 많은 것들을 바라시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미래당의 급선무는 정당 차원에서 생존하는 것입니다. 미래당은 정당으로서의 지속가능한 생존기반을 안정적으로 확보해나가면서, 이와 함께 한국사회가 당면한 주요한 문제들에 대한 적극적 발언도 장기적 안목에서 차츰차츰 늘려갈 계획입니다.

 

6월 항쟁을 주도한 586 세대와는 다르게 지금의 청년 세대는 아스팔트 위에서 격렬한 물리적 투쟁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 더욱이 현재의 청년세대는 신자유주의 체제가 초래한 저성장 기조의 경제구조 아래에서 성장했습니다. 선배세대가 경험한 환경과는 전혀 다른 지형과 여건에서 세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청년세대의 인적 네트워크 구축 작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에 있습니다. 저는 한국의 청년들이 한 발, 한 발 미래로 힘겹게 걸어 나가는 과정 중에 있는 세대임을 우리 사회 기성세대들께서 섬세하게 헤아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공 : 오늘 좋은 말씀 많이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 진지하게 들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시은 미래당 정책국장은 1979년 경기도 의정부에서 태어나 학부에서 법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는 정치외교학을 전공했다. CJ인터넷의 넷마블 법무팀의 법무팀원과 NEXON KOREA의 법무팀 과장으로 차례로 근무한 다음, 「(사)김제동과 어깨동무」에서 사무팀장으로 일했다. 「청년 정치세력화의 역사 : 청년당과 미래당 사례를 중심으로」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최근에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에서 석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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