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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기고 가슴 찢겨도 이 자리 있겠다” - 수요시위, 28년 만에 자리 옮겨 열려

강희욱 기자

  • 기사등록 2020-06-25 10:4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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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간 매주 수요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던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처음 시위 장소를 옮겨 진행했다. (사진=최인호 기자)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개최됐다.


28년 간 매주 수요일 옛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지만 이번 집회는 보수단체의 위치 선점으로

처음 시위 장소를 옮겨 진행된 것이다.


이날 수요시위는 평화의 소녀상이 있는 장소에서 남서쪽으로 10m가량 떨어진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개최됐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제1145차 수요시위에서 “1992년 1월 8일 일본정부의 책임을 묻기 위해 시작된 수요시위는 피해생존자들이 직접 참석하고 주도하며 범죄 사실 인정, 공식 사죄, 진상 규명, 법적 배상, 위령과 역사 교육을 외쳤던 수요시위이다”며 수요시위가 갖는 의미에 대해 초점을 맞춰 경과보고를 이어나갔다. 

 

이 이사장은 수요시위 자리를 보수단체에게 선점당한 것에 대해 “‘평화의 소녀상’을 가운데 두고 다가갈 수 없는 슬픔의 협곡을 지켜보고 있다”며 “피해자들의 존엄과 명예를 뿌리 채 흔드는 반역사적, 반인권적 행태가 무자비하게 슬픈 오늘”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되어도 이 자리에 있겠다”며 “여러분들이 함께하는 한 이 자리는 계속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이사장은 이용수 인권운동가, 길원옥 인권운동가를 언급하며 “어지러운 시간을 잘 견뎌 내시고 다시 우리 곁에 우뚝 서 주시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말하며 마무리 지었다. 

 

수요시위에 참여한 참가자들도 “수요시위 모욕 방해 즉각 중단하라”며 보수단체를 강하게 비판했다. 일부 언론들의 추측성 보도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며 “펜대가 살인무기가 될 수 있다”며 “말 던져놓고 아님 말고라는 식의 행동을 그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거센 빗줄기에도 굴하지 않고 커다란 함성으로 수요시위를 지지했다. 


수요시위 장소를 먼저 선점한 자유연대를 비롯한 보수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이날 소녀상 곁에서 “정의연은 해체하라”며 구호를 외치는 등 맞불집회를 열었다. 이들 단체는 집회 무대차량을 설치하고 정의연 해체와 윤미향 의원 수사를 촉구했다.

 

당분간 수요시위는 보수단체 자유연대의 집회 신고 선점으로 오는 7월 15일까지 소녀상 앞이 아닌 인근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날 집회는 거센 빗줄기 속에서도 보수단체 100여명, 수요시위 참석자 100여명 등이 참석했다. 경찰은 혹시 모를 충돌을 대비해 경찰 400여명을 투입했다. 각 집회 사이에서 별다른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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