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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① “평판도 전략이다” - 평판관리는 재난관리와 같으면서도 다르다

공희준 편집위원

  • 기사등록 2020-06-16 17:2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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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개인이든 기업이든 이름값 하나만으로 먹고살 수 있는 시대이다. 이를테면 고객이 값비싼 명품가방을 산다는 행위의 본질은 가방이 아닌 상표를 구매하는 데 있다. 그리고 개인의 명예와 기업의 브랜드 모두 21세기 들어와 ‘평판’으로 수렴‧포괄되고 있다. 평판이 좋은지 나쁜지에 따라 개인의 생계와 기업의 생존과 나라의 존망이 좌우되는 것이다.

평판관리전문가 그룹 REMAKOREA의 이승훈 공동대표는 광의의 펀드매니저이다. 그는 펀드매니저는 펀드매니저이되 눈에 보이지 않고, 은행계좌에 당장에는 숫자로 찍힐 수 없는 평판이라는 재화를 관리해주는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이승훈 공동대표로부터 평판관리의 기본 개념과 그 잘되고 잘못된 구체적 사례를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6‧15 공동선언」 20주년 기념일인 2020년 6월 15일 월요일 오후, 서남투데이 사무실에서 진행되었다.

공희준 : ‘평판관리’라는 말은 이제는 생소한 신조어 차원을 훌쩍 뛰어넘어 사회 곳곳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일상어의 단계로 정착되었습니다. 그런데 평판관리는 언급되는 빈도에 비해서 이에 관한 정확한 개념과 용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습니다. 평판관리는 기존에 존재해온 PR, 즉 홍보작업과는 어떠한 차별성을 띠는 일인지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사이버 장의사가 국내 평판관리의 효시


이승훈 REMAKOREA 공동대표는 한국 평판관리는 고용창출이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진 최인호)

이승훈 : 평판관리는 일종의 홍보활동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일입니다. 그렇지만 평판관리를 홍보의 하위개념으로만 간주해서는 안 됩니다. 만약에 도표를 그려서 설명한다면 홍보와 평판관리는 교집합 관계에 놓여 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홍보와 같으면서도 다르고, 다르면서도 같은 게 평판관리라고 하겠습니다.

 

평판관리와 실질적으로 친화성이 강한 업무는 전략기획 영역입니다. 평판관리의 기본적 목표는 위험관리(Risk Management)에 있습니다. 우호적 세력을 최대한 동원하고 결집해 부정적 상황에 대비하고 대처하는 일이 평판관리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홍보와는 다르게 전략적 측면이 훨씬 더 두드러지게 강조되어온 게 다름 아닌 평판관리인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평판관리’의 개념이 처음으로 소개된 때는 박근혜 정부 초기였습니다. 신(新)직업 프로젝트’라는 이름 아래 일자리 창출을 촉진하려는 차원에서 첫선을 보였습니다. 당시에 최초로 대두된 평판관리 업무가 사이버 장의사였습니다. 인터넷상에 산재하는 부적절한 댓글들을 찾아서 지워주는 역할이었습니다. 온라인 공간에 더 이상 남아 있으면 안 되는 악플들을 삭제하는 업무를 이들 사이버 장의사가 전문적으로 맡아서 처리했습니다.

 

사이버 장의사가 평판관리의 한 부분을 담당한 건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댓글을 지운다고 해서 전체적 평판이 긍정적 방향으로 개선되지는 않습니다. 그러므로 저는 사이버 장의사를 평판관리를 대표하는 직종으로 여기는 것은 그리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판관리의 궁극적 목표는 우호적 세력의 구축 


이승훈 공동대표는 평판관리는 본질적으로 미래지향적 일이라고 말했다. (사진 최인호 사진전문 기자)

평판관리를 영어로는 ‘Reputation Management’라고 일컫고 있습니다. 뒤의 ‘Putation’에는 “계산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습니다. 앞의 ‘Re’는 “되풀이하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즉 꾸준하게 생각한다는 이야기 정도로 용어의 개념정리가 가능합니다. 평판은 몇몇이 모여서 단시일에 만들어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내린 평가의 결과물이 축적된 것입니다.


홍보는 긍정적 측면의 부각에 주안점을 두기 마련입니다. 평판관리는 그와 비교해 적극적이고 능동적 성격을 띱니다. 부정적 상황을 긍정적 상황으로 아예 180도 반전시키는 게 평판관리의 지향점입니다. 불리한 상황을 유리하게 바꾸려면 우호적 세력을 폭넓게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평판관리는 이러한 세력구축 작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성공적인 위기관리의 전제조건은 폭넓은 우호세력의 지속적 형성과 안정적 유지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평판관리는 재난관리와 일맥상통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재난관리는 재난이 발생했을 경우에 재난에서 비롯된 피해를 효과적으로 극복한 다음 최대한 조기에 정상적인 일상상태를 회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평판관리 역시 손상된 평판을 조기에 복원하는 걸 목적으로 합니다.

 

그럼에도 양자 사이에는 뚜렷한 차별성이 존재합니다. 재난관리는 재난이 생겨난 후에 본격적 관리활동이 시작됩니다. 반면에 평판관리는 기왕에 야기된 손실뿐만 아니라 예상되는 잠재적 피해도 관리대상의 범위에 포함시킵니다. 재난관리가 현재적이라면 평판관리는 미래적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한항공에서 벌어진 땅콩회항 사태를 계기로 평판관리가 대중의 입에 비로소 오르내리게 됐습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이미 20여 년 전부터 평판관리가 중요한 사업부문으로 자리를 잡아왔습니다. 기업들이 전통적 형태의 홍보에만 의지해서는 점점 심각하고 복잡해지는 일련의 위기요인들에 대처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했기 때문입니다. 미디어 환경의 거대하고 폭발적인 변화도 평판관리 산업의 출현과 성장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입니다.


그로 말미암아 평판관리는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수석전략책임자(CSO)의 업무가 결합되고 융합된 양상으로 나타났습니다. 서구의 상황과 견주면 우리나라의 평판관리 분야는 아직까지도 걸음마 단계로 평가됩니다. (②편에서 계속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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