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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50명 투신 막은 '마포대교 파수꾼' 김치열 순경 - "표정.걸음걸이 등 특별 징후 보여".. 자살 의심자 찾아내 목숨 구해

이승민 기자

  • 기사등록 2015-04-17 09:4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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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로 집을 나간 남학생이 자살을 시도하러 한강다리로 간 것으로 추정 됨"

지난 9일 밤 11시. 순찰 중이던 서울 마포경찰서 용강지구대 소속 김치열(36) 순경은 무전을 받고 곧바로 마포대교로 향했다. 한강 어느 다리인지 특정되지 않았지만 투신을 마음 먹었다면 목적지가 마포대교일 가능성이 컸다.

▲ 김치열 순경

마포대교 북단에서 순찰차를 몰아 남단에 도착한 뒤 침착하게 주위를 살폈다.그 때 남단 초입에서 A군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김 순경의 눈에 들어왔다. 맨발에 운동복 차림, 불안한 눈빛. A군이 확실했다.

A군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이를 본 A군이 갑자기 달아났다. 김 순경이 뒤를 쫓으며 1~2분간 추격전이 이어졌다. 김 순경이 A군의 이름을 부르며 쫓았지만 A군은 계속해서 달렸다.

대교 중간쯤에 도착한 A군은 자신의 이름을 부르던 김 순경을 돌아보더니 갑자기 대교 난간에 다리를 걸치고 올라서려고 했다. 김 순경은 거세게 반항하는 A군을 동료 경찰관과 힘을 합쳐 제압한 뒤 지구대로 찾아온 A군의 부모에게 인계했다.
 
김 순경이 '자살율 1위 한강 다리'인 마포대교에서 자살 시도자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17일에는 신병을 비관해 투신할 마음으로 마포대교를 찾은 남자 대학생 B씨를 발견하고 차량 10여대가 주행 중인 다리를 가로질러 다가가 B씨를 구하기도 했다.

마포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경찰 제복을 입은 김 순경은 1년간 용강지구대에서 근무하며 마포대교에서 투신 시도자 50명을 구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것이 아니고 마포대교를 도보로 순찰하다 자살 시도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찾아내 마음을 돌려세운 사례도 있다고 한다.

김 순경은 "극단적인 결심을 하고 마포대교를 찾는 사람이 예상외로 정말 많다"며 "일부러 마포대교를 돌아다니며 사람들의 표정이나 걸음걸이 등을 살펴 자살 시도자를 찾아내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통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야겠다', '어디까지 걸어가야지' 이런 목적을 갖고 걷는데 자살 시도자들은 걷는 행위에 대한 목적이 없고 '단지 걷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 풍경에 동화되지 못하고 이질감이 느껴지는 등 일반인과 다른 특별한 '징후'가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 졸업 뒤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아버지 회사에서 5년 정도 일했던 그는 '나쁜놈'들을 잡고 사회 정의에 이바지하고 싶어 30대 중반이라는 결코 빠르지 않은 나이에 경찰 시험에 도전했다.

3형제의 아버지인 그는 "30대 중반이 되자 지금 하는 일이 재밌어서 하는 건지, 단지 돈을 벌려고 하는 건지 생각하게 됐다"며 "'즐겁게 할 수 있는 직업을 찾자'는 결론에 이르러 아내의 동의를 얻어 제복을 입게됐다"고 말했다. 또 "회사 다닐 때보다 급여는 적지만 하고 싶었던 일이기에 보람을 느끼며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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