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상장 건설사인 경남기업이 상장 4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15일 상장폐지 됨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서 퇴출되기 때문이다.
자원외교 비리로 인해 성완종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가운데 '자본 전액잠식'과 '감사의견 거절'이 퇴출로 이어졌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경남기업의 주가는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이날 113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전날보다는 44.6%, 지난해 말 종가(4810원)보다는 97.6% 하락한 수치다.
한때 22만5000원을 기록했던 경남기업 주가가 휴지조각 신세가 되면서 주식을 보유한 채권은행과 투자자들은 손실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수출입은행은 정리매매 첫날부터 이틀간 경남기업 463만4200주(지분율 10.93%) 전량을 주당 676원에 팔아 약 200억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산업은행과 신한은행도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경남기업 주식을 내다 팔아 각각 120억원 안팎의 매각 손실을 낸 것으로 보인다.
경남기업의 회생 가능성을 보고 추격 매수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경남기업 주가는 정리매매 첫날인 지난 6일 88.64% 급락했다가 기업회생절차 개시 결정이 내려진 지난 8일 94.91% 급등했다. 이후 다시 급락세로 돌아면서 전일 204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매수 상위와 매도 상위 주문이 가장 많은 창구는 키움증권이다. 키움증권은 통상 개인투자자가 주로 이용하는 증권사로 알려져 있다.
한편 경남기업은 지난 1951년 8월 대구에서 경남토건이란 이름으로 설립돼 1973년 2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주식시장에 상장했다.
1987년에는 대우그룹 계열사로 편입됐고, 1994년에는 주가가 최고 22만5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나 1999년 11월 워크아웃 대상업체로 지정되고 2000년 4월 대우그룹서 분리됐다.
2002년 12월 워크아웃 조기졸하고, 2004년 대아건설을 흡수합병하며 시총 20위권의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국내외 건설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2009년 다시 워크아웃 업체로 지정됐다. 2011년 5월 졸업하지만, 2013년 말 다시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최근에는 해외 자원개발 사업 실패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자체 투자 자금을 거둬들이지 못해 적자가 누적돼 2013년 3109억원, 지난해 408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채권단에 전환사채 903억원 출자전환과 긴급 운영자금 1100억원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또한 자원외교 비리의 표적으로 지목돼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