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쇼와시대를 대표하는 여성작가 하야시 후미꼬의 자전적 소설이다. 제국주의 침략이 한창이던 1920년대 후반, 궁핍에 시달리던 평범한 사람들의 신산한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저자가 고등여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로 상경한 무렵부터 23세에 결혼하기까지의 약 5년간의 기록을 추려 잡지에 연재한 이 작품은 1930년에 책으로 출간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며 후미꼬를 단숨에 인기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어릴 때부터 행상을 하는 부모를 따라 이곳저곳을 전전하고 도쿄의 빈민가로 흘러들어 갖가지 잡일로 생계를 꾸려가면서도 문학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았던 작가의 체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1부에선 가난한 자들에 대한 유대감과 연민의 태도, 전후에 발표돼 덧붙여진 3부에서의 천황에 대한 비판이나 무정부주의에 대한 언급 등이 담겨 있다. 작가는 평생 어떤 사상이나 운동에도 심취하지 않았지만 '후지산에 고개 숙이지 않는 여자'다운 냉소적인 시선과 거침없는 자세로 자신의 세상을 펼쳐나가려는 의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하야시 후미꼬 지음·이애숙 옮김·창비·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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