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만큼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고 쉽게 찾을 수 있는 행성도 없을 것입니다. 해와 달을 빼고 하늘에서 가장 밝은 천체가 바로 금성입니다. 금성이 가장 밝을 땐 1등성보다도 100배 이상 밝습니다.
금성은 지구보다 해에 가까이 있기 때문에 해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보입니다. 우리가 해의 정 반대편을 바라보는 한 밤 중에는 결코 하늘에서 금성을 볼 수 없습니다.
금성은 해를 따라 다니기 때문에 항상 저녁에는 서쪽, 새벽에는 동쪽에 보입니다. 새벽에 해보다 먼저 동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샛별, 혹은 계명성(啓明星, 밝음을 여는 별), 저녁에 해가 진 후 서쪽 하늘에 보이는 금성을 개밥바라기, 혹은 태백성(太白星)이라고 부릅니다.
개밥바라기는 개밥과 바라기(작은 그릇)를 더한 말로 개밥그릇을 뜻합니다. 금성이 개밥바라기로 불리게 된 이유는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배고픈 개가 밥그릇 바라보듯이 침을 흘리며 금성을 바라본 모습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일 나갔던 주인이 금성을 보고 개밥 줄 생각을 하고 돌아오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수도 있습니다. 태백성은 말 그대로 저녁 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모습에서 비롯된 말입니다.
결국 새벽, 동쪽, 샛별, 계명성이 함께 쓰이는 말이고, 저녁, 서쪽, 개밥바라기, 태백성이 붙어 다니는 말이 됩니다. 해나 별이 뜨는 것은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올라오는 것을 말합니다. 또한 지는 것은 서쪽으로 넘어가는 것을 뜻하지요. 따라서 저녁에 서쪽 하늘에 있는 금성은 뜨는 것이 아니라 지는 것이기 때문에 잘못된 표현입니다. ‘저녁에 서쪽 하늘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태백성’이라고 하면 맞는 표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