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토요일, 4월 4일 밤 전국에 걸쳐 개기월식 현상이 일어납니다. 해와 지구, 그리고 달이 정확히 일직선이 되면서 달이 지구 그림자에 완전히 가려지는 현상을 개기월식이라고 합니다. 해와 지구, 달 중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천체가 바로 달입니다. 따라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일식이나 달 자체가 지구 그림자에 가려지는 월식 모두 달이 움직이면서 진행됩니다.
달은 약 한 달에 한번 공전하기 때문에 남쪽을 기준으로 매일 오른쪽(서쪽)에서 왼쪽(동쪽)으로 12도 정도씩 이동합니다. 따라서 월식이 일어날 때는 달의 왼쪽부터 가려지고, 다시 밝아질 때도 왼쪽부터 밝아집니다.
월식은 달이 지구의 반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는 반영식부터 시작됩니다. 반영식 때 달 표면에 우주인이 있다면 지구가 해의 일부를 가리는 부분일식을 보게 될 것입니다. 반영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여전히 햇빛이 달에 도달하며, 이때 달의 밝기는 최대 10% 정도 줄어듭니다. 이 정도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반영식 때 달이 어둡게 보인다.”라고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은 실제로 월식을 보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본격적인 월식은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들어가면서부터입니다. 달의 왼쪽 부분이 점차 잘려나가는 것처럼 보이는데 이때가 바로 부분식이 진행되는 때입니다. 달이 지구의 본그림자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면 개기식이 시작됩니다.
개기식 때는 달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붉게 변합니다. 이것은 햇빛이 대기에 의해 굴절되어 희미하게 달에 비치기 때문입니다. 햇빛 중 파장이 짧은 빛들은 대부분 산란되고, 파장이 가장 긴 붉은 빛만이 달에 도달합니다. 파장이 긴 전파를 사용하는 AM 방송이 파장이 짧은 전파를 사용하는 FM 방송보다 더 멀리까지 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개기식이 지속되는 시간은 달이 지구 그림자의 어느 부분을 통과하느냐 따라 다릅니다. 중심 부분을 통과하면 개기식이 1시간 50분 이상 진행되기도 합니다. 이번 개기월식의 경우는 달이 지구 그림자의 윗부분을 통과하기 때문에 개기식 진행시간이 5분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물론 지구 그림자의 정확한 경계선을 어디로 보느냐에 따라 기관마다 개기식 시간을 조금씩 다르게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번 개기월식의 경우 저녁 9시를 전후로 하여 짧게는 4분에서 길게는 10분 정도 개기식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다음 개기월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2018년 1월 31일 밤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월식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을까요? 햇빛이 비치는 부분은 달의 낮 지역입니다. 보름달의 중심부는 표면 온도가 100도가 넘습니다. 그런데 햇빛이 사라지면 달 표면의 온도는 급속히 내려가게 됩니다. 물론 그 정도는 토양의 성분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따라서 천문학자들은 달 토양의 냉각 현상을 관찰하면서 토양의 구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달에 대한 연구가 많이 되어 있기 때문에 개기월식을 이용하여 달 표면을 연구하는 학자는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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