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천체는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우리가 달을 볼 수 있는 것은 태양이 있기 때문입니다. 달은 태양 빛을 반사해서 보이는 것이기 때문에 달의 볼록한 쪽이 바로 태양이 있는 방향입니다. 물론 보름달은 지구를 기준으로 태양의 반대편에 있기 때문에 둥글게 보입니다.
밤에는 항상 태양이 지평선 아래에 있기 때문에 달의 볼록한 쪽이 지평선보다 아래를 가리킵니다. 물론 낮에 보이는 달은 태양이 지평선 위에 있기 때문에 볼록한 쪽이 지평선 위를 향해 있습니다.
자, 오른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을 생각해봅시다. 달이 오른쪽으로 볼록하다는 것은 달의 오른쪽, 즉 서쪽에 태양이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도 동쪽과 서쪽이 혼동되시는 분은 다시 한 번 달을 남쪽에 있는 제주도라고 생각하고 왼쪽이 동해안, 오른쪽이 서해안인 것을 생각해주세요.
달은 매일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약 한 달 동안 지구를 공전한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부터 배웠을 것입니다. 지구에서 볼 때 해와 달이 같은 방향에 있을 때가 합삭, 즉 달이 보이지 않는 날입니다. 그리고 그 날 이후 달은 왼쪽, 즉 동쪽으로 조금씩 멀어지면서 초승달이 되고, 상현달, 보름달 식으로 모양이 바뀝니다. 달이 가늘수록 태양과의 각도가 가깝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반달은 태양과 90도, 보름달은 180도의 각도 차이가 납니다.
오른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은 태양을 기준으로 왼쪽, 즉 동쪽에 있는 달이기 때문에 태양보다 늦게 뜹니다. 따라서 초승달이 지는 시간도 태양보다 조금 늦은 저녁 무렵이 됩니다. 초승달이 지평선이나 수평선 근처에 보이는 시간은 해가 지고 얼마 안 된 저녁 시간이고, 방향으로는 해가 진 방향, 즉 서쪽이 됩니다. 이런 이유로 오른쪽으로 볼록한 초승달을 저녁달이라고 부릅니다.
반대로 왼쪽으로 볼록한 그믐달은 태양보다 오른쪽에 있는 달입니다. 그믐달은 태양보다 오른쪽, 즉 서쪽에 있기 때문에 태양보다 조금 먼저 뜹니다. 따라서 지평선이나 수평선 근처에 그믐달이 보일 때는 새벽 무렵이고, 그 방향은 동쪽입니다.
다음 그림은 조선시대의 화가 신윤복이 그린 야금모행(夜禁冒行)입니다. 이 그림에는 기방을 나서는 양반이 순라꾼과 만난 장면이 묘사되어 있습니다. 과연 이 그림 속에 등장하는 양반은 술을 얼마나 마셨을까요? 음주 측정을 해볼 수는 없지만 꽤 많이 마셨을 것이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그림 속 달은 새벽녘에 보이는 그믐달로 지평선 위로 올라온 정도로 보았을 때 최소한 새벽 3~4시는 넘은 시간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