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에 관심을 갖게 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는 것이 바로 그리스 신화입니다. 별자리 신화에서부터 행성이나 위성 이름이 거의 다 신화 속 주인공입니다. 하지만 그리스 신화는 워낙 방대하고 이야기가 많기 때문에 제대로 정리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화성(아레스)과 금성(아프로디테)의 만남 이야기가 나온 김에 이들의 계보를 정리해 보겠습니다. 아프로디테(미의 여신)와 그의 남편인 헤파이스토스(불과 대장간의 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한 아레스(전쟁의 신), 헤파이스토스가 사랑한 아테나(전쟁과 지혜의 여신)는 모두 제우스신의 자녀들입니다. 그리고 이 중 헤파이스토스와 아레스는 헤라여신이 낳은 형제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올림포스의 12 주신 중 여섯 신의 이름을 알게 된 것입니다. 신화 속에서는 12 주신 중 바다의 신 포세이돈과 전령의 신 헤르메스도 아프로디테를 사랑한 것으로 나오는데 사실 미의 여신과의 사랑을 꿈꾸지 않은 신이 있었을까 싶습니다.
사랑에는 질투가 있기 마련입니다. 아프로디테는 아들 에로스의 화살에 상처를 입고 아도니스라는 청년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이를 질투한 애인 아레스가 멧돼지로 변해 아도니스를 죽게 합니다. 죽어가는 아도니스의 피에서 피어난 꽃이 슬픈 사랑을 뜻하는 아네모네이고, 슬퍼하는 아프로디테의 눈물에서 피어난 꽃이 장미입니다.
아레스 역시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사랑을 받게 되는데 이를 질투한 아프로디테가 둘 사이를 방해하고 에오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이 저주로 인해 에오스는 신이 아닌 인간만을 사랑할 수 있게 됩니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는 로마신화의 오로라(Aurora 아우로라)에 해당합니다. 오늘의 신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요즘 극지방 근처에서는 거의 매일 오로라가 현란한 모습을 보인다고 합니다. 한번이라도 그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되면 치명적인 유혹에 정신을 잃을 정도가 됩니다. 저는 열 번 정도 오로라의 감동을 느껴 보았지만 아직도 눈을 감으면 그 장면이 떠오르고 몸이 떨립니다. 오로라를 가장 현실감 있게 표현하라면 빛의 오르가즘 정도가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신을 사랑할 수 없게 된 새벽의 여신이 하늘에서 인간을 유혹하는 모습이 바로 오로라입니다. 극지방 근처에서만 볼 수 있는 극광(極光) 오로라! 신의 영혼, 영혼의 춤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극광에 어떻게 새벽의 여신 오로라의 이름이 붙었을까요? 새벽과 오로라 현상, 어떤 관련이 있을까요?
극광에 오로라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것은 1619년 이탈리아의 천문학자 갈릴레이였습니다. 프랑스의 과학자 피에르 가상디(Pierre Gassendi)도 비슷한 시기에 오로라를 언급합니다. 프랑스나 북부 이탈리아에서 볼 때 오로라는 북쪽 하늘 지평선 근처에 붉은 빛으로 나타납니다. 우리나라 옛날 기록에 나오는 적기(赤氣) 현상과 같습니다. 북쪽 지평선 근처에 붉은 빛이 돌면서 마치 새벽이 오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에 처음 이름은 ‘북쪽의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 보리알리스(aurora borealis, 보리알리스는 북쪽을 의미하는 라틴어)’였습니다. 후에 남반구 오로라가 알려지면서 오로라가 일반명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붉고 푸른 빛, 심지어 핑크 빛이 도는 오로라의 춤을 보았다면 결코 새벽을 뜻하는 오로라란 이름을 붙이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갈릴레이는 실제 극지방까지 가본 적이 없었고, 따라서 오로라의 치명적인 유혹에 빠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