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근처의 달이 크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현상을 설명하는 가장 그럴듯한 이론은 폰조 착시(Ponzo illusion)입니다. 폰조 착시는 1913년 이탈리아의 심리학자 마리오 폰조(Mario Ponzo, 1882 -1960)가 철도 레일과 같은 두 개의 선을 예로 들어 처음 주장한 착시입니다.
멀리 이어진 철도의 앞과 뒤에 같은 크기의 두 상자가 놓인 그림을 생각해 보세요. 두 상자 중 어느 것이 더 크게 보일까요? 시각적으로는 분명히 멀리 있는 철도 위의 상자가 커 보입니다. 하지만 두 상자를 직접 재어보면 그 크기가 같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 눈은 같은 크기의 물체라도 멀리 떨어져 있는 배경 위의 물체를 더 크게 느낍니다.
이것은 우리가 먼 거리에 있는 물체의 크기를 어떻게 판단하는 지를 생각해 보면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골길에 길게 뻗어 있는 전봇대를 생각해 보세요. 거리가 멀어질수록 전봇대는 작아 보이지만 우리는 그 전봇대가 눈앞에 있는 전봇대와 같은 크기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철도 그림에서도 우리는 뒤쪽에 작게 보이는 철목들이 앞의 철목과 같은 크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효과를 ‘크기 불변성'이라고 부릅니다. 본능적으로 갖고 있는 이 ’크기 불변성‘의 감각으로 우리는 먼 배경에 있는 물체가 가까운 배경에 있는 물체와 같은 크기라면 당연히 먼 쪽에 있는 물체를 크게 느끼게 됩니다.
자, 그럼 이 폰조 착시로 어떻게 달의 착시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 설명을 위해 먼저 하늘의 모양을 생각해야 합니다. 하늘은 반지름이 무한대인 가상의 구로 덮여 있습니다. 이 하늘의 구를 천문학에서는 천구라고 하는데, 지평선 위에 항상 반구를 그려 하늘을 설명하는 것을 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천구 위의 모든 점은 우리가 서 있는 곳에서 같은 거리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가 느끼는 하늘은 완전한 반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보는 하늘은 천정 부분이 평평한 사발처럼 되어 있습니다. 즉, 우리는 하늘에서 머리 위를 지평선 근처에 비해 훨씬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하늘을 나는 새나 비행기는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에 비해 머리 위에 있을 때가 우리에게 훨씬 가깝습니다.
아랍의 과학자였던 알 하잔(Al-Hazan)은 이미 11세기에 우리가 평평한 지형에 대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하늘을 이렇게 인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땅을 내려다보면 바로 아래쪽이 가장 가깝고 고개를 들수록 땅이 멀어져 지평선에서 가장 멀게 됩니다. 이런 생각이 하늘에도 연장되어 머리 위가 가장 가깝고 지평선이 가장 먼 평평한 사발 모양의 하늘을 무의식적으로 우리가 생각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달로 돌아가겠습니다. 사발 모양의 하늘에 붙어 있는 달을 생각해 보세요. 같은 크기의달이 가깝게 느껴지는 높은 하늘과 멀게 느껴지는 지평선 근처에 있을 때 어느 것이 더 크게 보일까요? 결국 폰조 효과로 인해 우리 머리는 지평선 근처에 있는 달을 훨씬 크게 느끼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폰조 착시로 달의 착시 현상에 대한 논쟁이 끝났을까요?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크고 작은 논쟁은 계속되었고, 2013년 초 미국의 한 대학에서 새로운 이론을 내 놓으며 달의 착시 논쟁은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과연 어떤 이론일까요? 다음에 계속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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