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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있느냐’와 ‘어디에 보이느냐’의 차이

이승민 기자

  • 기사등록 2015-03-20 08:4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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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점은 해의 중심이 하늘의 적도와 만나는 지점으로 하늘의 남쪽에서 움직이던 해가 드디어 하늘의 북쪽으로 접어드는 시작점입니다. 천문학자들은 이 춘분점을 기준으로 하늘의 좌표를 정하기 때문에 하늘의 그리니치 천문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에는 많은 나라들이 춘분을 한 해의 시작으로 여겼습니다.

 
춘분은 천문학적으로 의미 있는 날이지만 종교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기독교의 가장 중요한 축제인 부활절이 춘분을 기준으로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부활절은 춘분 이후 첫 번째 보름달이 뜬 다음 일요일로 정해집니다. 올해의 경우 춘분이 321일이고, 43일 금요일이 음력 15일이기 때문에 45일이 부활절이 됩니다.
 
춘분은 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의 결정에 따라 321일로 고정되었고, 그 후 달력 개정이 있었지만 춘분을 321일에 고정시키는 전통은 그대로 유지되었습니다. 현재의 달력은 약 3000년에 하루 정도의 오차밖에 나지 않기 때문에 춘분은 매년 321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윤년으로 인해 가끔 하루 정도 차이가 나는 경우는 있습니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다고 알려진 춘분날 실제로는 낮이 더 깁니다. 그 첫 번째 원인은 낮의 기준이 일출이고, 일출 시각이 해의 중심이 아닌 위쪽 가장자리가 지평선에 떠오를 때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차이는 일출, 일몰 때 각각 1분 정도씩 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각각 3분 이상 차이가 납니다. 이제 그 이유를 알아보겠습니다.
 
지평선이나 수평선에서 해가 지는 것을 본 적이 있다면 그 경험을 다시 한 번 떠올려보기 바랍니다. 해가 지평선에 닿을 때까지 속도와 지평선에 닿은 해가 완전히 사라질 때의 속도는 다릅니다. 지평선 아래로 사라질 때는 닿을 때보다 속도가 절반 밖에 안 됩니다. 지름이 약 0.5도인 해가 지평선 닿아서 아래로 넘어가는 데는 2분이면 충분하지만 실제로 관찰해보면 4분 정도나 걸립니다. 왜 해는 지평선에 닿았을 때 움직임이 느려지는 것일까요?
 
하루 동안 하늘에서 해가 움직이는 속도는 지구의 자전 속도와 같습니다. 해가 지평선에 왔을 때,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질 리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평선에 걸린 해는 약 2분 후에 분명히 지평선 아래로 졌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 눈에 그렇게 보이지 않을 뿐입니다.
 
지평선 아래의 해는 대기의 굴절 효과로 인해 위로 떠올라 보이게 됩니다. 얼마나 떠올라 보이는가는 대기 굴절률에 달려 있는데, 온도와 기압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각도로 평균 34(1도는 60, 해의 지름은 32) 정도 떠올라 보입니다. 따라서 해가 지평선 아래로 그 지름만큼 더 내려가야 우리는 해가 완전히 진 것을 알게 됩니다.
 
일상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해가 실제로 어디에 있느냐가 아니라 어디에 보이느냐입니다. 따라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는 해의 중심이 지평선에서 각도로 50(대기굴절률 + 해의 반지름) 정도 아래에 있을 때를 기준으로 일출과 일몰 시간을 계산하여 발표합니다.
 
결국 춘분날 일출은 하늘의 적도가 동쪽 지평선에 닿는 것보다 약 3분 전에 시작되고, 일몰은 서쪽 지평선에 닿는 것보다 약 5분 후에 시작됩니다. 일몰이 2분 정도 더 차이가 나는 이유는 지구의 공전 때문입니다. 해는 지구의 공전으로 하루에 약 1도씩 서쪽(오른쪽)에서 동쪽(왼쪽)으로 움직입니다.

따라서 동쪽 지평선에서 뜬 해가 180도를 돌아 서쪽 지평선으로 질 때엔 약 0.5도 정도 동쪽으로 이동해 있고, 결국 이 각도만큼 해가 더 움직여야 서쪽 지평선에 도달하게 됩니다. 이 시간이 약 2분입니다. 물론 춘분날 해의 중심이 일출 전에 하늘 적도에 닿았는지, 아니면 낮 동안에 닿았는지, 일몰 후에 닿았는지에 따라 이 시간은 약간의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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