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말이 있죠. 처음부터 밤하늘의 별을 다 알려고 한다면 너무 어려울 것입니다. 밤하늘과 친해지고 별자리를 익히기 위해서는 하늘에서 가장 밝은 길잡이별을 먼저 알아야 합니다. 길잡이별은 1등성이나 2등성들로 모두 합쳐야 수십 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봄철의 길잡이별을 찾아보겠습니다.
‘봄철의 별자리’는 봄철의 자정 무렵에 가장 높이 뜨는 별들을 말합니다. 따라서 초저녁에는 동쪽 하늘에 있고, 한밤중에는 천정부터 남쪽까지, 그리고 새벽에는 서쪽 하늘에 보이는 별들입니다. 봄철 별자리 찾기는 북두칠성에서부터 시작합니다. 북두칠성을 찾을 수 있다면 나머지 별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북두칠성이 북동쪽 하늘로 올라오면 국자의 손잡이가 땅으로 향하게 됩니다. 옛 사람들은 국자에 들어 있던 물이 손잡이를 따라 땅으로 흘러내리기 때문에 봄에 비가 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겨우내 가물었던 대지에 봄비가 내리면 만물은 숨을 쉬며 생명을 잉태하게 됩니다. 따라서 북두칠성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별로도 알려졌으며, 밭을 일구는 쟁기로도 불렸습니다.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지평선 쪽으로 내려가면서 만나는 별자리들은 옛사람들의 생활 문화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봄밤 별자리를 찾는 가장 쉬운 길이 됩니다. 봄비가 내려서 대지에 풀이 돋아나면 가장 먼저 즐거워할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목동일 것입니다. 겨우내 가축들의 먹이를 고민하던 목동이 드디어 소와 양떼를 몰고 초원을 누빌 수 있게 되었으니 무척 즐거울 것입니다.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내려오다 첫 번째 만나는 밝은 별은 바로 목동자리의 으뜸별(1등성)입니다. 봄비의 혜택을 받는 첫 번째 사람이 목동이라고 생각하면 쉽게 기억될 것입니다.
자, 그러면 봄비가 내려서 즐거워하는 사람이 또 누가 있을까요? 옛날 노래 중에 ‘봄처녀 제 오시네’하면서 시작하는 노래가 있습니다. 이 노래 가사처럼 봄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 중의 하나가 바로 처녀들일 것입니다. 겨울 동안 집안에 있던 처녀들이 산으로 들로 봄나물을 캐러가게 되니 왠지 모를 설렘이 가슴 속에 피어날 것입니다. 북두칠성의 손잡이를 따라 내려오다 두 번째 만나는 밝은 별이 바로 처녀자리의 으뜸별(1등성)입니다. 봄비를 기다리는 두 번째 사람이 바로 처녀라고 생각하면 역시 쉽게 기억될 것입니다.
자, 그럼 목동과 처녀 말고 또 누가 봄비를 좋아할까요? 계절을 제일 먼저 느끼는 것은 사람보다는 동물입니다. 그 중에서도 동물의 왕이라는 사자에게 봄철만큼 즐거운 계절도 없을 것입니다. 동굴 속으로 숨어 버렸던 먹잇감들이 하나 둘 주린 배를 채우기 위해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목동과 처녀의 으뜸별 앞쪽(서쪽)으로 제일 밝게 빛나는 별이 바로 사자자리의 으뜸별(1등성)입니다. 봄비가 내릴 것을 알고 미리 사자가 뛰어나왔다고 생각하면 역시 쉽게 기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밀림에 사는 사자가 계절과 무슨 관련이 있느냐고 따지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그냥 하늘나라에는 밀림에도 계절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북두칠성에서 남쪽으로 목동과 처녀자리로 이어지는 커다란 곡선을 봄철의 대곡선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목동자리와 처녀자리의 으뜸별과 사자자리의 꼬리별(2등성)이 만드는 커다란 삼각형을 ‘봄철의 대삼각형’이라고 합니다.
자, 오늘밤 확인해야 할 별들입니다. 북두칠성, 목동자리 으뜸별(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 으뜸별(스피카), 사자자리의 으뜸별(레굴루스)과 꼬리별(데네볼라). 이름은 어렵습니다. 별자리로 기억하기 바랍니다. 머리로는 초원을 배경으로 목동과 처녀, 그리고 사자가 있는 그림을 생각해 보세요. 다음 시간에는 이들 길잡이별을 이용하여 봄철의 나머지 별들을 찾아보겠습니다.
둥근 그림은 오늘 밤 자정 무렵의 하늘 지도입니다. 작은 그림은 도시의 밤하늘을 기준으로 한 것입니다. 사자자리보다 서쪽(오른쪽)으로 제일 밝게 빛나는 것은 목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