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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학살 있었다… 서울시, 영상 첫 공개 - 시·서울대인권센터, 3.1절 99주년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서 공개

정지호 기자

  • 기사등록 2018-03-02 13:2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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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학살 있었다… 서울시, 영상 첫 공개 (관련 자료 사진=서울시 제공)


아시아·태평양전쟁이 패전으로 치닫던 1944년 6월, 미·중 연합군(Y군)은 중국 송산과 등충에 주둔해있던 일본군을 공격, 9월 7일과 14일 각각 송산과 등충을 함락했다.


당시 이곳에는 일본군에 의해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80여 명이 있었다. 이중 연합군에게 포로로 잡혀 생존한 23명을 제외한 나머지 대다수는 전쟁 막바지 패전이 임박한 일본군에 의해 학살돼 버려졌다.


당시 미·중 연합군(Y군 제54군)이 보고를 위해 작성한 문서에는 등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9월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라고 정확하게 기록하고 있다.


서울시가 3.1절 99주년을 기념해 27일 개최한 한·중·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에서 일본군이 조선인 ‘위안부’를 학살했다을 보여주는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아시아·태평양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중국 등충에서 조선인 ‘위안부’들이 학살된 후 버려진 모습을 담은 19초 분량의 흑백영상이다. 또, 당시 미·중 연합군이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을 분명히 인지했다을 확인할 수 있는 연합군 보고문서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은 서울시와 서울대인권센터 정진성교수연구팀(이하 ‘서울대 연구팀’)이 지난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 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을 방문해 끈질긴 자료조사와 발굴 작업을 거친 끝에 촬영된 지 70여년 만에 세상에 공개될 수 있었다.


서울시와 서울대연구팀은 이 영상자료 1점을 비롯해 사진자료 2점, 당시 미·중 연합군(Y군)이 작성한 작전일지를 비롯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사실을 뒷받침하는 문서 14점도 함께 공개했다.


영상에는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한 후 버려진 참혹한 모습이 담겨있다. 주변으로는 시신을 매장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 두세 명의 모습도 보인다. 연합군 164통신대 사진중대 B파견대의 볼드윈(Baldwin) 병사가 1944년 9월 15일 촬영한 것으로, 영상 속 장소는 중국 운남성 등충성 안 밖의 장소로 추정된다.


일본군이 ‘위안부’를 학살했다는 증언, 기사 등이 공개된 적은 있지만 조선인 ‘위안부’를 포함해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 현장이 촬영된 영상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패전이 임박한 1944년 9월 중국 송산과 등충에 주둔하고 있던 일본군에게 당시 일본 작전참모였던 츠지 마사노부 대좌는 “지원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 ‘옥쇄’(강제적 집단자결) 지시를 내렸고, 이를 거부했던 조선인 ‘위안부’들은 일부 민간인들과 함께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했다. 당시 중국 송산에는 24명, 등충에는 최소 30명 이상의 위안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사실은 미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Y군 제54군이 14일 18시 55분에 보고한 정보 문서()를 보면, 등충이 함락되기 직전인 9월 “13일 밤 일본군은 성 안에 있는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Night of the 13th the Japs shot 30 Korean girls in the city)”고 정확히 기록하고 있다.


또,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서울시와 서울대 연구팀이 앞서 지난 2016년 수집한 조선인 ‘위안부’ 학살현장 사진 원본(2장)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돼 역사적 입증자료로서 무게를 더한다. 연구팀은 전쟁 당시에는 사진촬영과 영상촬영이 함께 이뤄졌었다는 점에 주목, 지난 2016년에 ‘위안부’ 학살 사진을 수집한 이후 그 후속작업으로 영상에 대한 수개월간의 타겟팅 및 목록화 과정을 진행해 1년 만에 영상 발굴에 성공했다.


연구팀은 지난 2017년 발굴한 영상과 2016년 수집한 사진원본이 각도만 다를 뿐 동일한 장소에서 촬영된 것을 입증할 수 있는 근거로 영상과 사진 속 시체의 옷차림, 매장을 하러 온 것으로 보이는 사진 속 중국군 병사가 영상 속에도 등장하는 점 등을 제시했다.


강성현 교수(성공회대)는 “일본정부가 위안부 학살 사실을 부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에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원순 시장은 “나라를 잃고 힘이 없는 조국에서 여성, 소녀들이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너무나 가슴 아픈 현실을 우리는 직시하고 있다”며 “이러한 불행한 역사도 기록하고 기억해야 다시는 반복하지 않는 만큼 앞으로도 서울시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과 자원을 집중해 역사를 기억하고 바로 세우는데 앞장서 나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시와 연구팀은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 특히 전시에 여성을 전쟁터로 동원하고 성적 '위안'의 도구로 사용하다가 최후에 '특종군수품' 폐기라는 발상으로 학살하는 일은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하며, 이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사과해야만 이런 상황의 반복을 막을 수 있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올해도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관리사업‘을 추진한다. 국내·외 발굴조사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관련 사료를 수집하고 기록물로 관리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하고, ‘위안부’ 관련 연구와 외교적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27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 컨퍼런스‘는 한국, 일본, 중국 ‘위안부’ 전문가들이 발표자로 나서 각국이 소장한 ‘위안부’ 자료 현황을 공유하고, ‘위안부’ 자료 조사의 향후 과제와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한국 : 서울대 연구팀의 강성현 교수(성공회대)와 함께 국사편찬위원회 황병주 편찬연구관이 발표자로 나서 일본군 ‘위안부’ 관련 연합군번역통역부(ATIS)가 생산한 모든 자료들을 소개한다. 이 자료들은 위안소가 일본군의 전적인 책임 하에 있었음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일본 :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Women’s Active Museum on war and peace, 이하 WAM)’의 와타나베 미나 사무국장이 ‘위안부 아카이브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역사수정주의 정권의 장기화, 교과서나 박물관에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의 삭제, 언론, 지식인 등의 학습부족과 무관심 등 일본 사회에서 일본군 ‘위안부’가 잊히고 있는 현실에서 ‘위안부’ 자료의 기록과 아카이브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중국 : 길림성당안관의 자오위제, 뤼춘위에 연구관원이 발표자로 나서 길림성당안관에 보관된 일본의 중국 침략 기록문서와 발굴 상황에 대해 소개하고, 일본군 가족의 위안소 공정요금 이용에 관해 새로 발굴한 기록을 발표했다.


종합토론에 참가한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관은 “최근 몇 년간 한국 자료조사팀들이 수백 점이 넘는 ‘위안부’ 자료 수집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동력은 수년간에 걸친 관심과 일관된 자료 축적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박정애 동국대 대외교류연구원 연구교수는 “일본은 이 책임을 인정한 위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정한 사죄를 해야 한다”며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미투 및 위드 운동도 궁극적으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닿아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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