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영암이 좋다」에는 전라남도 영암군을 한반도의 중심지로 다시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시키려는 젊은 군수의 열정과 비전이 책 전체를 핍진하게 관통하고 있다. 이미지는 책의 출판기념회를 알리는 카드 뉴스 (이미지 출처 : 우승희 영암군수 페이스북 계정)“마한의 심장이 다시 뛴다. 고분과 유물, 흙 한 줌, 돌 한 개가 마한의 숨결이다. 세계로 나가는 해상왕국의 힘을 상상하라.”
우승희 영암군수의 새 책 「영암이 좋다」를 훑어보듯이 읽다가 나는 심장의 박동수가 돌연 빨라짐을 느꼈다. “초가집도 없애고, 마을길도 넓히고~” 식의 소박한 유물주의의 타성에 안주해온 기존의 대다수 기초지방자치단체장들로부터는 찾아보기 어려운 담대한 비전과 진취적 기상이 1973년생 젊은 군수의 갓 나온 저서에서 발견됐기 때문이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민족이 광활한 대륙을 호탕하게 누비던 순수와 낭만의 시대를 그리며 「발해를 꿈꾸며」란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영암이 좋다」는 「발해를 꿈꾸며」의 거의 완벽한 해양판이었다.
아테네와 카르타고는 서양을 대표하는 고대 해상왕국이다. 유럽인들은 물론이고 미국인들마저 지금부터 2천 수백 년 전에 일찌감치 사라진 고대 아테네와 도시국가 카르타고의 서사와 유물을 알뜰하게 활용해 다양한 형태의 경제적이고 문화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해왔다.
지중해를 주름잡던 아테네와 카르타고에 버금갈 고대의 해상왕국이 동양에도 왕성하게 존재했었다. 현재의 전라남도 영암군을 중심으로 찬란한 번영을 일궈낸 마한이다. 아테네와 카르타고는 지중해라는 닫힌 바다에 머물렀다. 마한은 거침없이 열린 바다로 배를 띄웠다. 마한인들은 영산강과 남해가 만나는 영암에서 출발해 서쪽으론 중국을 부지런히 드나들고, 동으로는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다. 활동 범위에서는 마한이 아테네와 카르타고를 압도하고 남는다 하여도 전연 과언이 아닐 터이다.
고구려와 백제와 신라가 한반도의 패권을 놓고 다투던 삼국시대의 격동기에 마한이 서서히 자취를 감춘 이후로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폐쇄와 정체의 역사를 겪었다. 고립과 답보의 역사를 겪는 과정에서 한민족은 바다를 잃었고, 발전을 잃었고 마침내 국권까지 상실했다. 그리고 작게는 영암은, 크게는 호남은 한반도의 식량창고 정도로 그 위상과 역할이 부당하게 격하되고 말았다.
우승희는 「영암이 좋다」에서 해상왕국 마한의 심장을 다시금 힘차게 뛰게 하겠다는 웅대한 포부를 밝히고 있다. 그는 2023년 전국 여러 지자체들 사이에 펼쳐진 치열한 유치경쟁 끝에 영암군 나불도에 건립이 확정된 ‘국립 마한역사문화센터’가 해상왕국 마한의 강건하고 발랄했던 유전자를 한국인들의 몸속에서 되살아나도록 해주는 중요한 공간이 될 것이란 자신감과 기대감을 책을 통해 서슴없이 피력했다.
영암은 마한을 구성하는 54개의 작은 나라들 가운데 으뜸이었던 월지국이 자리했던 곳이다. 이는 월지국이 마한의 맹주였다는 의미로 읽힐 수가 있다.
대한민국은 제조업 강국에 더하여 문화 강국으로 도약했다. 한국의 음악을 들으러, 한국의 음식을 맛보러, 한국의 풍경을 구경하러 수많은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를 줄지어 방문하고 있다. 문화상품이 경제대국 한국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선진문물 보유국으로서 매력을 뽐낸 일은 21세기에 처음으로 생겨난 현상이 아니다. 미국 해군 제독 페리는 군함 즉 무력으로 일본을 강제로 개방시켰다. 반면 영암에서 태어난 왕인 박사는 오로지 드높은 문화의 힘, 곧 소프트 파워(Soft Power)만으로 굳게 닫혀 있던 일본 열도의 문을 열었다. 이는 서력 4세기 말에서 5세기 초에 일어난 획기적인 문명사적 사건이었다. 우승희 영암군수가 마한이 ‘대한문명’의 중심이며, 영암은 마한의 심장이었다고 선언한 배경이다.
잠시 유통되는 정보는 붐비는 대도시에 있다. 오래도록 생명력을 이어갈 지혜는 유서 깊은 지역들에 있다. 지금 전 세계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트럼프의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 외교는 심지어 덴마크 같은 미합중국의 전통적 동맹국 국민들조차 밤잠을 설치도록 이끌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인공지능(Al) 기술의 급속한 개발과 보급은 인간의 노동 자체에 대한 무용론까지 확산시키는 중이다.
이와 같은 대전환의 시기일수록 감동적 서사와 웅숭깊은 지혜가 오히려 더욱더 가치를 발휘하기 마련이다. 서구사회의 지도자들은 공동체가 안팎의 위협으로 말미암아 존립의 위기에 직면하면 고대사에서 해법을 구했다. 우리는 옛 마한 지역에 묻혀 있던 고대사의 지혜와 서사를 우승희 영암군수 같은 뜻 있는 이들의 주도 아래 이제야 본격적으로 발굴하기 시작했다. 우승희의 통찰력 있는 안목과 집요한 노력이 소중한 결실을 거두어 좁게는 호남 정치가, 넓게는 한국 정치가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목격하기를 바란다.
필자의 안목과 글솜씨가 부족한 탓에 고색창연한 역시 얘기만 하다가 서평이 종착역에 이르렀다. 「영암이 좋다」에는 영암군에서 즐길 수 있는 흥미롭고 다채로운 볼거리와 맛있고 푸짐한 먹거리가 빈틈없이 소개돼 있다. 우승희 군수가 이 책을 ‘현직 군수의 영암문화관광 해설서’로 소개한 까닭일 테다.
그런데 단순한 해설서로만 평가하기에는 책 전체를 핍진하게 관통하고 있는 영암의 발전과 영암군민들의 행복을 향한 젊은 군수의 열정과 헌신과 겸손함이 여간 예사롭지가 않다. 「영암이 좋다」는 범상치 않은 군수가 써낸 범상치 않은 책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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