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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왜 피투성이가 되려 하는가 - 김문수는 한동훈의 인내심에 진심으로 감사해야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5-12 19: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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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김문수의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윤석열 세력과의 편안한 타협 대신 당장은 힘들고 위험하지만 반드시 성취해야 하는 지상과제인 내란 잔당 완전 척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사진 출처 : 한동훈 공식 페이스북)

국민의힘의 당내 쿠데타 사건이 김문수 후보 진영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겨우 아흐레 만에 사실상 정계 은퇴를 선언하는 희대의 굴욕을 맛봐야만 했다.


대선 레이스 막판의 대역전을 노리는 김문수 후보는 본격적으로 비상할 일만 남은 듯했다. 약자에 대한 일반 대중의 동정심리를 뜻하는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와 후보 선출 직후의 상승세를 의미하는 컨벤션 효과(Convention Effect)가 결합해 상승작용을 일으키면 김 후보가 그동안 일방적 독주체제를 유지해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의 아성을 위협할지도 몰랐기 때문이다. 리그에서 영구 제명을 당한 것과 진배없을 내란수괴 피고인 윤석열이 느닷없이 경기장 안으로 난입하기 전까지는.


윤석열이 2025년 5월 11일 일요일 오전에 그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은 겉으로는 김문수를 지지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김문수에게 돌아가야만 마땅할 조명과 관심을 순식간에 윤석열 자신에게로 가로챘다.


문제의 글의 서술 구조는 한덕수가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옹립되는 경우를 전제하고 있음이 역력했다. ‘한덕수’를 ‘김문수’로 급히 이름만 바꾼 흔적이 문맥 곳곳에 드러난 탓이었다.


관건은 윤석열과 김건희가 김문수로부터 후보 점퍼를 탈취하는 데 실패하자 그 분풀이로 김 후보에게 찬물을 양동이째 끼얹고 말았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불리한 판세에 더하여 자당의 이른바 1호 당원에 의해 난데없는 봉변까지 당했으니 이번 대선에서 김문수 후보의 앞날은 썩 밝아 보이지 않는다.


김문수 축출 음모와 한덕수 추대 공작에서 시종일관 언급된 게 보이지 않는 손의 존재다. 그 손은 누구의 손이었을까? 한남동의 대통령 관저에서 쫓겨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로 급히 옮겨간 전직 대통령 윤석열과 직전 영부인 김건희의 손이 아니면 또 누구 손이겠는가?


내란을 일으켰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당한 자가 공당의 대선 후보자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일을 배후에서 사주하고 조종했다면 그야말로 천인공노할 사태다. 그런데 이러한 만행의 최대 피해자일 김문수는 외려 윤석열의 수하들을 포용하기 바쁘다. 이는 김문수가 부처님의 자비심과 예수님급의 아량을 갖춘 소위 대인배인 이유에서일까?


당연히 아니다. 국민의힘 도처에 여전히 또아리를 틀고 있는 윤석열 추종 세력이 일제히 태업에 돌입하면 원활한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기본적 당무마저 곧장 마비 상태에 빠질 게 뻔하다. 김문수가 울며 겨자 먹기로 권성동과 박수영 등의 윤핵관들을 안고 갈 수밖에 없는 저변의 사정이다. 국민의힘 내부에 만연한 적과의 동침 풍조는 21대 대통령 선거 투표일인 오는 6월 3일까지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그다음 시나리오는 세간에서 익히 예견하는 바대로 전면적 내전 상황의 재발이리라.


한동훈은 왜 윤석열을 용서하지 못하는가 


김문수에게 후보직 탈환이 축복으로 위장한 저주였다면, 한동훈에게는 대통령 후보를 결정하는 경선에서의 패배가 불운의 옷을 입은 행운일 테다. 윤석열과 검찰조직에서 한솥밥을 먹었다는 원죄를 완벽하게 떨쳐버린 덕분이다.


윤석열과 절연하지 못하는 대선 캠페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불과하다. 김문수가 후보직을 긴급 당원 투표를 통해 예상외로 극적으로 지킴으로써 국민의힘이 얻은 유일한 소득이 있다면 김건희의 코바나 컨텐츠 패밀리가 600억 원에 육박하는 국고보전 선거비용에 빨대를 꽂을 기회가 원천적으로 차단됐다는 점이다. 이제 김건희는 본인과 남편의 변호사비를 마련하려면 금쪽같은 자기 재산을 눈물을 머금고 헐어야만 한다.


김문수는 한동훈에게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 조속히 합류할 것을 독촉하고 있다. 말도 안 되는 터무니없는 요구다. 윤석열이 내란을 일으킨 주요 목표 가운데 하나가 한동훈을 살해하려는 데 있었음이 점점 더 뚜렷해지고 있다. 윤석열의 12·3 친위 군사쿠테타가 만약 성공했다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서해 바닷물에 서식하는 꽃게들의 밥이 됐을지도 모른다. 진은정 변호사를 비롯한 한동훈 가족들은 가히 멸문지화의 화를 입었을 것이 뻔하다.


한 개뿐인 목숨을 윤석열에게 빼앗겼을지 모를 한동훈에게 윤석열의 부하들과 사이좋게 앉아서 알콩달콩 웃어가며 김문수를 당선시킬 방법을 논의하라는 얘기는 경마장을 표제로 한 연작소설들로 유명한 하일지 전 교수의 표현을 잠시 빌리자면 한동훈의 인격에 대한 전폭적 모독이기 마련이다. 김문수 후보는 격앙된 한동훈 전 대표가 당사로 씩씩거리면서 쳐들어와 윤석열 측근들의 멱살을 잡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동훈에게 감지덕지해야만 한다.


필자는 한동훈의 현재 모습을 어디선가 본 듯한 기시감을 느꼈다. 그건 철공소에서 노동자로 일하던 왕현웅 씨의 얼굴이었다. 노사모 회원이던 왕현웅 씨는 새천년민주당 공식 대통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혈 지지자였다. 그는 2002년 대선 국면에서 정몽준과의 후보 단일화를 구실로 노무현 후보를 마구 흔들어대던 후보단일화협회의 추태와 망발에 분노해 살생부를 작성하여 인터넷 공간에 올렸다. 살생부에 이름이 등재된 정치인들을 차기 총선에서 꼭 낙선시키자는 제안이었다.


피투성이가 만든 살생부와 유사한 문건이, 곰곰이 따져보면 훨씬 더 격렬하고 수위 높은 문건이 그즈음 정치 포털사이트의 대명사로 통하던 서프라이즈에 익명의 네티즌 명의로 게재됐다. 이 두 건의 문서가 일으킨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며 왕현웅 씨와 나는 각각 별도로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다. 서프라이즈에 올라온 익명의 문건은 그곳 편집장 겸 관리자로 활동하던 내가 책임져야 했기 때문이다.


알량한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자당의 대선 후보를 제거하려 작당한 낡고 부도덕한 정치꾼들을 기어이 응징하고야 말겠다는 결의와 투지로 불타고 있다는 견지에서 한동훈은 손에 용접봉만 들지 않았을 따름이지 피투성이가 돌아온 모양새라 하겠다.


일각에서는 한동훈이 당권 장악을 염두에 두고서 지금처럼 광분하고 있다며 그를 일방적으로 비난·폄하하고 있다. 그렇지만 냉정하게 한번 저울질해보자. 한동훈이 순전히 정치공학적인 정략적 계산에만 입각해 움직이고 있다면 그는 권영세와 권성동 부류와 ‘절친노트’를 요란하고 역겹게 찍으며 눈물의 화해 쇼를 연출하는 게 차라리 낫다. 친윤석열계 기회주의자들과 아마겟돈, 즉 최후의 대결전을 불사하려 들지는 않을 터이다.


왕현웅 씨의 용감하고 의기 어린 거사에도 불구하고 후단협에 가담했던 대다수 구태 정치인들은 살아남았고, 정치개혁의 과제는 아직껏 미완의 과제로 남아 있다.


피투성이의 바통을 무의식중에 이어받아 당내의 기득권 구태 정치꾼들과 전면전을 선포한 한동훈은 민주당 계열 정당에서 이루지 못한 정치개혁의 과제를 민주당에 견주면 백배는 더 척박한 토양일 국민의힘에서 과연 완수할 수 있을까? 그 성공 여부에 작게는 정치인 한동훈 개인의 장래가, 크게는 보수의 재건과 한국 정치의 미래지향적 재구성이 달렸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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