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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학도 김문수, 성춘향 이준석 - 김문수의 ‘영남 남인 세계관’을 해부한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5-05-05 19: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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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양두구육과 김문수의 양두구육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개혁신당 대선 후보 이준석 의원을 변학도가 맘대로 다뤄도 되었던 춘향이 정도로 여기고 있는지 모른다. 이미지는 김문수가 이준석을 맹비난한 소식을 보도한 채널 A 뉴스 화면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당심에서의 압도적 우위에 힘입어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여유 있게 누르고 국민의후보 대선 후보로 선출되었다. 집권 여당의 대통령 후보자를 뽑는 국민의힘의 제5차 전당대회는 경선 규칙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한동훈을 떨어뜨리는 데 주안점이 두어졌다. 내란수괴 윤석열과 그를 추종하는 기득권 친윤석열계 정치인들에게 정권 재창출은 처음부터 아예 관심권 밖이었다.


윤석열과 친윤들에게는 한동훈 제거 외에도 두 가지 목적이 더 있었다.


첫 번째는 내년에 실시될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보수의 아성인 대구경북(TK) 지역을 중심으로 공천권을 행사하는 일이었다.


두 번째는 앞으로 펼쳐질 윤석열과 김건희 부부와 관련된 각종 형사 재판 내내 이들의 충실한 가병(家兵) 역할을 해줄 변호사 김계리나 학원강사 전한길 부류의 극우 정치집단을 육성·보존하는 일이었다.


한동훈 축출, TK에서의 공천 장사, 윤석열 친위대 양성의 3대 목표를 최우선해 염두에 둔다면 김문수는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통솔하고 있는 현재의 남한 극우 반동 파시스트 정치집단에게는 최적의 선택지였다.


문제는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의 마음이 달라지는 게 윤석열만의 독점적이고 배타적 특권은 아니라는 점이다. 윤석열은 검찰총장 시절과 대선후보 시기에 공정과 상식의 화신처럼 행동했다. 그는 국가권력을 장악하자마자 무도하고 파렴치한 폭군으로 돌변해 종국에는 시대착오적인 친위 군사쿠데타까지 모의·실행하고 말았다.


김문수는 국민의힘의 대통령 선거 후보로 정식으로 뽑히기 전까지는 윤석열-김건희에게는 저들 내란 커플의 입속의 혀처럼 살갑게 굴었다. 그는 윤석열의 12·3 불법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국무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사과하라는 요구를 국회에서 공공연히 거부하기조차 했다.


김문수 후보는 권력을 위해 그야말로 산 넘고 물 건너온 인물이다. 그가 노동운동의 대부에서 극우의 전사로 180도 변신한 근본적 이유 역시 기어이 권력을 자신의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무섭고 지독한 욕망의 발로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런 김문수가 권좌에서 수치스럽게 쫓겨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자택에 머물며 권토중래를 도모하고 있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과연 예전처럼 고분고분 온순하게 맹종할까?


윤석열은 정권을 잡으려 공정과 상식이라는 양머리를 내놨다. 그가 실제로 판 건 검찰통치와 친일 뉴라이트 전성시대란 개고기였다. 김문수는 여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얻고자 ‘윤석열 사수’라는 양머리를 내걸었다. 그가 냉장고에 소중히 보관해온 살코기는 ‘김문수당 만들기’이리라. 윤석열은 양두구육으로 나라를 들었다 놨다 했다. 이제는 김문수가 또 다른 양두구육으로 거대 양당의 한 축인 원내 108석 의석의 보수 정당을 들었다 놨다 할 순서일 듯싶다.


김문수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단일화의 모습은


김문수 후보는 지금까지 숱한 설화를 남겼다. 그가 빚어낸 설화들 가운데 압권은 과거 경기도지사로 재임하던 무렵 한국을 대표해온 고전 소설인 춘향전을 “변학도가 춘향이 따먹는 이야기”로 엽기적으로 정의했다가 구설수에 오른 경우였다.


춘향전에 관한 김 후보의 대담하고 발칙한 발언은 여성 인권에 대한 무지가 낳은 몰상식한 망언으로 즉각 규탄받으며 강력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그런데 이는 정치인 김문수, 아니 인간 김문수의 세계관을 표피적으로만 다룬 진단일지도 모른다.


김문수는 영남 남인의 세계관을 갖고 있다. 영남 남인은 한국사에서 특이한 위상을 점유해왔다. 세간에서 도학(道學)으로 불렸던 그들의 세계관의 본질은 한마디로 ‘깨끗하고 우아한 계급사회’를 구현하는 데 있다. 계급사회는 기본적으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전제하고,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 마련이라는 측면에서 영남 남인들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커피를 방불시키는 불가능하면서도 모순적인 이상향을 꿈꿨던 셈이다.


계급사회는 지배와 피지배 관계로 구성된다. 상하의 구분이 엄격한 철저한 위계 사회이다. 김문수는 오랜 세월 과격한 노동운동을 선도·전개했다. 그는 소련의 현실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는 광경을 목도하며 보수우파로 전향했다고 밝혔다. 김문수의 세계관은 진짜로 변화했을까?


필자는 아니라고 확신한다. 좌파 노동운동가 김문수나 우파 제도권 정치인 김문수나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국가와 사회의 근본적 운영원리로 여기고 있다는 점에서는 전연 변함이 없다. 그러니 김문수에게 춘향전은 지배계급 변학도가 피지배계급 성춘향을 따먹는 이야기로 당연히 평가될 수밖에 없다.


김문수의 세계관에서 김문수 자신이 차지하는 정치사회적 위치는 물론 지배하는 위치일 터이다. 이러한 수직적 역학관계는 남한의 기득권 진영이 올해 6·3 조기 대선의 마지막 승부수로 띄운 범보수 후보 단일화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고 있다.


보통의 일반적 후보 단일화는 출마자들 사이의 수평적이고 대등한 관계에 입각한 타협과 합의의 성과물로 도출된다. 김문수가 상정하고 있을 단일화는 어떤 구도의 단일화일까? 지배적 위치의 이른바 메이저 후보가 피지배 위치의 군소 후보를 따먹는 것을 뜻하리라.


그러므로 김문수가 생각하는 합리적이고 바람직한 범여권 후보 단일화 과정은 그가 윤석열의 대리인 격으로 출마한 한덕수 무소속 후보와 윤석열 이름 석 자만 들어도 분하고 원통한 심정으로 이를 갈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차례로 복속시키는 전형적인 정복의 서사로 진행·완성돼야만 한다. 그 역은 없다.


왜냐? 김문수는 지배하는 자이고, 이준석과 한덕수는 지배받는 자이니까. 윤석열과 친윤세력은 김문수의 이와 같은 봉건적인 제왕적 세계관을 터무니없이 띄엄띄엄 본 탓에 시쳇말로 닭 쫓던 동네 강아지들 꼴이 돼버리기 일보 직전이다.


변학도는 수청을 들기를 거부하는 춘향이의 저항을 그저 귀여운 앙탈 정도로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 암행어사가 출두하는 된서리를 맞았다. 변학도가 범했던 치명적 착각과 실수를 김문수가 한덕수에게라면 몰라도 이준석에게만은 부디 저지르지 않기를 바란다. 이준석은 하염없이 이몽룡만 기다리는 불쌍한 춘향이가 되기에는 그 힘과 몸집이 이미 너무나 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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