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민 기자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등검찰청장)가 8일 오후 5시19분경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석방 지휘서를 서울구치소에 송부하면서 윤 대통령이 체포·구금된 지 52일 만에 석방되어 한남동 관저로 복귀했다.
석방된 윤석열 대통령이 8일 오후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손을 들어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윤 대통령은 오후 5시48분쯤 서울구치소 정문을 천천히 걸어 나왔다. 정장 차림에 넥타이는 매지 않은 윤 대통령은 단정히 빗어 넘긴 머리에 지지자들을 향해 웃음을 지으며 손을 흔들고 허리를 숙여 인사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는 모습을 보였다.
성조기와 태극기를 든 약 500명(경찰 비공식 추산)의 지지자들은 "대통령, 윤석열"을 외치며 환호했다. 일부 지지자는 "사랑한다"고 외치며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구치소와 관저 앞, 광화문 등지에 모여있던 지지자들은 윤 대통령의 모습에 크게 환호했다.
윤 대통령이 3분가량 구치소 앞 거리를 걷는 동안 대통령경호처 김성훈 차장이 근접 경호를 담당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국민의힘 이철규·윤상현 의원 등도 윤 대통령의 뒤를 지키며 동행했다.
윤 대통령은 석방과 함께 공개한 입장문을 통해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하다"며 "저의 구속과 관련해 수감되어 있는 분들도 조속히 석방되기를 기도한다"고 밝혔다. 또한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응원을 보내준 많은 국민께도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번 석방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부장판사 지귀연)가 전날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가 구속 취소 결정문을 검찰에 송부하고, 검찰이 이를 근거로 서울구치소에 석방지휘서를 보내면서 윤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이 내려진 지 약 27시간 만에 석방됐다.
석방 과정에서는 심우정 검찰총장이 전날 밤 대검 지휘부와 논의한 끝에 윤 대통령 석방 지휘를 특별수사본부에 지시했으나, 특수본이 즉시 항고해 상급 법원 판단을 다시 받아야 한다고 반발하면서 석방이 지연됐다. 대검 지휘부는 석방과 항고를 동시에 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나, 위법 논란 가능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석방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은 "심우정 검찰총장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을 존중해 특수본에 윤 대통령의 석방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인신구속 관련 즉시항고 시 재판 집행을 정지하도록 했던 과거 형사소송법 규정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 취지와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15일 한남동 관저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체포된 후 구속 상태로 기소되었다. 이번 석방으로 법무부 호송차량이 아닌 경호차량을 타고 관저로 돌아온 윤 대통령은 여전히 직무정지 상태로, 이르면 다음 주로 예상되는 탄핵심판 선고를 기다리게 된다.
또한 오는 24일 예정된 내란 혐의 관련 2번째 공판준비기일부터는 불구속 상태에서 방어권을 행사하게 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석방은 헌법재판소의 과거 위헌 결정 취지를 반영한 것으로, 대검찰청은 인신구속과 관련한 즉시항고 시 재판 집행을 정지하도록 했던 형사소송법 규정이 개정된 사실을 언급하며 헌법상 영장주의 원칙을 고려했음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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