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의 조직적 공천 개입은 왜 불가능한가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집권 여당의 선출직 공직 후보자를 결정하는 공천 과정에 국정농단의 위험천만한 불장난을 불사해가며 과연 불법적으로 개입했을까?
현직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국가 주요 기간시설인 한강 교량 시찰에 유례없이 단독으로 직접 나설 만큼 만기친람을 선호해온 활달하고 적극적인 김 여사의 평소 성정과 행태를 고려하면 개입하고 싶다는 충동을 강하게 느꼈을 개연성이 높다.
나쁜 짓을 하는 데도 최소한의 준비와 실력은 요구되는 법이다. 작게는 해킹 범죄를 저지르려면 컴퓨터 프로그램에 대한 고도의 전문적 지식을 체계적으로 공부해야 한다. 크게는 쿠데타를 도모하려면 잘 훈련된 군병력을 신속하고 일사불란하게 동원해야만 한다.
다시금 질문해보자. 김건희 여사는 몇몇 야당 정치인들과 일부 진보 언론사들이 주장하는 내용처럼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치러진 선거들에서 국민의힘의 공천 작업 전반에 깊숙이 관여했을까? 그랬을 가능성은 낮다. 왜냐? 공천을 전면적으로 쥐락펴락하려면 당내의 기구와 부서에 나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김 여사의 입김과 의도가 전방위로 관철될 수 있게끔 원활하게 작동해줄 시스템이 없었다. 국민의힘을 식민지 신세에 비유한다면 외부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들이 현지의 자원과 인력을 효율적으로 수탈하는 데 요긴하게 사용될 현대적 교통망이 아직껏 구축되지 않은 상태이다. 따라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이 만약 실제로 존재했다면 극히 제한된 범위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필자는 조심스럽게 추측하고 있다.
근대화의 기수를 오랫동안 자처해온 보수 정당 스스로는 후진적인 전근대 단계에 여전히 머물고 있다. 뉴라이트 세력이 요란하게 떠들고 다니는 소위 ‘식민지 근대화론’의 정당성과 유용성을 입증할 실험적 장소가 필요하다면 영부인이 작정하고 대규모로 공천에 개입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대적 시스템조차 이제까지 마련돼 있지 않은 국민의힘이야말로 최적의 실험장일 터다.
그나마 박근혜 전 대통령은 공천에 간섭할 목적으로 청와대 주도 아래 여론조사라도 돌릴 수가 있었지만, 김건희 여사에게는 그럴 여건조차 허락돼 있지 않을 정도로 윤석열 정부 들어와 국민의힘의 시계는 과학적 보수주의로부터 주술적 보수주의로 거꾸로, 거꾸로 열심히 역주행을 거듭하는 중이다.
김건희의 정의파 아버지 콤플렉스
필자가 김건희 여사에게 단언하건대 가장 궁금한 사항은 공천 개입 여부나 주가 조작 의혹의 실체가 아니다. 초등학교부터 대학원까지의, 모든 정규 교육을 재수생으로 지냈을 1년을 제외하면 무난하게 이수한 일국의 영부인에게 어째서 남들한테는 다 있는 친구가 없느냐는 점이다.
과거에는 시중 은행들의 영업점 서가는 물론 동네 미용실 탁자 위에도 빠짐없이 비치돼 있던 수많은 여성지들이 인터넷의 보급과 독서 인구의 감소로 말미암아 현저히 줄어든 탓일까? 일반적 경우였다면 김건희 여사의 초중고 동창생들이나 김 여사와 동네에서 어울려 함께 놀았을 소꿉놀이 친구들이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기 바쁘게 각종 매체들에 차례로 등장해 김 여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미담들을 입에 침을 튀기며 부지런히 소개했으리라.
김 여사가 대한민국 영부인으로 화려하게 데뷔한 지 만으로 2년 반이 가깝게 경과하도록 김 여사의 친구가 단 한 명도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인간 김건희의 지인들로 얼굴을 내미는 인물들은 거의 전부가 김명신이 김건희로 개명한 다음에 교류하게 된 인사들이다.
이쯤 되면 김명신과 김건희는 전연 별개의 인간이라고 하여도 무방할 지경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김건희 여사의 전생이 양파라고 비아냥댔는데, 김건희의 전생은 김명신이라고 해야 더 실상에 부합하는 묘사일지 모른다. 한마디로, 명일동 소녀 김명신이 강남 아줌마 김건희로 환생한 모양새이다.
김건희 여사의 김명신 시절에 관한 정보를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는지라 나는 부득이하게 프로이트적인 심리학적 기법에 의존해 ‘인간 김건희’에 대한 분석을 해나갈 수밖에 없다. 당사자일 김건희 여사의 너그러운 양해를 감히 부탁드리는 바이다.
프로이트는 인간을 추동하는 원동력을 욕망에서 구했다. 욕망과 결핍은 동전의 양면 관계를 형성한다. 욕망은 결핍을 전제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자들과 전문가들은 김건희 여사의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욕망에 주로 주목해왔다. 그러한 물질적이고 세속적 욕망에는 재산증식을 향한 욕망에 더하여 사회적 신분 상승의 욕망과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싶다는 외모상의 꾸밈의 욕망도 포함된다. 김건희 여사가 말한 “돋보이고 싶었다”는 욕망이 바로 그것이라 하겠다.
반면, 김건희의 정신적이고 관념적인 욕망에는 좀처럼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았다. 소녀 김건희의 정신세계에 단연 제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을 충격적 사건은 아버지의 별세였다. 김 여사를 겨냥해 무척이나 적대적 논조를 견지해온 언론사들마저 김 여사의 선친에 대해선 나쁜 얘기를 하지 않고 있다. 더욱이 김 여사의 모친인 최은순 씨가 연루된 아름답지 못한 사업들이 남편의 사후에 본격화된 사실을 참작하면 생전의 김 여사의 부친은 도덕성과 윤리적 가치를 매우 중시했던 양심적인 분으로 짐작이 된다.
그렇다. 김건희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정의로운 남성 어른에 대한 갈망과 결핍에 시달려왔다. 김 여사의 남편인 윤 대통령은 그와 같은 반듯하고 모범적인 남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윤석열은 김건희에게 권력은 챙겨줄 수 있었어도, 권위까지는 선물해줄 수 없었다.
김건희는 자신이 오랜 세월 동경하고 염원해온 도덕과 윤리를 우선시하는 의롭고 근엄한 남성 어른의 면모를 하필이면 강성 진보 경향의 유튜브 방송 채널인 「서울의소리」 백은종 대표로부터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의 잠재의식에서 백은종은 돌아가신 아버지 대체재 역할을 푸근하게 해줬던 셈이다. 나의 이러한 발칙하고 도발적 이론에 백은종이 더 화를 낼지, 아니면 김건희가 더 불쾌해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김건희 여사, 백은종 대표, 필자 3인이 편안하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삼자대면을 할 기회가 나중에 혹여 생긴다면 김 여사와 백 대표 두 사람에게 꼭 확실히 물어봐야겠다.
김 여사가 무의식중에 백은종 대표를 존경하고 있다는 추론이 아니면 김건희는 물론이고 용산 대통령실 참모들마저 「서울의소리」 앞에만 서면 번번이 무장해제를 당하며 본인들의 내밀한 속내를 장시간 시시콜콜히 털어놓는 이유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김건희의 진짜 친구들이 빨리 대거 출현해 김 여사가 진보 유튜브 방송의 운영자로부터 이상적 인격을 지닌 성인 남자를 발견했다는 나의 코페르니쿠스적 가설을 면밀하게 검증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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