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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유승민과 조국을 들었다 놨다 하다 - 두 번째 조기 대선은 팽팽한 3파전으로 진행된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4-04 01: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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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에 관한 이유 있는 재평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서울대 교수 재임 시절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서 유승민 전 의원이 이끌던 바른정당이 붕괴하는 광경에 관한 논평을 남긴 모습. 이즈음의 조국은 자신과 유승민 두 사람 모두가 나중에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정치적으로 죽었다가 살아나는 일이 일어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을 것이다.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입후보한 국민의힘 수도권 출마자들이 지금 이 순간 간절하게 듣고 싶은 격려와 위로의 말일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현재 판세를 종합하면 올해 총선에서 여당은 영남과 강남권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에서 궤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필자는 어제 지인과의 전화 통화해서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는 정치권에 오랫동안 몸담으며 직접 출마도 해본 경험이 있는 인물인 터라 나는 지인의 말을 허투루 흘려들을 수 없었다. 문제는 달라지기는 달라졌는데 집권당 후보들이 바라는 방향과는 궤도를 달리하는 변화였다는 점이다. 유승민 전 의원을 맞이하는 국민의힘 당원들과 지지자들의 태도와 반응이 종전의 회의와 의심에서 기대 반, 환영 반으로 뚜렷이 바뀌었다는 게 지인의 수도권 여당 유세 현장 관찰기였다.

 

유승민이 어떤 사람인가?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다음 제일 먼저 신속하고 야멸차게 찍어낸 당내의 경쟁자이자 도전자였다.

 

유승민 전 의원은 20대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곧바로 시작된 지방선거 국면에서 재기의 활로를 모색했다. 개인적 지명도와 인물 경쟁력 측면에서 막강했던 유승민이 경기도지사직 출마를 선언함으로써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 버금가게 중요한 승부처일 경기지사 선거전에서 즉시 우위를 점하는 것처럼 보였다. 용산 대통령실이 김은혜 전 의원을 사실상 자객공천 형식으로 경선 무대에 전격 등장시키기 전까지는….

 

대부분의 정치 전문가들과 선거 전략가들은 김은혜를 대신해 유승민이 여당 주자로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김동연 현 경기지사와 맞붙었다면 개표 막판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윤 대통령이 대선후보 경선에서 그를 집요하게 괴롭혔던 유승민이 경기지사로 선출돼 여당 비주류의 확고한 구심점이 되느니 차라리 경기도청을 야당에 통째로 내주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는 뜻이다.

 

당시 여당 경기지사 경선에서 유승민은 같은 당 당원들과 접촉하기조차 어려웠다. 심지어 그가 어느 당원협의회 사무실을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지역 당협위원장이 황급히 사무실 문을 걸어 잠그고 휘하의 당직자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뛰쳐나갔다는 황당한 후문까지 인구에 알음알음 회자된 터였다. 유승민이 경선에서 이기는 사태만은 어떻게든 막으려는 용산 대통령실의 견제와 방해책동이 그만큼 체계적이고 극심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윤석열 정권 아래에서 지난 2년간 유승민은 가히 불가촉천민(Untouchable) 지위에 가까울 지경으로 철저한 왕따 신세였다. 과거 유승민과 밀접한 관계에 놓였던 친유 계열 인사들은 친윤 세력의 일원으로 속속 전향했다. 설상가상으로, 유승민과는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인연일 이준석 전 대표마저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함으로써 유승민의 고립과 소외 현상은 가일층 심화됐다. 그에게는 이제 더는 아무런 미래와 전망이 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윤석열 대통령의 기이하고 좌충우돌하는 일련의 행태로 말미암아 여당이 요번 총선에서 이른바 폭망의 위기에 처하기 전까지는….

 

혁명의 시인으로 불렸던 김수영(1921~1968)은 그의 대표작인 「풀」에서 민중을 바람보다 더 빨리 눕고, 바람보다 더 빨리 일어나는 강인한 생명력을 지닌 존재로 예찬했다.

 

만약 시인이 오늘날 생존해 있었다면 그는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기득권 거대 양당의 당원들이야말로 바람은 물론이고 풀보다도 더 빨리 눕고, 더 빨리 일어나는 경이롭고 기상천외한 피조물들이라며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을지 모른다. 친문에서 친명으로 잽싸게 갈아탄 제1야당 권리당원들의 영악한 처세술과 윤석열로부터 유승민으로 일제히 시선을 돌리는 집권여당 책임당원들의 기회주의적 모습은 필자의 이러한 상상과 해석이 일방적 억측만은 아님을 통쾌하면서도 명쾌하게 증명해주고 있다.

 

윤석열이 법대 대신 의대에 진학했다면

 

보수 정당의 지지자와 당원들이 단순히 당대표를 교체하는 수준에서 총선 대패의 후유증을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들은 나경원 전 의원,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원희룡 전 제주지사, 홍준표 대구시장 정도의 인물들을 적당한 구원투수 감으로 상정하고 있었으리라. 이들 전부는 윤석열 대통령의 오만하고 독선적인 국정운영에 과감하고 근본적인 문제 제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용산 대통령실의 심기를 혹여 거스를까 봐 저어된 나머지 물밑에서 들릴 듯 말 듯 구시렁대는 저강도 저항 노선을 선택했다. 이와 같은 저강도 저항을 한 단어로 압축하면 ‘굴종’ 내지 ‘야합’일 테다.

 

그렇지만 여당에게 4월 10일에 닥칠 것이 유력시되는 패배의 강도와 범위는 통상적인 위기관리 매뉴얼을 가동해선 대처와 극복이 불가능하다. 세간에서 예상하는 바대로 야권이 200석 안팎의 원내 절대 다수 의석을 석권하면 윤 대통령이 임기를 과연 제대로 채울지 수 있을지 불투명해지는 탓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된 여파로 2017년 봄에 치러진 첫 번째 조기대선, 즉 벚꽃대선에서 한국의 보수는 박근혜와 확실하게 절연하지 못한 채 어정쩡한 입장을 유지해온 홍준표가 후보로 나섰다가 557만 표 차이라는 미증유의 기록적 완패를 면하지 못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현행 헌법에 규정된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지 못하고 때 이르게 낙마해 올해 가을 유례없는 ’단풍대선‘이 실시될 경우 윤석열 정권의 실패와 과오로부터 절대적으로 자유로운 정치인이 1987년 이래의 두 번째 조기대선에 보수의 간판으로 출사표를 던질 필요성이 있다. 결코 오지 않을 것만 같았던 유승민의 시간이 불현듯 도래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조국혁신당 대표로 요란하게 부활했다. 윤석열 덕택에. 유승민 전 의원은 여권의 가장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조용히 소생했다. 윤석열 덕분에. 이쯤 되면 수많은 국민들이 윤 대통령이 의대가 아닌 법대에 진학한 것을 몹시 아쉬워할 듯하다. 윤석열이 특수부 검사가 아니라,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유수의 심폐소생술 전문의가 되었다면 그의 손으로 살려내지 못할 응급환자가 없을지도 모를 연유에서이다.

 

조국도 부활시켜, 유승민도 소생시켜, 호기심 가득한 성격인 필자가 조심스럽게 예견한 단풍대선이 금년 가을에 실현된다면 이 극적인 사건의 실질적 주관자는 윤석열 대통령일 것이다. 이재명, 조국, 유승민의 단풍대선 3파전이 실제로 성사될지 우리 모두 흥미진진하게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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