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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은 윤석열 대통령의 탈당을 요구해야 - 한동훈에게도 방탄용 정당이 절실히 필요하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3-18 21:3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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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 시대에 숨은 표는 없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한 비굴하고 무기력한 복종이 불러올 국민의힘의 총선 패배가 한 위원장의 가족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집안의 경우처럼 멸문지화로 이끌 것임을 지금이라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미지는 이른바 윤한갈등 사태를 다른 SBS 서울방송 뉴스 화면

“감자 두 알이 2,900원!”


열흘 전쯤 일이다. 동네 마트에서 중간 크기 감자 두 알을 집어 계산대에 올렸더니 영수증에 2천 900원이 찍혔다. 그나마 계산 업무를 담당하는 판매노동자가 인심 좋게 임의로 60원을 할인해준 금액이었다. 잠실 새마을시장에서 물건값이 싸기로 명성이 자자한 가게였음에도 그와 같은 액수가 나왔다.

 

순간 머릿속에서 뚜렷이 집히는 게 있었다. 윤석열 정부와 집권 국민의힘이 목전에 박두한 22대 총선에서 몹시 고전하리라는 전망이었다. 여론조사에는 숨은 표가 있지만, 서민들 허리를 휘게 하는 고물가 즉 인플레 앞에선 ‘샤이 보수’나 ‘샤이 진보’, 또는 ‘침묵하는 다수’는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지금은 고물가에 살인적 고금리까지 설상가상으로 보태진 엄혹한 상황 아닌가.

 

사과값이 금값이란다. 이러다가는 사과 상자에 현금 뭉치가 아니라 보통의 사과를 넣어 선물로 보내도 대가성 뇌물 공여 혐의로 법으로 처벌받을지 모르겠다.

 

사과야 당분간 먹지 않아도 될 테다, 반면, 감자는 쌀이나 밀가루 같은 기초 식량과 다름없는 필수 먹거리이다. 프랑스 대혁명과 러시아 혁명 모두 식품 가격 폭등이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상기하면 정부 여당은 이 악물고 물가를 잡는 데 더하여 국민 앞에 최대한 겸손하게 납작 엎드려야 마땅할 게다.

 

현실은 정반대이다. 감자 두 알을 2,900원을 주고 산 지 며칠 후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윤석열 정부의 신임 호주 대사로 임명돼 서둘러 출국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물가고로 활활 타오르는 민심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격이었다.

 

전 세계가 단일시장으로 묶인 오늘날, 물가 안정은 어느 한 국가 차원의 노력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간단한 목표가 아니다. 지구촌 곳곳에 가뭄과 폭우를 몰고 오는 기후변화 현상도, 동유럽 평원의 곡창지대를 황폐하게 만들고 있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도 윤석열 정부의 책임은 아닐 터이다. 탄핵을 입에 달고 사는 이재명 대표 체제의 더불어민주당과 복수를 벼르는 조국 대표의 조국혁신당이 작금의 고물가 사태를 오롯이 윤석열 정부 탓으로만 돌리지 못하는 까닭이다.

 

이와 달리 국민을 대하는 태도는 본인들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도리어 오만과 무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장관은 채 모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해병대 수사단에 부당하고 불법적인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다. 윤 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출국금지 조치를 내린 그를 우리나라에서 물리적으로 가장 먼 나라들 가운데 하나인 남반구의 호주로 황급히 출국시켰다.

 

“우린 남의 시선 따위는 신경 쓰지 않아”라면서 걸핏하면 허세를 부리던 왕년의 엑스 세대들이 윤석열 정권의 주축을 이루지는 않았을 텐데 왜 이토록 민심에 무지하고 여론에 둔감하지 모르겠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생활물가와 집권세력의 눈치 없고 방약무인한 자세는 여당의 총선 참패를 착실하게 기정사실화하는 중인데….

 

김종인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독일어에서 유래한 표현인 ‘별의 순간’을 정치권을 중심으로 널리 회자시켰다. 인생에서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절호의 기회가 왔음을 강조하려는 목적에서였다. 별의 순간은 아무에게나 다가오지 않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사회적 성공을 거둔 유명 인사들에게만 주로 찾아온다.

 

국민의힘은 이대로면 망한다. 망해도 오지게 망한다. 국민의힘이 망하면 제일 먼저 화를 입을 사람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과 영부인 김건희 여사이다. 그러나 두 사람은 망할 때는 망할지언정 인생 최고의 순간을 만끽해봤다. 국민의힘이 총선 참패의 여파로 장차 정권마저 잃으면 윤 대통령과 김 여사 못잖게 봉변을 겪을 주인공은 당연히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다. 그는 대통령 노릇 한번 해보지 못한 채 횡액을 당하는 셈이다.

 

‘별의 순간’을 놓치면 ‘벌의 순간’과 마주해야

 

한동훈에게는 이미 두 차례의 별의 순간이 있었다.

 

첫 번째 별의 순간은 윤석열 정권과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대업을 도모할 수 있는 기회였다. 그는 무슨 생각에서인지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직을 날름 받음으로써 첫 번째 별의 순간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두 번째 별의 순간은 이른바 김경율 파동 때였다. 김경율 국민의힘 비대위원이 윤석열 정권의 뇌관인 김건희 여사 문제의 해결에 과감히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을 때 한동훈은 윤석열과의 일전을 불사하고서 김 위원 편에 서야 했다. 그는 이 천금 같은 두 번째 호기를 흩날리는 눈발을 맞으며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90도로 허리 숙여 인사함으로써 허망하게 무산시켜버렸다.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 별의 순간이 도래했다. 세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의 ‘밤의 선대위원장’이라는 조롱 섞인 야유가 파다하게 퍼져 있다. 중요한 고비마다 국민의힘의 발목을 사사건건 잡는 악재의 9할을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그들에게 맹종하는 대통령실 참모들이 제공해온 연유에서이다. 윤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객관적 인식이 부족해 보인다. 그는 스스로를 정부여당의 부채가 아닌 자산으로 여전히 믿는 기색이다. 윤석열이 신봉해온 자유의 고갱이는 아마 착각의 자유였던 모양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을 방탄 정당으로 전락시키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실상은 방탄용 정당이 절실히 필요한 정치인은 이재명뿐만이 아니다. 야권이 외치는 복수의 대상에는 한동훈과 그 가족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동훈은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어떻게든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국민의힘이 올해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죽을 쑤면 한동훈 위원장과 그의 아내인 진은정 변호사는 이재명 대표와 김혜경 여사, 조국 대표와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갔던 고난과 오욕의 길을 커플로 고스란히 밟을 위험성이 매우 높다.

 

그렇다면 한동훈은 어찌해야 세 번째 별의 순간을 꽉 부여잡을 수 있을까? 윤석열 대통령으로 하여금 지금 당장 총선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만 한다.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강력히 촉구하든, 혹은 용산 대통령실에 대한 최후의 저항의 표시로 일체의 선거운동을 즉각 중단하고 자택에서 무기한 칩거에 돌입하든 한동훈의 요구사항을 관철시킬 수단과 방법은 여럿이다.

 

국민의힘이 총선에서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더 기고만장해지고, 김건희 여사가 국정운영의 전면에 등장하리라는 대중, 특히 중도층 유권자들의 우려와 공포심이 국민의힘을 죽음의 계곡으로 거세게 몰아넣고 있다.

 

이러한 우려와 공포심을 일거에 확실하게 해소하려면 가히 극약처방이 필요하다. 극약처방은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로부터 완전히 손을 떼는 것 이외에는 없다. 국민의힘을 윤석열 없는 당으로 신속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한동훈과 그 가족은 이재명 가족과 조국 일가가 겪었던 수모와 굴욕을 몇 배의 강도로 감수해야 하리라. 소중했던 별의 순간을 허투루 유야무야시킨 자를 싸늘한 표정을 지으며 기다리는 것은 다름 아닌 ‘벌(罰)의 시간’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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