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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신당 내분 사태를 총화한다 - 이준석의 차기 대선 행보에 빨간 불 켜져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2-20 01: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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쏟아진 물에는 우열이 없다


이준석의 이낙연의 난(?)에 대한 강경진압은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가 영리하고 재능 있는 선거기술자로부터 통 크고 인덕 높은 정치지도자로 도약하는 데 두고두고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미지는 개혁신당 내분 사태를 보도한 JTBC 뉴스 화면

물에는 가치의 등급이 있다. 알프스 산맥의 빙하가 녹아내린 물로 만들었다는 프랑스산 고급 생수 브랜드 에비앙과 녹슨 주전자 안에 며칠 동안 방치돼 쉰내가 진동하는 거무뎅뎅한 보리차가 동급으로 취급될 수는 없다. 그러나 바닥에 엎지른 물은 다 똑같은 엎지른 물일 뿐이다.


엎지른 물.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의 거취와 선거운동의 최종지휘권을 행사할 주체를 둘러싸고 지난 수일간 개혁신당에서 벌어진 극심한 내홍은 필자처럼 기득권 거대 양당 체제의 극복과 청산을 주도ㆍ견인할 제3지대 정당의 등장과 약진이 시급하고 필수적이라고 확신하는 사람에게조차 누가 더 열심히 물을 쏟는지를 다투는 지극히 자해적이고 소모적인 경쟁으로 비쳤을 뿐이다.


많은 이들의 심각한 우려와 간절한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판은 깨졌고, 이제 극적인 뜻밖의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에는 제3지대로 분류되는 제정치세력들은 제각기 정당을 창당해 각개약진을 도모할 게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무척이나 답답하고 안타까운 노릇이다.

 

제22대 총선 투표일이 50일이 채 남지 않았다. 선거국면에서의 하루는 평상시의 열흘 이상의 의미와 중요성을 띠기 마련이다. 따라서 섣부른 판세 예측은 당연히 금물일 터이다.

 

허나 이준석 진영과 이낙연 세력이 정면충돌해 제3지대가 통합되고 결속된 단일대오, 즉 이른바 빅텐트 형태로 선거전에 임하기가 불가능해진 일은 가깝게는 다가오는 4월 10일의 국회의원 선거의 승패에, 멀게는 차기 대선의 판도에 적잖은 영향과 파장을 미칠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기존 양대 정당이 미래권력으로 각각 출마시킬 후보자들에게 위협적 존재로 떠오를 인물이 제3지대에서 출현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워졌다.

 

이와 같은 사태 전개는 이준석 개혁신당 공동대표에게 단연 심각한 타격을 안기고 있다. 왜냐? 작금의 대한민국은 특정 정치세력이 단독으로 집권하기가 힘든 국가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의 경제 규모가 커지고 국민의 평균적 교육수준이 높아지면서 사회가 복잡해지고 다양해진 연유에서이다. 그러므로 유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하려면 이질적 정치세력 사이의 연대를 끌어내고 연합을 성사시키는 조율과 협상 능력을 필수적으로 터득ㆍ구비해야 한다.

 

이준석 대표는 단기적인 전술적 승리를 거뒀다. 그는 배복주 공천을 차단하는 데서도, 당내에서 우월적 지위를 확립하는 일에서도 두루 성공했다. 이준석이 내부적인 주도권 쟁탈전에서 얼마나 민첩하고 발군인지 다시금 확연히 증명되었다고 하겠다.

 

그 대가로 이준석은 장기적인 전략적 패배를 자초하고 말았다. 이질적인 정치세력들 간의 결합과 공조체제를 창출ㆍ유지하는 중대하고 사활적인 과제에서의 이준석 대표의 한계와 취약함이 너무나 뚜렷이 노출된 탓이다.

 

도량이 역량을 이긴다

 

역량과 도량의 부조화. 앞으로 이준석의 발목을 두고두고 붙잡을지도 모를 치명적 불일치이자 불균형이다.

 

이준석과 그의 열성 지지자들에게는 이낙연과 그를 따르는 인사들이 몹시나 고약하고 징그럽게 여겨졌으리라. 그런데 객관적 견지에서 평가하자면 이낙연 그룹은 현재 우리나라 제도정치권을 구성하는 여러 분파와 집단들 가운데 숫자에서나, 전투력에서나, 인적ㆍ물적 기반에서나 마이너리그에 속한다. 메이저리그급으로 인식되지는 않는다.

 

이준석은 시쳇말로 대인배다운 도량을 발휘해 평화적으로 포용해야 마땅할 힘없는 군소 정파를 있는 자원, 없는 자원 전부 총동원해 무력으로 분쇄ㆍ격파한 모양새가 돼버렸다. 이낙연 세력과도 연대하고 연합하지 못하는 이준석 진영과 장차 어느 세력이 협력하고 제휴하려 들겠는가? 거추장스럽게 방해만 되는 이낙연과 김종민 일파를 조기에 축출했다고 환호하고 있을 일부 이준석 지지자들에게 답답함을 넘어 연민마저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들의 바람대로 이준석이 오롯이 자기만의 능력과 세력에 힘입어 다음번 대통령 선거에서 단독으로 집권해 필자의 판단과 분석이 그릇됐음이 입증되길 나는 진심으로 소망하는 바이다.

 

나 혼자만의 역량에 의지하면 잠시 성공할 수 있다. 초한지의 항우와 우리나라 후삼국 시대의 궁예가 대표적 경우다. 대신에 본인 혼자만의 역량으로 잠시 성공하는 과정에서 쉼 없이 적을 양산하게 된다. 오늘 한 명의 적을 물리쳤더니, 내일 두 명의 적이 돌연히 나타나는 식의 괴로움의 연속이다.

 

반면, 중립적 세력은 물론이고 심지어 나와 사사건건 경쟁해온 적대적 집단마저 도량을 키워 설득과 인내로써 내 편으로 계속 포섭하고 전향시키면 오랫동안 만끽할 안정과 번영의 토대를 튼튼히 구축할 수가 있다.

 

한나라를 탄생시킨 유방과 고려를 창건한 왕건은 동지를 만들고 늘리는 목적에 소용되는 일이라면 언제든지 간이고 쓸개고 빼줄 준비가 돼 있었다. 전쟁과 기아가 판치는 난세에 민중은 역량은 출중하지만 인정머리는 없어 보이는 인상의 리더보다는, 능력 측면에서 조금은 부족하게 생각되어도 덕망 있고 도량이 커 보이는 지도자를 막판에는 항시 선택했기 마련이었다.

 

이준석 대표의 선거운동 전문가로서의 수완은, 헤게모니 투쟁 최강자로서의 재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고도 남았다. 그는 기술자로서는 가히 입신의 경지에 오른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마음이 헛헛하다. 윤석열에게 이기고, 이재명에게도 이기고, 한동훈에게는 더 통쾌하게 승리하는 이준석으로 성장ㆍ웅비하는 방법은 이낙연에게 통 크게 져주고, 류호정에게 일부러 져주고, 배복주에게는 마지못해 져주는 갑자기 후덕해지고 인심 좋아진 이준석에게 있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결국은 가기를 거부한 작은 양보가 쌓여 나중에 크게 얻는 길에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은 과연 과감히 나설 수 있을지 적잖은 사람들이 마지막 희망과 기대감을 부여잡으며 지금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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