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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남은 왜 이준석을 선택했을까 - 윤석열 정권과 가까이하면 정치적 미래가 없어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4-01-16 12: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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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이제야 셀럽에서 리더로


김용남 전 의원이 국민의힘을 탈당해 (가칭) 개혁신당에 합류하며 별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이미지는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에 출연해 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김용남 개혁신당 전략기획위원장의 모습

이준석 (가칭)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의 기세가 무섭다. 윤석열 대통령의 서울법대 후배로 부장 검사를 지냈던 김용남 전 의원이 개혁신당에 전격적으로 결합한 일은 이준석 위원장이 활용ㆍ동원할 수 있는 인재풀이 향후에 더욱더 폭넓고 다양해질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이 위원장의 김 전 의원 영입은 세 가지 시사점을 제공한다.

 

첫째로 이준석이 유명인 즉 셀럽에서 지도자, 곧 리더로 변신하고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전문가는 나의 능력을 뽐내는 인간이다. 리더는 남들로부터 능력을 뽑아내는 사람이다. 성공하는 리더로 성장하려면 과거에 자기와 불편하고 적대적인 관계에 놓였던 타인의 재능과 역량까지도 나의 자산으로 만들어야만 한다. 김용남은 두뇌회전 속도가 대단히 빠르기로 소문이 자자한 인물이다. 김용남의 개혁신당 합류는 이준석이 남들의 머리를 빌릴 수 있는 내공을 이제야 비로소 터득했음을 뜻한다.

 

둘째로 이준석이 올해 22대 총선의 승부수를 세칭 여의도 사투리에 능숙한 호사가들의 예견과는 달리 영남권, 특히 대구경북(TK) 지역이 아닌 수도권에서 띄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춘향이의 한은 변학도를 벌줄 때가 아니라 이몽룡과 해후할 때 풀린다”는 통찰력 넘치는 명언을 생전에 남긴 바 있다. 이준석이 TK를 휩쓸고 다니는 건 용산 대통령실의 지시에 맹종해 그를 국민의힘 당대표직에서 축출하는 정치공작에 가담했던 영남권 현역 의원들을 골탕 먹이는 행동일 수 있다.

 

반면, 수도권에서 당의 지지기반을 확장ㆍ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선택은 기득권 거대 양당 체제의 청산과 혁파에 훨씬 더 효과적 전략일 수가 있다. 지난 지방선거 당시 수원시장에 출마했던 경력이 있는 김용남 전 의원은 개혁신당 동참을 선언하며 서울 강남권에서 출사표를 던지겠다는 당찬 포부를 피력했다. 이준석의 개혁신당이 그 무게중심을 수도권에 둘 것임을 함의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셋째로 이준석이 여태껏 그의 취약지대로 꼽혀온 4050 세대의 지지를 받으려는 본격적 행보에 나설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김용남 의원은 1970년생이다. 1970년생은 86 세대의 종착점이 동시에 X세대가 시작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4050 세대는 지금의 한국사회를 실제적으로 구동하는 연령집단이다. 이준석 위원장이 창당을 주도하고 있는 개혁신당의 핵심 지지층은 현재는 2030 청년세대에 주로 분포해 있다. 이들은 정치권과 기업 같은 영역들에서 실질적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이다. 이준석은 내년 봄이면 만으로 40세에 도달한다.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법률적 자격을 공식적으로 획득하게 된다.

 

총선이 일정 정도 개인전의 양상을 띤다면 대선은 완벽한 단체전으로 치러지는 종목이다. 유권자들은 대선후보에 더하여 그 주변에 어떠한 인력들이 포진해 있는지도 세심하게 관찰하기 마련이다. 그러므로 이준석이 충분한 수권능력을 확보했음을 증명하려면 4050 세대로부터 경륜 있는 전문가들을 꾸준히 충원해야 한다. 김용남 영입은 이준석이 지금부터는 정권 창출의 도우미나 조력자에 머물지 않고 본인이 직접 집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음을 내비치는 포석이다.

 

하나회 숙정의 일등공신 권영해

 

김용남 전 의원의 검찰에서의 이력은 무려 아홉 차례나 응시한 끝에 사법시험에 어렵게 합격한 윤석열 대통령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심지어 소년급제의 대명사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나 현 정권의 2인자로 통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견줘도 전연 손색이 없다.

 

그런 김용남이 15살 연하인 이준석이 이끄는 개혁신당의 총선 승리에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맹세했다. 이러한 결심에는 국민의힘이 김용남이 공들여 관리해온 지역구에 방문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사실상의 전략공천으로 내리꽂은 상황에서 비롯된 억울함과 서운함도 당연히 적잖이 작용했을 테다.

 

그렇지만 근본적 이유를 찾자면 국가운영의 보조자 구실에 머물러야 마땅할 검사들 스스로가 정권을 차지한 사태에 대한 민심의 분노와 반감을 김용남은 일찌감치 본능적으로 체감했으리란 점이다. 검사 생활은커녕 사법시험 한번 치러본 경험이 없을 이준석이 화려한 검찰 경력을 자랑하는 김용남에게는 오히려 오랫동안 정치를 할 수 있는 안전지대로 기능해주는 셈이다.

 

이준석이 장차 대선에 출마할지는, 대선에 출사표를 던진 이준석이 치열한 선거전에서 승리해 대통령에 취임할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이다.

 

필자가 확신하는 부분은 김영삼 대통령이 전두환의 하나회 군벌을 척결하는 과정에서 하나회 회원이 아니었던 예비역 육군 소장 출신의 권영해 국방부 장관이 맹활약했듯이, 문재인 정부가 소위 적폐청산을 강행하며 개혁은커녕 도리어 더더욱 힘을 키워준 검찰을 문민통제 아래 두는 작업에서 윤석열 사단 소속이 아니었던 전직 부장검사 김용남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준석은 권력을 잡자마자 검찰조직을 전방위적으로 이용해 정적 제거에 몰두했던 문재인 정권 사람들이나, 윤석열 정권 인사들과는 다르게 검찰에 빚진 게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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