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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당역 살인' 1년에도 여전한 스토킹 공포…올해만 7천건 -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1만2천건 중 위반율 8%…실효성 의문 - 1심 실형 11%·공소 기각 22%…솜방망이 형량 지적도

김전태 기자

  • 기사등록 2023-09-12 09: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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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 여성 역무원이 직장 내 스토킹을 겪다 살해당한 '신당역 사건'이 큰 충격을 던졌지만 지금도 스토킹 범죄의 위험은 여전하다.


지난 해 23일 오전 서울 중구 신당역 10번출구 앞에서 열린 여성 역무원 피살사건에 대한 제도적·인식적 개선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참가자들 뒤로 추모의 메시지와 꽃다발이 놓여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경찰에 입건된 스토킹 범죄가 벌써 7천건을 넘어선 가운데 형사 입건돼 처분받더라도 접근금지 등의 조처가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형량이 국민 정서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준이란 지적도 꾸준히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이 12일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경찰에 검거된 스토킹 피의자는 7천545명이다.


이들 중 4천942명(65.5%)이 검찰에 송치됐고 나머지는 불송치(33.0%) 또는 수사중지(1.5%) 처분을 받았다.


재작년 10월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이후로 보면 약 2년간 1만8천362명이 검거돼 이 가운데 65.1%(1만1천950명)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 혐의가 인정돼 검찰에 넘겨졌다.


문제는 스토킹 범죄 특성상 추가 범죄를 막으려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히 분리해야 하는데 현장에서는 '긴급응급조치'와 '잠정조치' 등 피해자 보호가 잘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긴급응급조치란 주거지 100m 내 접근금지와 전기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를 경찰이 직권으로 명령할 수 있는 조치다. 잠정조치는 법원이 경찰의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내려지는 더 강력한 조치로 1∼3호(서면 경고, 100m 이내 접근금지, 전기통신 이용 접근금지)에 더해 유치장 또는 구치소 구금(4호)까지 가능하다.


경찰청에 따르면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재작년 10월부터 올해 7월까지 결정된 긴급응급조치 위반율은 11.0%(긴급응급조치 사후승인 6천30건, 위반 662건)였다. 같은 기간 잠정조치 1만2천8건 중 위반율은 8.0%(955건)에 달한다.


올해 1∼7월 긴급응급조치·잠정조치 위반 건수만 각각 189건, 364건이다.


올해 7월 인천시 남동구 아파트 복도에서 옛 연인을 살해한 30대 남성도 앞선 데이트 폭력과 스토킹 범죄로 법원의 잠정조치 명령을 받고도 범행했다.


신당역 사건을 계기로 피해자 보호 제도의 허점이 드러나자 정부는 올해 6월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해 가해자에게 판결 이전에도 위치 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부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이는 공포 6개월 후인 내년 1월에나 시행된다.


개정안이 시행되더라도 모든 스토킹 가해자에게 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내리기는 어려워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현미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하려면 가해자에 대해 단호한 공적 조치를 통해 초기에 반복적 접근을 차단하고 심리적으로 억압할 필요가 있다"며 "(경고받고도 스토킹하거나 스토킹 범죄가 2회 이상 행해진 경우) 일주일 정도 유치로 물리적 접근뿐 아니라 휴대전화·컴퓨터 등을 통한 어떠한 접근도 차단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언했다.


스토킹처벌법 위반 판결 상당수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쳐 처벌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 교수가 이 법이 시행된 2021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선고된 법 위반 1심 판결 636건을 분석한 결과 실형 선고는 11.2%(71건)에 그쳤다.


인신을 구속하지 않는 벌금형(32.5%)과 징역형 집행유예(32.1%)가 가장 많았다. 벌금형도 300만원 이하가 71.5%, 500만원 이하로 넓히면 91.8%였다.


정 교수는 "스토킹처벌법 제정으로 일반적으로 스토킹이 매우 엄격히 처벌된다고 생각하겠지만 통계상 실형은 전체의 11%에 불과하고 실형도 대체로 8개월 이하의 단기 징역형이어서 양형은 비교적 낮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공소 기각도 21.9%(139건)에 달해 5건 중 1건이 형사처벌되지 않아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정 교수는 지적했다.


결별 뒤 '찾아오지 말라'는 경고를 듣고도 옛 연인을 두 차례 찾아가 "나를 이용해놓고 버렸냐"며 소리치거나 현관문을 두드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은 올해 5월 서울북부지법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차 접근 행위만으로는 스토킹 범죄가 구성되지 않고 설사 스토킹이라고 해도 단 2회에 그쳐 반복적 행위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스토킹은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초기 수사기관의 적절한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토킹과 관련해 최초 피해를 신고한 시점이 강력 범죄 발생을 막는 '최적기'라는 의견도 나온다. 스토킹이 선행된 살인은 전조 증상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전주환 역시 스토킹하던 피해자를 살해하기 전 주거 침입을 한 점으로 비춰볼 때 강력 범죄로 이행하는 과정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경찰대에서 발간하는 범죄수사학연구 최근호에 실린 '친밀한 파트너 살인에서 스토킹 행위 유무에 따른 범죄 행동 특성 비교'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연구팀은 2019∼2022년 연인이나 배우자 등 한때 친밀했던 관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1심 판결문 67건을 스토킹이 선행된 경우 31건과 그렇지 않은 경우 36건으로 나눠 분석했다.


그 결과 스토킹이 선행된 살인 범죄는 피해자가 살해당하기 전 가해자를 주거침입, 폭행, 감금, 성폭행 등 별건의 행위로 경찰에 신고한 비율이 66.7%로 스토킹이 없을 때(16.7%)의 4배였다.


연구팀은 "스토킹 피해자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 가해자에게 받는 다양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수사기관에 알리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피해자의 신고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게 강력 사건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친밀한 파트너 관계에서 발생한 최초 피해를 신고하는 시점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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