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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 친정은 양평의 땅을 팔아야 - 윤석열 대통령이 반인반수의 켄타우로스가 된 날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7-04 19:0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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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오이밭에서 오이소박이 잔치를 벌이면


대통령 영부인 김건희 여사가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진태 현 강원도지사(오른쪽)와 나란히 「2023 강릉 세계 합창대회」 개막식 현장에 입장하고 있다. 권력자의 전유물인 현지지도가 마치 영부인의 몫이 된 듯한 분위기이다. (사진 출처 : 대통령실 공식 누리집)

“내가 남자고, 우리 남편이 여자야!”

 

김건희 여사가 유튜브 방송 채널 「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와 나눴던 장장 7시간의 휴대전화 음성통화 가운데 나는 이 구절이 유독 의미심장하게 다가왔다. 김 여사가 자신과 윤석열 대통령의 서열구조와 역학관계를 너무나 적확히 묘사한 연유에서였다.

 

김 여사는 전통적 성 역할의 구분에 기대어 당시에는 검찰총장과 코바나 컨텐츠의 대표이사였고, 현재는 대통령과 영부인인 두 사람 사이에서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누가 발광체이고 누가 반사체인지, 누가 중심부이고 누가 주변부인지, 누가 결심하면 누가 행동에 나서는지를 명확히 정리해놓았다. 많은 국민들은 김 여사의 이러한 발언을 돋보이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허장성세 가득한 얘기일 것으로 믿었다. 또는 믿고 싶어 했다.

 

현 정권 출범 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은 김 여사의 주장이 허풍도, 과장도 아님을 증명하는 방향으로 줄곧 흘러왔다. 무엇보다도 현대 한국정치의 해묵은 병폐이자 고질병인 각종 권력형 비리 의혹이 윤 대통령의 처가 즉 영부인의 친정 쪽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줄기차게 터져 나오는 탓이다.

 

김건희 여사는 그가 대통령실, 곧 종전 청와대의 안주인으로 자리 잡기 이전부터 대중에게 흥미롭고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왔다. 미담도 많았으나 주류는 괴담이었고, 괴담들 중에는 김 여사의 인간적 존엄성을 무참히 짓밟는 근거 박약한 내용도 여럿이었다.

 

나는 김 여사를 겨냥해 공공연한 살기마저 풍기는 괴담과 악담을 쏟아내는 인사들에게 그들의 아내와 딸, 혹은 여자 형제를 향해 그와 비슷한 험담과 중상이 난무하면 어떤 기분이 들지 역지사지를 해보라고 권유하는 바이다.

 

민심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을 꾸준히 확보하려면 불가결하게 갖춰야만 할 그와 같은 역지사지의 정신과 자세가 미비하고 불충분했던 까닭에 더불어민주당이 집권 5년 만에 정권을 잃는 치욕적 기록의 주인공이 됐음을 그들이 더 늦기 전에 깨달았으면 좋겠다. 노회찬 전 의원이 생전에 즐겨 구사했던 유명한 표현을 빌리자면 불과 5년 만에 야당으로 내려앉아 행복하십니까?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

 

그럼에도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노선 변경을 둘러싼 시비는 김건희 여사와 그의 친정에 대한 또 다른 부당한 공격과 음해로 치부하기만은 곤란한 양상을 점점 더 띠어가고 있다. 나는 문제의 고속도로의 종점이 원래의 양평군 양서면에서 김 여사 친정이 적잖은 면적의 토지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양평군 강상면으로 변경됐다고 하기에 종점 근처 노선만 살짝 바꾼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거의 노선 전체를 다시 그린 수준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위시한 정부여당 측 인사들의 틀에 박힌 해명대로 서울과 양평을 연결하는 새로운 고속도로의 경로가 김건희 여사와는 무관하게 수정됐을 개연성도 당연히 존재한다.

 

관건은 그 결과와 영향에 있다. 해당 고속도로의 종점이 강상면에 들어서는 것으로 최종 확정되면 김건희 여사 친정 집안은 개발 호재에 따른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둘 수가 있다. 도로망이 신설ㆍ확충될 경우 땅값이 폭등하는 현상은 대한민국 부동산시장에서는 일종의 기정사실이다. 속담에 이르길 오이밭에서는 신발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거늘, 비유하자면 김건희 여사 친정 식구들은 하필이면 오이밭 근처에서 오이소박이를 제각기 맛있게 먹고 있는 모양새인지라 세간의 짙은 의구심을 유발하고 말았다.


윤석열은 김건희의 켄타우로스인가

 

필자는 이번 서울-양평 고속도로 논란에서 단순한 권력형 비리 의혹 이상의 사태를 목격하고 있다. 그것은 김건희 여사가 본격적으로 권력의 위세를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야당과 언론은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종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는 기왕의 지배적 시각과는 관점을 달리해 기점에 주목하고 있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의 실질적 기점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이다. 공교롭게도 하남시 감일동은 김건희 여사의 고향과 마찬가지 동네인 서울시 강동구 명일동과는 그리 먼 곳이 아니다. 영부인의 친정집은 양평에서 명일동으로 이사를 왔다가, 양평으로 돌아갔다. 김 여사는 친정이 명일동에 소재했던 시기에 유년기와 소년기와 청년기를 모두 보냈다. 핵심은 명일동과 양평을 오가는 관문 역할을 감일동이 맡게 되리라는 데 있다. 김건희 여사가 한동안 잊고 지냈을 명일동 시절의 추억을 영부인에게 소환시켜주는 매개체 구실을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톡톡히 하게 되는 셈이다.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 스스로 공언했던 조용한 내조 약속을 완전히 뒤집고 적극적 대외활동으로 방향을 완전히 선회했다. 김 여사의 정권 내에서의 위상과 존재감이 상승ㆍ강화되는 데 발맞춰 김 여사의 친정에서 관리한다는 추측이 무성했던 극우 유튜버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극우 유튜버의 신속한 약진을 계기로 지금의 집권세력은 보수화와 우경화에 양면으로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윤석열 정권은 이명박 정권은 조심스럽게 시작했고, 박근혜 정권은 주저주저하며 착수했던 시대착오적 ‘공안몰이’에 노골적으로 열을 올리는 상태다.

 

한때 김건희 여사를 한나라 유방과 중원의 패권을 놓고서 자웅을 겨뤘던 초나라 항우의 정인인 우미인 우희에 견주어 ‘패왕건희’로 부른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풍자였다. 윤석열 정권이 초패왕 항우처럼 만사를 힘으로만 우격다짐으로 무지막지하게 밀어붙이려 드는 것은 맞다. 한데 김건희 여사의 행동방식과 활동반경은 차라리 항우에 가깝다. 이를테면 김건희 여사가 직접 실토하지 않았는가? 김 여사가 남자고, 윤 대통령이 여자라고.

 

따라서 김건희 여사는 여자 항우가 되고, 윤석열 대통령은 남자 우미인이 되는 게 오히려 실제에 부합할지 모른다. 남자 우미인 윤석열이 원본 우미인과 차별화되는 부분이 있다면 항우의 애마로서 말의 주인과 전쟁터를 함께 누빈 오추마 노릇까지 겸한다는 것이리라. 상반신은 인간이고 하반신은 말인 고대 그리스 신화 속의 반인반수의 괴물 켄타우로수가 21세기 한반도 남쪽에 출현한 셈이라고나 할까.

 

순전히 우연의 일치겠으나, 김건희 여사도 항우도 강동(江東) 출신이다. 진나라를 멸망시킨 항우는 책사 범증의 만류를 무시하고 고향인 강동으로 돌아가는 결정적 패착을 저질렀다. 범증이 천하를 계속 장악하라면 중원의 요지인 관중에 머물러야 한다고 진언하자 초패왕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비단옷을 입고서 밤길을 걷는 것”과 매한가지로 티 안 나는 일이라고 반박하며 참모의 지혜로운 조언을 묵살했다. 본인이 출세하고 성공한 모습을 고향 사람들 앞에서 자랑해야겠다는 소박하면서도 본능적인 속물적 성정의 발로였다.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서 입지전을 이룩한 인물들은 자기를 과거에 핍박하고 괄시했던 고향에서 인정받고픈 충동이 강력히 작동하기 마련이다. 심지어 노무현 전 대통령조차 그에게 거듭되는 좌절과 실패를 안긴 영남에서 인정받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을 깨고 열린우리당을 창당했다는 호된 비판에 직면했었다.


서울 동남부 지역과 양평을 잇는 새 고속도로의 착공식은 출발점인 감일동에서 성대하게 개최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다. 착공식이 끝난 다음 김건희 여사는 명일동에 들러 오랫동안 고대해온 금의환향의 꿈을 드디어 실현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숱한 의혹과 구설로 얼룩진 금의환향은 크게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김건희 여사는 이제라도 결자해지의 심정으로 친정 식구들을 설득해 공사가 정식으로 진행되기 전에 양평의 땅을 팔도록 해야 한다. 햇빛 쨍쨍한 대낮이 아닌 민중의 마음속에서 입는 비단옷이야말로 진정으로 영원히 퇴색되지 않을 값진 비단옷을 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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