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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170석, 윤석열의 망상이다 - 국민의힘, 선박은 많은데 연료가 없다

공희준 메시지 크리에이터

  • 기사등록 2023-06-28 20: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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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꾼은 있어도 일꾼은 없다


민심의 반대말이 윤심(尹心)이 된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0석을 또 가져갈 것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지금의 정확한 정세이다. 이미지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용산 대통령실의 당대표 경선 개입 논란을 보도한 YTN 뉴스 화면

윤석열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170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은 윤 대통령의 발언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공공연한 선거 개입 행위라며 즉각 비판ㆍ반발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해당 발언을 사석에서 했다고 한다. 대통령도 인간이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서 무슨 얘기인들 입에 올리지 못하겠는가? 한데 대통령의 그와 같은 발언 내용은 도청이나 폭로 등의 방법을 통해 외부로 흘러나오지 않았다. 측근을 자처하는 정치인들에 의해 알음알음 퍼져 나가다 마침내 언론에 보도됐다.

 

‘윤핵관’으로 흔히 불리는 집권당 안의 친윤 인사들은 윤 대통령이 손가락으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우기면 똑같이 덩달아 말이라 우길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들이 주군의 뜻을 거스르면서까지 문제의 발언을 밖으로 유출했을 리는 만무하다. 윤석열은 현재의 여당인 국민의힘이 내년 4월에 실시될 예정인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170석의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확보하는 일이 여권 전체의 확고한 목표로 공유되길 바란 듯싶다.

 

그의 이러한 야무진 꿈에 대한 시중 민심의 반응은 지극히 냉소적이다. 국민의힘 170석이 현실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윤 대통령 혼자만의 일방적 희망사항으로 여겨지는 탓이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의 바람대로 차기 총선에서 압승하려면 윤 대통령 본인부터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 인식이 필요하다. 냉정하고 객관적인 현실 인식이 선행되어야 승리에 요구되는 합리적 선거전략과 유연한 득표전술을 수립ㆍ입안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는 윤 대통령에게 냉정하고 객관적 현실을 보고하고 일깨워줄 강단 있는 소신파 인물들이 용산 대통령실의 주도 아래 씨가 마른 지 오래다.

 

윤 대통령에게 여권이 직면한 위태로운 입지와 관계된 불편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얼마나 모질고 잔인한 보복과 응징이 뒤따르는지는 이준석 전 대표 숙청 사태에서 이미 생생히 증명된 터이다. 윤석열이 제시한 거창한 목표를 대통령 면전에서 그 실현 가능성과 상관없이 요란하게 찬양하는 인간들은 차고 넘쳐도, 제시된 목표를 이루고자 음지에서 실제로 묵묵히 일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곳이 작금의 국민의힘이다.

 

물론 대통령이 지금의 정치지형에 완전히 무지몽매한 바보는 아니다. 윤석열 또한 내년 총선의 승부처가 가장 많은 유권자들이 거주하고 있는 수도권 지역임을 잘 알고 있다. 허민 문화일보 선임기자는 윤석열 정권 수뇌부가 구상하는 회심의 필승 방정식을 자신이 쓴 칼럼에서 소개했다. 김형준 배재대 겸임교수의 시각을 빌려 공개된 윤석열 정권의 수도권 필승 공식을 잠시 인용해보련다.

 

[김형준 배재대 석좌교수도 “여당이 중도 안철수, 보수 나경원, 개혁 원희룡, 미래 한동훈, 여성 윤희숙의 상징성으로 총선 전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일색’으로 좋아 빠르게 가려나

 

나경원 의원 부분은 일단 거르겠다. 안철수 의원이 중도표를 아직도 대거 끌어올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의 정치시계는 10년 전에 멈춰 서 있다고 봐야 옳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개혁파로 분류된다면 소가 웃을 노릇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미래세대를 대표한다고 인식하는 이들은 주로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젊은 세대가 접속하는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동훈에 관한 청년들의 전반적 인물평을 들어보시라.

 

윤희숙 전 의원으로 여성표를 공략하겠다고? 오히려 박지현 전 더불어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여성 유권자를 향한 호소력은 윤희숙의 서너 배는 될 게다. 정작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없는데 윤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권의 수뇌부만이 저 혼자 헛물을 켜고 있는 셈이다.

 

좋다. 대통령이 평소 입에 침이 마르도록 외쳐대는 자유에는 ‘착각의 자유’도 포함될 테니 윤희숙과 한동훈과 원희룡과 안철수가 여권 수뇌부의 바람과 기대를 모두 충족시킬 역량과 잠재력을 제각기 갖추고 있다고 가정하자.

 

여기서 필자는 현대 일본 우파의 비뚤어진 감성과 그릇된 역사관이 듬뿍 묻어난 영화인 2011년 개봉작 「연합함대 사령관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한 장면이 뜬금없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일본제국의 육군과 해군은 나날이 절망적으로 악화돼가는 과달카날 섬에서의 전황을 타개하고자 합동으로 작전 회의를 개최한다. 회의석상에서 한 육군 장교가 해군이 야마토와 무사시 같은 세계 최대의 거함거포들을 총동원해 미군과 최후의 결전을 벌일 것을 목에 핏대를 세우며 촉구한다. 그러자 해군 측 장교가 침통한 어조로 “연료가 없다”고 답변하고, 대답을 들은 육군 참모는 맥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여권 입장에서 안철수와 원희룡과 한동훈과 윤희숙은 개별적으로 최강의 후보일 수 있다. 현 정권의 수뇌부는 이들 최강의 후보들를 앞세워 불리한 선거 판세를 단번에 뒤집을 일전을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치르겠다고 단단히 벼르는 모양새이다.

 

허나 윤석열 정권은 더불어민주당과의 최후의 함대결전을 치르지 못할 개연성이 높다.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전함이라면, 군함의 엔진을 돌릴 연료가 여당의 경우는 현직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고, 야당의 경우에는 현존하는 당대표의 지지도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역시 인기가 없기로는 윤석열 대통령과 난형난제이다. 관건은 내년 총선이 기본적으로 정권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다는 데 있다. 심판의 대상이 여당이 됐으면 됐지, 야당이 되기는 어렵다고 하겠다.

 

더욱이 안철수, 원희룡, 한동훈, 윤희숙의 제원(?)을 곰곰이 뜯어보면 죄다 서울대 출신이다. 안철수는 서울 의대를 나왔고, 원희룡과 한동훈은 서울 법대를 다녔다. 윤희숙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대 학력을 지닌 스펙 빵빵한 사람들을 공천하면 유권자들이 “아이고, 고맙습니다” 하며 쌍수를 들고 반겨줄 것이라 생각한다면 착각도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니다. 당연히 전부는 아니겠으나 서울대 출신의 이른바 내로라하는 엘리트들이 민중의 고통과 슬픔에 얼마나 둔감하고 무심한지 국민들은 작년 10월 29일의 할로윈 참사를 겪으며 다시금 뼈저리게 체험했기 때문이다.

 

“말이 씨가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0석 국회 의석의 거대 정당을 결국 만들어내긴 만들어낼 것 같다. 단, 반전과 함정이 있다면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의 윤석열은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아니라 그를 반대하는 진영에 이로운 일을 하는 데 훨씬 더 유능했다는 점이다. 필자가 윤 대통령에 세운 야심 찬 목표가 한여름 밤의 허망한 꿈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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